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이양 없는 기능만 이양.. 최소한 수준의 재정자립 보장 ‘절박’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분담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 지방교부세 비중은 해마다 감소해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중고에 질식 직전에 놓인 지방자치권 여기저기서 책임과 의무만 지우는 재정분권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현행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재정분권을 실현할 수준으로 조정하고, 지방 소비세 재원도 현실에 맞게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점하는 국제적인 위상 측면에서도 중앙정부의 재정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 관선시대보다 민선시대에 오리려 지방의 중앙예속이 심화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2의 수준으로, 대다수의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부족한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익산시도 재정자립도가 약 25% 정도 밖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한 교부세를 받아 살림을 꾸리는 형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지방이양 사업이 늘어나면서 사업예산의 증가추이는 매우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교부세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미 많은 자치단체가 파산의 위험을 안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익산시도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난의 탈출구는 요원한 반면 재정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자체의 재정압박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복지관련 지출이다. 지난 2005년부터 지방으로 이양되기 시작한 사업의 중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 복지 분야의 사업이었고, 이는 저출산·고령화 관련 복지사업 확대와 맞물려 확대됐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등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연평균 19.4%의 증가율을 보이는 사업비에 비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분배하는 교부세의 증가율은 12.6%에 불과해 이양된 사무에 대한 지방비 분담수준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고스란히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지자체 총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0%인 반면 복지분야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두 배가 넘는 22.6%를 기록했다. 또 복지분야 국고보조사업 예산의 증가율은 23.3%인 반면 지방 분담은 2005년 36%에서 2010년 49.7%로 증가했다.

이 같은 지자체의 복지 재정지출 확대 양상은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재원을 축소시켜 지역 경제를 경색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실상이다.

실제 올 6월부터 서울시 서초구는 재정고갈로 양육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처지는 다른 자치단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감세 정책으로 어려운 지방에 재정이양 없는 떠넘기기식 사업 이양 탓에 지자체의 재정이 파탄 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정이 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각 지자체들은 무상보육 복지예산의 전액 국비 부담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국고보조사업을 줄이고 지방재원으로의 이전을 외치고 있다.

현행 8대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 수준으로 개선하고 지방소비세 재원을 부가가치세의 5%에서 20%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의 재정 집중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지방분권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하청기관 노릇을 면치 못할 수밖에 없는 형태다.

또 소득액에 지방세를 부과하는 지방소득세 독립화와 지방 법인세 도입, 레저세 확대도 추진해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안고 있으며, 무분별한 국고보조사업 분담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고갈을 막기 위해 지자체의 책임 하에 자주적인 예산 운용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