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100일을 맞이한 민선6기 박경철 호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의 시정운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의회와의 갈등과 관련 불만을 토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향후 임기 동안 펼쳐나갈 익산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치적을 홍보하는 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일정을 이유로 30분 동안만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그간 시정운영에 대한 질의응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채 서둘러 마무리됐다. 이에 이날 박 시장이 밝힌 그동안의 시정운영 결과를 사안별로 꼼꼼히 들여다본다.

◈ 재정비상체제.. 허울 뿐

이날 박 시장은 “민선6기 익산시가 재정비상체제 선언을 통해 전 익산시 공무원과 산하단체, 유관기관과 함께 예산절감과 불요불급한 사업조정으로 불과 2개월 만에 56억의 가용재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예산 중 16억원은 지난 9월 부송동 신재생자원센터 부채 조기상환에 사용됐고, 40억원은 개통을 앞두고 4년째 손을 놓고 있었던 KTX 서부역사 진입로 확장공사에 지방채 대신 투입됐다.

하지만 시가 확보한 56억원의 예산은 이에 따른 국·도비 반납과 중요 계속사업 중지 등의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조정으로 인해 반납해야 할 국·도비가 48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였다는 설명과는 달리 민간 자본보조 사업 등 사업추진이 더뎌 자연스럽게 발생한 사업이 주를 이뤘다. 특히 주얼리고급인력양성사업이나 청년취업2000사업, 법인택시감차보상지원, 축산공동자원화지원사업 등이 속해 있어 일자리창출 등 주요 현안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박 시장은 “3,338억원의 부채와 예술의 전당 등 BTL, BTO와 관련된 이자와 운영비를 포함한 재정부담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T/F팀을 구성해 운영함으로써 부채상환에 대한 방향과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한웅재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익산시의 세입증대 및 부채감소 방안은 하수도사용료와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사용료를 현실화하고 민간투자사업비 임대료 지표금리를 낮춰 재협상해 지급할 임대료 총액을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결국 시민들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거나 금리에 따른 조정을 하는 차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 복합환승센터.. 아직도 불투명

이어 박 시장은 “내년 3월에 완전히 개통되는 KTX 300km 시대에 맞춰 KTX 역세권 종합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했으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익산의 도시재생, 구도심 활성화, 익산 전역의 도시발전 전략이 수립돼 향후 100년 익산시의 그랜드디자인 설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다.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KTX 선상역사나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말 경 완료될 서부 진입로 확장공사를 차치하더라도, 서부권 낙후지역과 구도심 재생의 핵심 사업이라고 일컬어지던 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지난 2010년부터 국토부로부터 시범지구로 지정받아 추진 중인 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은 당초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사업을 시행할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평화동에 위치한 고속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의 이전 대책을 비롯해 주변 상인들의 백화점 입점 반대, 익산시 투자여력 부족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

이와 같이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여건 속에서, 익산시가 실시하고 있는 용역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국식클.. 주민들 울며 겨자먹기

이날 박 시장은 “국식클 착공과 관련 낭보가 줄을 잇고 있으며, 터덕거리던 토지수용이 왕궁주민들과 대화와 협력으로 100%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민선4·5기에 걸쳐 노력해 왔던 결실이 이제 가시적인 성과로 나오고 있는 것인데, 박 시장이 자신의 치적인 양 홍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지수용 또한 대화와 협력이라는 박 시장의 발표와는 달리, 여전히 주민들은 보상가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실제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농기계 등 물리적 충돌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던 주민대책위원회 소길영 위원장은 “현재 농가들이 부채에 시달려 힘이 없다 보니까 돈이 급해 공탁금을 수령한 이들이 많다”면서 “끝까지 버티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토지수용에 응한 셈”이라고 밝혔다.

◈ 국제안전도시.. 애먼 기업 낙인찍혀

아울러 박 시장은 “익산을 국제 안전도시로 가꾸기 위해 ‘독극화학물질 안전지침’을 만들어 대형 인명사고가 예상되는 동우화인켐 등 화학약품 생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력히 시행하는 것은 익산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실제 폭발위험성이 없는 액체 형태의 불산을 취급하고 있는 동우화인켐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려 시민들에게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시의회 김대오 의원은 “앞으로 수많은 기업을 유치해야 할 익산시가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특정 기업을 폭발 위험이 있는 업체로 단정 짓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된 사업 때문에 동우화인켐은 ‘위험물질 취급업체’라는 낙인이 찍혀 버린 상태다. 이는 익산시에 대한 동우화인켐의 이후 투자가 주춤하고 타 지역으로 투자를 선회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데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대피명령.. 주민들 불만·불안 여전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과 관련해 박 시장은 “전라북도 최초의 사례로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추호의 양보나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시민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민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사고와 재앙의 징후가 발견되는 명확한 상황에서 재난기본법에 따라 법률의 위임을 받은 단체장이 내린 합법적 대피명령”이라며 “지난 12년간 공포와 두려움 속에 떨며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했던 우남아파트 주민들의 한 맺힌 호소와 절규를 익산시장으로서 당연히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긴급대피명령 자체가 아니라, 대피명령 전후의 소통부재와 현실성 없는 이주대책으로 정작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년간 이어졌던 주민들의 한 맺힌 호소와 절규는 긴급대피명령 이후에도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다. 오히려 주민들 간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게 된 주민들이 실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주대책과 대안 마련이 시급다는 지적이다.

◈ 의회와의 갈등.. 누워서 침 뱉기

이날 기자회견 시간의 대부분을 의회와의 갈등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박 시장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법적공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그간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가장 큰 장벽은 의회와의 갈등이었다”면서 “자신에게 폭언한 조규대 의장이 공식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률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법적공방까지 예고되는 등 첨예한 대립 속에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익산의 지역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민의 대표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박 시장은 “의회가 부채 규모 논쟁에서부터 광역상수도 전환, 함열 청사 이전, 우남아파트 대피명령 등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반대해 시민과의 약속인 핵심 공약사업들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방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역상수도 전환의 경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임에도 불구 공청회나 설명회 등 소통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이 많은 지적을 받았으며, 실제 해당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가 현장답사와 간담회 등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재 익산시의 수돗물이 안전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전원합의로 해당 예산을 부결 처리한 사안이다. 함열 청사 이전 문제 또한 박 시장이 시민공감대 형성이나 의회와의 소통과정 없이 사업을 추진했으며,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는 북부권 활성화라는 실효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예산이 삭감된 경우이기 때문에 사업추진에 대한 의회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박 시장에 대한 의회의 정당한 감시와 견제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