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명령에 반대의견 개진 못하도록 공무원 길들이기”

박경철 시장이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모현 우남아파트 관련 공무원 4명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고 일부 공무원을 징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부당한 명령이라도 듣지 않으면 신분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말 하는 공무원이 없어지고 익산시가 1인 사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일 2014년도 익산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종대 의원이 요구한 자료에 따르면, 모현 우남아파트와 관련해 전 주택과장과 전 주택관리담당, 현 주택과장과 현 안전총괄과장 등 4명이 박경철 시장의 지시로 인해 감사를 받았다. 전결사항의 보고 등 위반과 법령 및 직무상의 명령 준수 미이행 등이 주된 이유다.

감사 결과 전 주택과장과 전 주택관리담당은 훈계 처분을 받았고, 현 주택과장과 현 안전총괄과장은 위반사항이 없다고 판단돼 처분을 받지 않았다.

이같이 박 시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줄줄이 감사가 이뤄지면서 익산시 안팎이 얼어붙고 있다. 물론 익산시 자체감사 규칙에 따라 복무감사는 시장의 명령 또는 특정사항에 대해 감사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이 한 가지 사업과 관련해 해당 전직·현직 과장과 휘하 직원에 대해 명령불복종을 이유로 감사를 붙인 것은 부당한 지시에도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라는 지적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발단이 된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은 입주민들이 거주할 임시 공간조차 마련하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방안 없이 실효성 없는 이주대책만을 내놓는 등 익산시가 충분한 준비과정 없이 성급하게 발동해 입주민들의 혼란과 갈등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잇따른 감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선 공무원들에게 불합리하더라도 시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감사 등의 불이익이 뒤따른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잘못된 행정이 있어도 쉬쉬하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시청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청 A과장은 “이는 결국 시장이 내 말을 듣지 않으려면 감사를 받을 각오를 하라는 것”이라면서 “시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익산시 행정이 매우 위태위태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종대 의원은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상급자의 지시에 대해 그 사유를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유로 4명의 공무원에 대한 감사를 지시한 것은 박 시장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공무원 길들이기’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