| 익산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행사장에서 지난달 26일 이후 박경철 시장의 지시로 시장 이외의 축사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이를 발단으로 시정 질문 전원 불참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익산시는 축사 생략 지시와 관련 조규대 의장 폭언사태에 대한 익산시의 공식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으며, 요구사항이 관철되기까지 의회 불참을 공식화했다. 결국 의회도 이에 대응해 박경철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의 감정적인 문제로 시민을 위한 시정 질문에 불참하고 관계 공무원들까지 불참하도록 한 것은 시민과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의회민주주의를 말살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련의 사태가 박 시장의 소통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축사를 두고 불거진 문제는 물론, 그간 벌어진 광역상수도 전환이나 함열 청사 이전 문제, 모현 우남 아파트 긴급대피명령 등 의회의 발목잡기라고 시가 주장하고 있는 사안들 또한 소통부재가 가장 큰 근원적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가 거듭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조규대 의장이 욕설을 했다며 책임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본질을 흐리려는 이른바 ‘물타기 시도’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사상 초유의 사태, 발단은? 이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발단은 지난달 26일 있었던 국립익산박물관 건립 관련 세미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춘석 의원은 축사를 통해 고도익산의 정립과 국립익산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에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박경철 시장은 앞으로 각종 행사에서 자신을 제외한 정치인들의 축사를 생략할 것을 지시했다. 같은 날 오후 익산평생학습축제 개막식에서 박 시장 이외의 축사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시의회를 대표해 조규대 의장 대신 참석한 송호진 기획행정위원장은 축사 대신 담당 공무원의 사과를 받는 처지가 됐다. 저녁 익산예술제 개막식에서는 이미 계획된 행사 주최 측의 일정과 담당 공무원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지시가 또다시 내려졌다. 주최 측과의 협의 끝에 결국 박 시장과 조 의장의 축사를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고, 결정된 대로 축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드러났으며, 박 시장은 노발대발하며 앞으로 정치인들의 축사를 없애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의장은 “박 시장이 저것들 버르장머리를 고쳐야겠다고 한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이는, 어른이 애한테 말하듯하는 능멸의 극치였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27일 익산 프로줌마 페스티벌 개막식에서는 다시 박 시장을 제외한 조 의장의 축사 순서가 사라졌다. 조 의장은 당일 오전에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축사가 순서에서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행사 주최 측이 의장실을 방문해 행사에 참석해서 축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축사는 빠진 상태였고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 조 의장은 “그동안 당연히 행해졌던 기본적인 의전을 행사 주관 단체에 시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이유로 시장이 일방적으로 식순을 조정하는 것은 갑의 횡포”라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폭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는 조규대 의장의 공식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발표한 요구사항이 관철되기까지 불참한다는 사유를 들어 박경철 시장은 지난 1일 제179회 익산시의회 제1차 정례회 시정 질문에 자신은 물론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의 불참을 지시했다.
결국 의회는 계획된 시정 질문을 하지 못하고 산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 첨예한 대립각,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나? 익산시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통해 “조규대 의장이 박경철 시장에게 폭언을 한 사태에 대해 중대 상황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식 행사장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과 내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의장이 시장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내뱉고 시민의 축제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은 31만 익산시민 전체를 무시하는 오만불손한 행위로써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익산시의 공식입장”이라며 “조 의장은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와 함께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의회 차원에서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시가 성명을 통해 주장했던 조 의장의 욕설이나 폭언과 관련된 녹취록 공개나 현장에 있었던 관계 공무원들을 통한 사실 확인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는 “당시 조규대 의장이 ‘지금이 전두환 시대냐, 저런 것이 시장이냐’라고 발언했다”고 답했다. 시는 이어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률적 검토를 통해 대응할 것이며, 추후 의회를 시정의 동반자이자 협력자 관계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며 “사사건건 시정의 발목을 잡고 시민을 모독하고 시장을 흔드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31만 익산시민에 대한 민의를 역행하는 처사로 규정하고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의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단상 위에서 욕설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민을 위하는 일이 아닌 일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었던 의회가 시정 질문에 시장 및 관계 공무원 전원이 불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결국 대응에 나선 것. 