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과정 비리사실 객관적인 입증근거는 ‘부재’
출처 불분명 문서, 곳곳에서 코오롱 측이 ‘유리’

박경철 시장의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소각장 사업자 선정과정이 이례적이었다는 진술이 나와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1심에서 검찰 측은 채규정 전 시장 당시에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행정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했고 선정과정이 부정 없이 행정과 조달청 시스템에 의해 원칙대로 투명하게 진행됐다는 공무원들의 진술을 받아냈기 때문에, 방송토론회 발언 당시 언론보도 외 믿을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피고인 측이 허위사실공표라는 공소사실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선정과정에서의 비리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30분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노정희) 심리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서는 소각장 선정 당시 기술위원이었던 백 모 씨와 평가위원이었던 석 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 이례적.. 비리사실 직접 가리키는 것 아냐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턴키방식 공사 발주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변호인은 당시 기술위원으로 선정과정에 참여했던 백 씨를 상대로 “선정과정이 이례적으로 이뤄졌다”는 진술을 이끌어냈다.

증인으로 나선 백 씨는 500명의 평가위원 후보 중 50명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직접 선정한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다”이라며 “턴키방식의 잘못된 관행이 많아 평가위원 선정이 공개된 장소에서 참관이 이뤄진 상태에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 평가위원 10명 모두가 특정업체를 1위로 평가한 결과에 대해서도 “거의 없는 일이며 적어도 2~3명 정도는 다른 업체가 1위로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례적’이라는 백 씨의 진술이 당시 선정과정의 비리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백 씨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진술이었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 측이 지난 3차 공판에 이어 제시한 문서(요약본 형식의 사전검토보고서)에 대해 “이런 유형의 문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꼭 이 문서라는 기억은 없다”고 진술해 문서의 출처와 진위 여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검찰 측은 변호인 측이 제시한 문서는 소각장 사업자 선정의 정상적인 절차였다는 점과 평가위원 선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위원회의의 심의과정이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진행됐는지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백 씨는 “특별히 편파적이라고 느낄 수는 없었다”고 진술했고, 특정업체와 당시 이한수 시장 또는 익산시 공무원들과의 유착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유착과 관련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기술위원회가 작성한 공통질문을 평가위원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백 씨는 “기술위원회가 공통질문을 도출하면, 발주청에서 1차적으로 내용을 검토 후 수정하고 책자로 만든다”면서 “완성된 공통질문으로 평가위원들이 업체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다”고 진술했다.

또 “평가위원 선정과정이 증인의 주장처럼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방에서 이뤄진 경우를 실제로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백 씨는 “직접 본 적은 없고, 들은 적은 있다”고 답했다.

당시 기술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과는 별도로, 평가위원들의 평가가 과연 편파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재판부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 편파적.. 정상적 과정이며 결국 사문화

이날 변호인 측은 익산시청 창고를 뒤져 입수했다는 요약본 형식의 사전검토보고서가 특정업체에 편파적으로 기술됐다는 점도 집중 부각시켰다.

문서를 보고 편파적이라고 생각됐는지 여부에 대한 변호인의 질문에 백 씨는 “발주처 공무원들이 작성한 문서에서 3개 업체 중 쏠림현상이 목격되는 등 특정업체에 편파적으로 기술됐고, 다른 분야 위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면서 “인허가 관련 사항이나 과업지시서 위반 사항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내용은, 2003년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인해 제출할 수 없어 기술위원회에서 제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수정이 이뤄지기 전 초안 형태의 문서에는 공란이 많았던 점, 가필 수정이 이뤄진 후 문서에서 오히려 C사(코오롱) 측에 유리한 내용이 기재된 점 등을 이유로 들며, 해당 문서가 정상적인 과정의 산물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당시 참가 업체로부터 받은 사업계획서(설계서)를 제시하고, 가필된 부분의 페이지와 내용이 일치한다는 것을 예로 들며,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의 사업계획서 등을 토대로 공무원들의 확인이 이뤄지는 단계의 문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C사(코오롱)가 편파적으로 유리하게 기술된 특정업체이냐”고 물었고, 백 씨는 “지금 보고 있는 문서대로라면 그렇다”고 답했다.

# 정체불명 증인.. “기억 안 난다” 일관

이어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선 평가위원 석 모 씨는 신문 과정에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변호인 측이 평가방식이 항목별 차등배점이 총점 차등배점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묻자 “주어진 자료를 보고 평가했을 뿐,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으며,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항목별 점수를 채워 넣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평가할 리 없다”고 일축했다.

또 변호인이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던 석 씨가 새벽에 전화를 받고 경기도 고양시에서 익산시까지 동료 공무원과 함께 휴가를 내면서까지 내려온 경위에 의구심을 제기하자 “당시에는 경력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해 응했고, 운전할 상황이 되지 않아 동료의 차를 타고 함께 내려왔다”고 진술했다.

검찰 측의 질문에 대해서는 “평가위원 선정과 관련 이한수 전 시장이나 익산시 공무원으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면서 “사업자로 선정된 대우 측이나 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들로부터도 청탁이나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 5월 26일 선고 예정

증인신문 이후 향후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변호인 측은 이날 불참한 증인인 평가위원 김 모 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유지했고, 1심 증인이었던 공무원 신 모 씨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위증이라고 단정은 안하지만, 신 씨는 1심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조사과정에서의 진술과 다른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면서 “4차 공판에 이르러 증인신청을 하는 것은 실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당시 소각장 사업자 선정과정의 구체적 정황에 대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고 설명하자 재판부는 “기일 외 정식으로 증인신청을 하면 검토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의혹제기 보도를 한 오 모 기자의 수사기록 등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신청은 검찰 측의 관련서류 제출로 갈음했으며, 변호인 측이 익산시청 창고를 뒤져 입수했다는 문서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신청은 회신이 오는 대로 채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 재판부가 최초 5월 8일 오전·오후를 제시하자 변호인 측은 “증인신문 및 증거조사가 완료된 이후 이를 토대로 최후변론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기일을 따로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선거법 위반의 경우 1심 이후 3개월 내 항소심을 종료해야 한다”면서 “최후변론을 서면으로 미리 작성해 대체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신속하게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의 경우 구두변론이 원칙이고, 기일은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재판부는 오는 5월 8일 오후 2시 10분 증인신문 및 증거조사, 5월 15일 오전 10시 결심공판, 5월 26일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