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검토 부실이 태반.. 인기영합 선심성
민선6기 박경철 호의 공약이 전체 47개 중 무려 18개나 변경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현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이나 타당성 검토 없이 허울 좋은 구호를 내뱉은 것에 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적잖은 공약사업이 선거 당시 공보의 내용과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선거에서 유권자와의 약속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공약(公約)’의 취지 자체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그것이 변경되는 순간 공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특히 변경의 이유가 단순 용어 수정의 정도를 벗어나 실현가능성이나 타당성 검토가 부족한 나머지 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정도에 이르게 되면, 이는 더 이상 공약이 아니라 선심공세 남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초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선6기 박경철 호의 공약은 사전검토가 부실한 상태에서 선심성으로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일천한 행정경험에 더해, 선거에 임하는 과정에서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는 공약사업과 관련한 기본 법령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내세운 공약도 여럿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익산시는 홈페이지에 총 47개의 공약사업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18개의 공약은 선거 당시와는 달리 변경된 상태다. 단순히 명칭을 변경하거나 추진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실행가능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사전 검토가 미흡해 사후적으로 공약사업 자체가 변경된 경우에 해당한다. ▲부송동 쓰레기 소각로 해체 및 이전 ▲웅포 신한류 테마파크 조성사업 ▲익산역사문화연구원 설치 ▲국가식품클러스터 특별법 제정 ▲팔봉LNG공급관리소(가스감압) 이전 ▲독성화학공장 이전 추진 ▲대중교통종사자 특별지원 ▲도시 독거노인 혹한기 공동생활 아파트 지원 ▲건강100세 노인건강치료센터 건립 ▲엄마품 24시간 육아돌봄교실 신설 및 확대 ▲자녀교육을 위한 인터넷 수능방송 서비스(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 의욕만 있을 뿐.. 현실성 없다 부송동 소각로 ‘해체 및 이전’은 대안시설 마련과 관계부터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정밀기술진단 및 자원화시설 강화’로 사업 자체가 바뀐 대표적인 사례다. 소각시설의 경우 법적 내구연한이 20년이기 때문에 환경부는 시설폐쇄 승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며, 이에 익산시는 정밀기술진단 실시 후 타당성 자료를 통해 환경부와 협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시는 올해 관련 예산을 세워 기술진단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해당 예산 2억3,000만원은 본예산 편성시 낭비성 예산이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또한 시의 계획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당초 공약으로 내세웠던 해체 및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웅포 ‘신한류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현재 미완료 상태인 웅포관광지(3지구) 조성계획에 포함한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웅포관광지(테마파크)’ 조성사업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기존 미완료 상태의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은, 공약사업인 신한류 테마파크 사업과는 명백히 다른 사업이다. 이에 당초 골프를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휴양시설 조성의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자, 사업시행자인 익산시가 관광지조성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난데없이 공약사업인 ‘신한류 테마파크’를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성화학공장 ‘이전 추진’ 또한 현실성 및 타당성이 검토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시가 이 같은 공약사업을 추진하고 나서자, 시의회는 공단지역의 화학물질 취급업체에 대해 위험성을 지나치게 부풀려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유치를 통한 부채 및 인구감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익산시가, 오히려 지역경제에 적잖은 영향이 있는 중견기업들을 몰아내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이전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익산시는 슬그머니 ‘안전관리 강화’로 한 발 물러섰고, 유해화학물질 적재 차량의 운송경로를 인구밀집지역에서 외곽지역으로 변경하고 사업장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수준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독거노인 혹한기 ‘공동생활 아파트 지원’ 공약도 현실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공약사항이다. 이 사업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공동생활 유도로 고독사 등의 사고발생을 예방하고 노인들이 함께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공동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경로당을 활용하는 것일 뿐, 공약대로 별도의 아파트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공약이 선거과정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선심성으로 내뱉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은근슬쩍.. 