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열렸던 제179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의회는 시장 및 관계 공무원들이 전원 불참하자 11시까지 정회를 선포하고 재차 참석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의원들 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 오전 11시 본회의를 속개하고 여전히 박경철 시장과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자 의회는 박경철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어 11시 40분에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는 “독단과 독선, 일방통행으로 일관한 3개월, 의회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박경철 시장의 반성과 공개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규대 의장은 “최근 익산시가 발표한 성명서는 본질을 왜곡한 박경철 시장의 독단으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7대 익산시의회 들어 처음으로 실시하는 시정 질문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한 박경철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시민들에게 그동안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시장의 취임 이후 3개월은 오로지 일방통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익산시의회는 그동안 끊임없이 대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해 왔고, 박 시장의 본회의 불출석 통지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를 행정의 파트너로 생각해 의사일정과 시정 질문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 행정사무감사 불참 등에 대해 최대한 협조했으나, 오늘 시장을 상대로 하는 시정 질문에 박 시장 본인이 불참함은 물론이고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까지 참석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린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명확한 사실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사상 초유의 사태인 시정 질문 불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시는 지난 2일 부랴부랴 재반박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조 의장이 행사장 단상에서 시장에게 ‘개**’라는 욕설을 하고 폭언을 퍼부은 것에서 비롯됐다”면서 “본질을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익산시의회에 깊은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히려 시가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과 이틀 전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녹취록 공개 등 명확한 사실규명을 하지 않았던 시가, 지난 2일 부랴부랴 재반박 성명을 통해 조 의장이 단상에서 시장에게 욕설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행사장 단상 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한 내빈은 “개막식 내내 단 상 위에서 조규대 의장은 전혀 욕설을 한 적이 없고, ‘별놈의 꼴이 다 있고만’이라고 탄식하며 단상을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박 시장과 의회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시정 질문 전원 불참 등 사상 초유의 상황을 야기했다는 측면에서 명확한 사실 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다. 만약 단상에서 조 의장이 욕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연거푸 조 의장이 욕설을 했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한 시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된다. 현재 시는 조 의장의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 의장직 사퇴, 의회 차원의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 의회 또한 전북도에 감사를 요청할 예정이며 형법 제122조(직무유기), 제123조(직권남용), 제136조(공무집행방해) 위반 등을 이유로 시장 및 관계 공무원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어,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 불거질 대로 불거진 논란, 그 이면에는? 표면상으로 드러난 축사 문제와, 시정 질문 전원 불참이라는 사태 이면에는 박 시장과 의회 간 정치적인 마찰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대다수인 의회와 무소속 출신인 박 시장간 첨예한 힘겨루기가 근원적인 문제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비밀로 시청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며, 이번 사태를 통해 그간 박 시장과 의회 간 갈등이 겉으로 드러난 것뿐이라는 여론이다. 시는 성명을 통해 “그동안 의회가 시비걸기와 발목잡기식 의정으로 광역상수도 전환, 함열 청사 이전 문제 등 민선 6기 핵심 공약사업 추진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제동을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역상수도 전환의 경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임에도 불구 공청회나 설명회 등 소통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이 많은 지적을 받았으며, 실제 해당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가 현장답사와 간담회 등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재 익산시의 수돗물이 안전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전원합의로 해당 예산을 부결 처리한 사안이다. 함열 청사 이전 문제 또한 박 시장이 시민공감대 형성이나 의회와의 소통과정 없이 사업을 추진했으며,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는 북부권 활성화라는 실효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예산이 삭감됐다. 이 과정에서 의원 간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난상토론이 벌어졌지만, 무기명 투표 결과에 따라 부결됐다. 이후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과 관련해서도 박 시장의 소통부재와 행정의 면밀한 검토 부족, 실효성 없는 이주대책 등으로 성급한 조치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련의 상황이 사업추진에 대한 의회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집행에 대한 의회의 정당한 감시와 견제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시민 박 모(36, 모현동) 씨는 “결국 마치 돈키호테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경철 시장의 소통과 화합이 부족한 시정운영이 큰 문제가 된 것이 아니냐”면서 “사사건건 좌충우돌 감정 다툼만 벌일 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시정운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양보해 대승적인 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박 시장과 의회 간에는 공식 대화 창구는 물론 비공식 대화 창구인 ‘물밑교류’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고 화합하기 위해 한 발 더 내딛는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