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사육제한 거리 강화 후 허가 내줘 갈등 야기.. “적법” 주장

춘포면에서 벌어진 양계장 신축 논란은 익산시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행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가를 내준 익산시 관계부서의 신중한 검토나 반려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마찰이라는 얘기다.

익산시는 지난해 9월 4일 건축주 이 모 씨로부터 춘포면 봉개마을과 신호마을 중간지점에 양계장 신축 허가 신청을 접수 받았다. 당시 조례상 닭의 사육제한 거리는 가장 가까운 민가로부터 직선거리로 500m였으므로 600m 이상 떨어진 이곳의 양계장 신축은 법적인 하자가 없는 상태였다.

문제는 당시 익산시의회 제164회 임시회가 열리던 중이었고 해당 위원회에서 가축사육제한 강화를 위한 조례가 심의되는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2012년 7월 23일부터 닭 사육의 경우 500m에서 1km로 거리제한을 강화하는 입법예고가 진행되는 중이기도 했다.

이를 적용하면 양계장 신축 허가는 불가능하지만 익산시는 신고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양계장 신축 허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허가를 내줬다. 뻔히 주민들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또한 이런 익산시의 판단 자체에도 법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당 조례가 공포된 건 2012년 9월 14일인데 하루 전인 13일에야 환경위생과에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가 접수됐고 5일 뒤인 18일에 건축 허가가 났다. 실질적으로 조례가 공포된 후에 허가가 난 셈이다. 가축사육제한조례 적용을 검토하는 환경위생과 접수가 하루만 늦었어도 허가가 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춘포면 주민들은 조례가 공포되기 전에 익산시가 서둘러서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익산시의회에서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조례공포 이후에 허가를 내준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익산시는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허가 부서인 주택과 관계자는 “개정된 조례는 환경위생과에서 검토할 사항이며 허가 절차는 귀속행위로서 적법한 서류가 갖춰지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신고접수 민원인의 권리도 있기 때문에 조례가 개정 중인 사항을 소급적용 하는 것은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해 시에서도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절차상 하자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양계장 신축부지 인근 춘포면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리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기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지 입구를 농기계로 막고 장기 농성을 위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등 농성에 나섰다.

대책위 이화일 위원장은 “춘포면 친환경 농지 가운데 대규모 양계장이 들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주민들 동의도 없고 익산시의 허가 과정도 의혹투성이인 양계장 신축을 반대하기 위해 가능한 법적 조치 및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하기 위한 서명을 받는 중이며 공사 강행 시에는 실력을 행사해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말해 물리적 마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양계장을 신축하고자 한 건축주를 비롯해 주민 피해는 물론 행정력 낭비마저 발생하고 있다. 민원 발생의 소지를 알고서도 허가를 내준 앞을 내다보지 못한 행정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건축주에 따르면 익산시는 허가과정에서 조례 개정 사실조차 고지하지 않았다.

건축주 이 모 씨는 “조례개정 사실 관련해서는 모르고 있었고 정상적으로 허가를 득해 공사를 하던 중 주민 반발로 인해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사가 지연될수록 손해가 있지만 마찰 없이 해결하기 위해 주민 분들과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씨는 “언론 상에서 외지인이며 대규모 양계장이라는 등 잘못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 춘포면 주민이며 양계장은 건평 1,100평 규모로 육계 8만수 정도의 중소형에 속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