묻어가기 ‘익산역사문화연구원 설치’의 경우 고도익산의 정체성 확립과 역사문화연구기능을 수행할 새로운 기구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와는 달리 기존의 익산문화재단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고, 시는 현재 공약사업을 ‘익산역사문화재단 운영’으로 변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검토내용을 무시한 일방적 사업추진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익산문화재단 설립 당시 공청회를 통해 역사 기능 포함여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고, 역사에 대한 부문은 집행부가 담당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공약사업을 이유로 문화재단에 역사 기능을 다시 포함하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대한 양의 역사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2명의 연구인력 보강으로는 역부족임에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건강100세 ‘노인건강치료센터 건립’은 슬그머니 ‘노인건강관리센터 운영’으로 바뀌었다. 선거 당시에는 마치 새로운 치료센터를 건립할 것처럼 공약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이미 2012년부터 추진 중이었던 건강생활지원센터가 올해 1월 개소하자 이를 활용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기 계획돼 있는 센터를 활용하는 것과 새 센터의 건립은 예산은 물론 행정과 인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바는 결국 기존에 추진 중인 사업의 일부분이 됐다. 엄마품 24시간 육아돌봄교실 ‘신설 및 확대’ 공약은 수요에 따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24시간 지정어린이집 1개소에서 4명의 아동이 보호를 받고 있지만, 더 이상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굳이 신설 및 확대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 이에 따라 당초 공약에서 ‘신설’이라는 표현은 슬그머니 사라진 채, 시는 기 추진사업인 아이돌봄 지원사업과 24시간 어린이집 운영을 확대 시행해 보육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수요나 필요성에 대한 자세한 검토 없이 공약으로 내뱉었다가, 당연한 듯이 후퇴해 기존 사업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 한 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는데 국가식품클러스터 특별법 제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관계 법령을 개정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실효성 없는 공약을 선거과정에서 내세웠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부지원 확대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이 공약은 관계 법령인 식품산업진흥법으로 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특별법 제정을 외치고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팔봉LNG공급관리소(가스감압) ‘이전’은 행정·예산 부담과 민원발생소지를 감안해 ‘주변 방화벽 설치’로 변경됐다. 관련 법령상 가스공급관리소는 18~24Km 단위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어, 팔봉의 경우 이전한다 해도 인근 3~4Km 범위 내에 위치해야 한다. 도시가스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사전에 확인하고 검토했다면, 충분히 ‘이전’이 아닌 대안마련이 가능한 사안이다. 결국 시는 이전 대신 방화벽 설치로 방향을 선회했고, 이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안전관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중교통종사자 특별지원은 지원 대상을 퀵서비스 배달원 및 대리운전원으로 구체화한다는 이유로 퀵서비스 배달원 및 대리운전원 특별지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는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거 당시 공보에는 따르면 택시, 버스, 용달, 퀵서비스, 배달3륜차, 대리운전에 대해 ‘대중교통종사자’ 특별지원이라는 공약이 나와 있지만, 이 중 버스 업종만이 관련 법령상 대중교통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및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해당하는 택시와 버스, 용달을 제외한 퀵서비스, 배달3륜차, 대리운전 종사자들에게는 사실상 지원이 이뤄질 수 없고 공약 또한 헛구호에 그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당초 공약상의 지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녀교육을 위한 인터넷 수능방송 서비스 공약은 실수요자인 학교 및 교육지원청 간담회 결과 사업에 대한 호응도가 낮고 타 지자체의 추이를 볼 때 사업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판단돼 아예 폐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유는 공약발표 이전에 충분히 고려됐어야 할 부분이다. 선거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일단 내세운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공약사업 변경에 대해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선거에서 후보자가 내놓은 공약은 지역현안에 대해 후보자가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고, 유권자인 시민들은 이를 신뢰하고 공약을 기초로 투표에 임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자료검증과 실현가능성 및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공약을 수정할 경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이나 이해와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