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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1,200원. 바쁜 의정활동 중 짬을 내 택시운전대를 잡은 지 10개월 만에 거둔 가장 훌륭한 성과다. 물론 사납금과 가스충전비를 제하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것은 2만원 남짓이지만, 매달 한 번씩 그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얻어간다. 꼬박 12시간 동안 운전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온몸 쑤시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가 하루를 마치며 웃을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그는 매달 한 번 하루 12시간을 꼬박 운전에 매달리는 택시운전기사로의 변신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동료 의원인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이 오랫동안 택시로 민생탐방을 하는 것을 보고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한 결정이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운전을 즐겨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건장한 남성도 쉽지 않은 극한(?) 직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택시운전면허와 더불어 안전운전을 뒷받침할 체력이 필요했다.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정치행보라는 비아냥을 감수할 만한 단단한 마음가짐도 반드시 갖춰야 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울과 익산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택시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짬을 낸 그는, 지난해 11월 드디어 첫 택시운전대를 잡았다. 새벽 5시, 첫 정식출근 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처음인지라 잘 모르기도 하고 긴장한 탓에 운전석 좌석 조정을 하지 않아 작은 체구가 의자에 파묻히면서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결국 빗물이 고여 있지 않은 곳에 손님을 내려주려다 그만 보도 턱에 택시가 부딪혔다. 범퍼가 조금 내려앉은 조그마한 접촉사고였지만, 순간 가슴은 철렁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철저한 준비로 똑바른 의정활동을 하는 것처럼, 택시운전 또한 면밀한 준비를 거쳐 똑바로 집중해야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매달 한 번 씩 택시운전을 한 지 어느덧 10개월째, 지난 24일 오후 5시 퇴근길에 그를 만났다. 새벽 5시부터 꼬박 12시간을 운전을 한 그는, 녹초가 된 기색이 역력했다. 보통 오전시간대 손님이 몰렸던 여느 날들과는 달리 유독 점심시간에 콜이 이어지는 바람에 이날 그는 기사식당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하고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역시 한 끼 식사보다 시민의 콜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회의원이라는 말에 멋쩍게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하루 종일 고된 운전을 마치고서도 그는, 삼기에서 농사를 짓는 어느 어머니 이야기,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며 주말에 집에 왔다가 다시 기차를 타러 간다며 서두르던 남학생, 며느리 생일날에 미역국을 해주려고 새벽부터 나섰다는 시어머니 등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중학교 교사 부부가 시험관 아기를 갖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출산장려뿐만 아니라 불임이나 난임에 대한 지원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 택시업계 좀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하소연 등 그간 있었던 소통들을 꺼내어 보이며 잠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국회의원에게 택시운전이 아주 좋은 소통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듯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이 잘살고 행복한 익산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들이 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뻔한 이야기들 일수도 있지만, 국회의원 전정희가 아니라 택시운전사 전정희에게는 유달리 뜻 깊게 들렸던 것일까. 택시를 반납하고 퇴근하는 길에 마주친 택시회사의 노조위원장은 택시운전기사로서의 전 의원을 99.9점이라고 평했다. 사무실에서 택시가 언제 정차하고 언제 주행하는지 확인해 보면 하루 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운전실력 뿐만 아니라 시민 친절도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 평이 뒤따랐다. 보람찬 하루를 마치고 다시 국회의원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그는 “오랫동안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택시운전을 통해 소통에 나서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각오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누가 뭐라고 하던 시민 여러분들께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