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재차 양보해.. 국화축제 중 개최로 가닥 등 떠밀리듯 나선 탓에.. 준비기간 턱없이 부족 예산도 1억5,000만원뿐.. 이름뿐인 축제될 우려
당초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무산 위기에 처한 서동축제의 명맥을 잇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주민들의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잇따른 여론의 지적에 뒤늦게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채 주도권 확보만을 고집하고 있는 익산시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서동축제는 백제고도로서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소중한 익산의 자산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세계유산등재와 더불어 익산시를 전국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문화콘텐츠이며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이에 따라 서동축제의 전통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익산시는 당초 올해 본예산에 서동축제 관련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는 등 서동축제 개최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금마면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개최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 서동축제의 명맥을 잇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데 뜻을 모아 주민이 주도하는 서동축제 제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익산시의 예산이 해마다 줄며 위기론이 비등한 관 주도의 축제에서 벗어나, 서동축제가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 대표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이들은 지역 국회의원과 도·시의원, 지역에 근간을 두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단체장 등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한편, 오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금마면 서동공원 일원에서 축제의 성공기원 염원과 함께 무왕제례를 지내고 민속행사위주의 축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천재음악가 임동창 선생을 총감독으로 영입해 서동요를 주제로 한 뮤지컬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이 돼서야 부랴부랴 1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익산시는, 뒤늦게 준비에 나선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 예산을 민간에 위탁하거나 지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익산시 주도의 서동축제 개최를 고집했다. 주민 주도의 축제를 육성하고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자발적으로 나서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주민들을 뒤로 하고 관 주도의 축제를 고집하는 익산시의 행태가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슬로건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주민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서동축제 제전위원회와 익산시는 행사주최와 축제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해 수차례의 협의를 펼쳤다. 시의회 황호열 의원과 익산시 박종열 비서실장까지 나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상호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제대로 된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지금까지 준비해 온 내용을 포함해 제전위와 익산시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방안을 주장했지만, 익산시는 10월 말 국화축제와 병행해 서동축제를 개최하고 익산시가 주최·주관하고 제전위는 후원하는 형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제전위는 수차례 익산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익산시가 요구한 날짜로 축제 개최일시를 변경하는 등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당초 계획인 10월 9~10일 금마면 일대 개최에서 한 발 물러나, 10월 말 국화축제 기간에 개최하되 무왕제례는 주민의 이름으로 금마면 일대에서 진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주최와 주관을 시가 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집했다. 결국 지금껏 준비해 온 제전위와 주민들을 들러리 취급하고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을 돕기는커녕 방해를 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반발을 샀고, 최근 제전위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여론조사 결과 서동축제 개최에 대한 질문에 ‘익산시와 서동축제추진위가 공동으로 축제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66.4%로 지역·성별·연령 등 모든 계층에서 ‘공동으로 축제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후, 성공적인 축제 개최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물러선 주민들의 이해와 양보로 일단은 국화축제 기간 중에 서동축제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준비기간 등 부실한 준비로 인해 이름뿐인 축제가 될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익산시가 뒤늦게 세운 1억원의 예산과 도비 5,000만원으로는 기존의 프로그램 구성조차 어려운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동축제는 5억여원에서 2억4,5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의 예산이 삭감되는 된서리를 맞으며 극약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 해마다 줄고 있는 예산으로 인해 서동축제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의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에는 또다시 지난해에서 절반 가량이 줄어든 예산을 가지고 서동축제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한다는 이유로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으면서 잠정 보류했다가 부랴부랴 등 떠밀리듯 나선 익산시의 행태가, 결국 이도저도 아닌 이름뿐인 서동축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시는 국화축제 기간 내에 서동축제를 개최해 다양한 볼거리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기존 국화축제에서 해왔던 프로그램의 수준이거나 기존 서동축제의 수준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왕제례와 경주에서 선발한 선화공주 방문단과의 교류 행사 등을 원래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세계유산등재가 이뤄진 시점에서 백제고도의 영광을 재현할 만한 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또한 현재 제전위는 익산의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경주·공주·부여와 같이 밤의 백제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백제왕궁 익산천도 입궁식과 왕궁탑 천년별빛 축제, 불꽃놀이, 기타 공연 등을 준비하고 있어 세부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협의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서동축제 한 관계자는 “1억5,000만원이라는 부족한 예산으로 서동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국화축제와 병행해 개최하는 쪽으로 방향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시위주의 국화축제에 서동축제의 공연콘텐츠를 병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적은 비용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아직 많은 부분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