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방통행 예산안.. 소통부재 한계 여실히 드러나 대폭칼질 나선 의회.. 1,185억원 중 38억원 삭감
익산시의 일방통행 추경예산안 편성이 또다시 의회의 된서리를 맞았다. 올해 본예산 편성 이후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 없을뿐더러 공감대 형성의 노력이나 정책검증의 요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같은 명목의 예산이 편성되면서 민선6기 익산시의 소통부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번 추경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는 시의회는 추경예산안에 추가로 편성된 1,185억원의 예산 중 38억원이 넘는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민선6기 익산시가 공약사업 추진 등을 비롯한 시정운영에 있어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시민의 뜻을 진정으로 받아들여 사업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주요 삭감내역을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먼저 기획행정위원회는 도농복합도시 익산 미래발전구상 및 전략사업 발굴 연구용역비 3억원과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위한 기본조사 연구용역비 1억5,000만원, 익산시 청사 보수보강공사비 3억7,000만원, 시립교향악단 운영비 3억7,738만원, 예술의 전당 기획공연비 2억원 등 총 20억6,216만원을 삭감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경로당 기능보강사업비 1억4,000만원, 구 봉안당 리모델링 공사비 1억1,800만원, 신재생자원센터 위탁운영비 1억1,100만원, 신흥공원 정수장 산책로 조성공사비 3억8,000만원, 함열출장소 노후청사 보수공사 1억8,600만원 등 총 13억6,228만원을 삭감했다. 산업건설위원회는 차량등록사업소 보수 및 리모델링 공사비 6억1,500만원과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수립용역비 3억5,000만원 등 총 12억544만원을 삭감했다. 하지만 이들 예산안은 지난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 10억3,858만원이 다시 증액됐다. 이로써 최종삭감액은 38억4,465만원으로, 이 예산안은 오늘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주요 쟁점으로 여겨진 광역상수도 전환과 시청 일부 북부권 이전, 시립교향악단 창단 등과 관련된 예산이 대부분 삭감돼, 해당 사업의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광역상수도.. 타당성 검증과 공감대 형성 선행돼야 먼저 광역상수도 전환과 관련, 익산지역 39%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용담댐에 수질 원격감시장치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시민불안 해소와 전환 이후 신흥정수장 활용계획 수립 등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소관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는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된 이후 시민공감대 형성을 위한 익산시의 노력 부족을 지적하며, 이번 추경예산안에 다시 편성된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수립 용역비 4억원 중 3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다만 내년 본예산 편성시까지 광역상수도 전환의 타당성 검증과 보다 적극적인 전환 필요성 홍보를 통한 시민공감대 형성을 주문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호열 산업건설위원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수자원공사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익산시가 시민편의를 위해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얻어내야 하고, 전환 이후 신흥정수장을 어떻게 활용해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말로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듣고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반드시 있어야, 광역상수도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과연 익산시가 광역상수도 전환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시민 소통 및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수자원공사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하수도처리시설에서 수치를 조작해 물을 그대로 방류하는 등 용담댐 수질관리에 대한 의문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익산시는 광역상수도 전환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북부권 이전.. 여전히 실효성 의문, 편법 편성 꼼수도 지적 박경철 시장의 공약사업 중 하나인 시청 일부부서 북부권 이전 예산 또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본예산 편성시와 마찬가지로 시민공감대 형성과 북부권 이전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시는 지난 4월 30일 익산시 도농통합 20주년을 기념해 미래발전방안 토론회를 열고 도농통합 이후 익산시의 변화된 모습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도농상생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토론회는 전문가들 위주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을 뿐 정작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난상토론을 벌이거나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 중 적잖은 수가 동원된 공무원들이었고 토론회 내내 졸고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포착돼,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익산참여연대는 “도농 통합 20년이 지났지만 북부권 발전은 정체되고 정책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서이전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부서 이전이 북부권에 미치는 영향은 주변부에 제한적이며, 무시할 수 없는 행정운영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북부권의 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조례를 통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청사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회계과 대신 북부권에 위치하고 있는 함열출장소와 차량등록사업소 보수보강 명목으로 올라온 예산이라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차량등록사업소 보수 및 리모델링 공사비를 심의한 산업건설위원회 황호열 위원장은 “회계과에 올라가야 할 예산이 차량등록사업소에 올라와 있다”면서 “산건위에서 심의할 필요가 없는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수 의원도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예산”이라고 지적하며 “의회와는 물론이고 집행부 내부에서조차 공감대 형성이나 정리가 안 된 상태인데, 공약사항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철원 의원 또한 “이전계획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이를 위한 리모델링 비용을 세웠다가 만약 무산되면 필요 없는 예산이 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행정운영의 부실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김태열 의원도 “이미 본예산 편성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삭감된 예산이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올라온 것은 의회의 예산심사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시민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는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북부권 출신인 조남석 의원은 “집행부의 정책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부권 발전과 주민들의 숙원 해결을 위해서는 충분히 필요한 예산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립교향악단.. 다양한 의견수렴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시립교향악단 창단과 관련돼 또다시 올라온 예산은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예산은 지난해 말 본예산 편성시 소관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에서 1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가 40% 가량이 예결위원회에서 부활했고 본의회장에서 반대토론까지 펼쳐진 후 무기명 투표를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전액 삭감된 예산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예산안에 버젓이 다시 편성됐다. 시립교향악단 운영 명목으로 3억7,738만원과 시립교향악단 창단 준비물품 명목으로 1,450만원이 편성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수근 문화산업국장은 “본예산 편성시 상임 형태로 운영하려던 시립교향악단을 이번에는 비상임으로 운영하려 한다”면서 “만약 시립교향악단이 없을 경우 기획공연을 할 때마다 2,000~3,000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산의 경우 연간 50회 정도 기획공연을 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이 개관한 익산의 경우 최소 20~30회 이상의 기획공연을 하면, 시립교향악단이 없을 경우 연간 3~4억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또한 이 국장은 “6개월 만에 다시 같은 예산을 올리는 것이 의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비상임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수립해 예산을 편성했다”면서 “노조가 있는 상임은 애로가 많고 비상임은 신분상 제약 없기 때문에, 우선 비상임으로 운영해 보고 여의치 않은 경우 해당 예산을 삭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전액 삭감됐던 예산을 다시 편성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에 대한 다양한 여론수렴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시립교향악단의 경우에는 고정적 지출예산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있으면 좋지’라는 식의 단순한 접근으로 추진할 사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종대 의원은 “현재 운영 중인 3개 예술단도 당초에는 비상임으로 운영하다가, 예술단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져 1년 만에 상임으로 전환됐다”면서 “이번 추경안 편성이 과거를 답습하거나, 상임으로 운영하기 위한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이를 이루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질타했다. 또 “현재 3개 예술단의 정원이 104명인데, 현원은 66명 뿐”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예술단의 정상적인 운영이 새로운 교향악단 설립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주헌 의원도 “익산시가 올해부터 예술단 근무평가를 1회에서 2회로 늘리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해결이 시립교향악단 설립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또한 “현재 익산시에 과연 필요한지, 예산은 감당할 수 있는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는 어느 정도인지 등 다양한 부분들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