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기저하.. 시민들까지 악영향 우려

지역 곳곳에서 시민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박경철 시장이 행사에 참석한 시의회 의장이나 국회의원 등 내빈들의 축사를 전부 없앨 것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을 제외하고 타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의 축사를 일방적으로 생략하도록 한 지시를 두고, 이는 기본적인 의전조차 무시하는 몰상식한 독선이며 불통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지난 26일 박 시장은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들의 축사를 식순에서 모두 없앨 것을 지시했다. 이는 같은 날 오전에 있었던 이춘석 의원의 축사에서 발단됐다. 이 의원은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국립익산박물관 건립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고도익산의 정립과 국립익산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참여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박 시장은 앞으로 각종 행사에서 자신을 제외한 정치인들의 축사를 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이유도 없었다.

시의회 의장이나 국회의원 등 참석 내빈들의 축사를 생략하라는 이 같은 지시는 실제 이날 오후 2시 배산체육공원에서 개최된 제5회 익산평생학습축제 개막식에서부터 발효됐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다수인의 말에 따르면, 박 시장은 개막식 현장에서 전화로 담당 공무원에게 자신 이외의 축사를 생략할 것을 지시했고, 공무원들은 지시에 따라 박 시장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연단을 곧바로 치웠다.

결국 오전에 이어 참석한 이춘석·전정희 의원이나 의사일정으로 의장을 대신해 시간을 쪼개 참석한 송호진 기획행정위원장은 축사 없이 자리를 지키는 신세가 됐다.

오히려 참석해 축사를 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던 담당 공무원이 난처한 상황에 빠져 송호진 의원에게 사과를 하고, 다른 시의원들은 납득할 수 없는 지시에 불만을 표시하며 자리를 지키지 않고 행사장을 떠나는 등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졌다.

또한 오후 7시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제46회 익산예술제 개막식에서는 이례적인 지시에 당황한 공무원이 기존대로 축사를 진행할 것을 건의했지만, 박 시장은 엄포를 놓으며 지시사항을 그대로 따를 것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송호진 의원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박 시장의 이번 지시는, 시의회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누구도 대화와 소통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일이든지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미리 한 마디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을 가지고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내려 애먼 공무원들이 고생하게 되고, 결국 이로 인한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나 의욕상실의 영향이 시민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바로잡습니다>

지난 9월 29일자 제267호 1면 ‘돈키호테 박 시장, 축사는 나만' 제하의 기사 중 본문의 '결국 박 시장 외 참석 내빈들의 개막식 축사는 자취를 감췄다' 부분은 박 시장 외 조규대 의장의 축사가 있었기에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