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익산시장이 취임 이전부터 가장 중점을 두고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익산시 ‘재정비상체제’가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지침이나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분위기만 퍼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익산시의 재정건전성 확보가 최우선인 박경철 호가 어려워지는 기업유치 여건과 민간투자사업 부담 등 재정악화요인을 돌파할 방안을 하루 속히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은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되기 이전인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익산시의 ‘재정비상체제’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다. 이는 과도한 빚에 시달리고 있는 익산시의 재전건전성 확보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선 뒤 인수위 구성 시에도 부채상환특별분과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찾기 위해 고심한 박 시장은 지난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재정비상체제’를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날 선언에서도 박 시장은 재정비상체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체제’를 말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첫 번째로 제시한 역점 정책이지만 그 내용은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부채상환계획을 수립하고 환수 가능한 재원을 확보할 것이라는 미완성 계획에 그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익산시 살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공무원들조차 박 시장의 재정비상체제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재정비상체제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어떠한 지침도 내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조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재정비상체제라고 듣기는 했지만 아직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혼자만의 체제선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허둥대는 건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선거 이후 연일 위기상황을 부추기는 비상체제가 계속되자 상당수 시민들이 불안감에 빠져 있는 것. 이에 시민들은 박 시장이 부채상환 대책을 하루 빨리 내놓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내놓을 부채상환 방법에도 벌써 우려가 따르고 있다. 임기 내 청산을 내걸고 있는 박 시장으로서는 획기적인 부채상환 방안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익산시의 부채 중 거의 대부분이 산업단지 조성비용과 민간투자사업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산업단지를 분양하는 것이 부채 상환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을 비롯해 불경기로 인한 투자위축 등으로 익산시의 기업유치 여건은 더욱 나빠졌다. 약 67.5%의 미분양 용지에 대한 기업유치 및 조기투자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박 시장의 대책마련이 촉구되는 대목이다.

또한 박 시장이 악성부채로 지목한 민간투자사업은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과 모현도서관, 신재생자원센터, 하수관거사업 등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익산시가 직접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재정여건 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박 시장이 새 투자자를 이끌어내 저렴한 비용을 들일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인수위에서부터 상당수의 예산집행을 중단시키고 추진 중인 사업의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추진 중인 숙원사업과 사회단체보조금 지급이 ‘올 스톱’되면서 박 시장의 재정비상체제가 고스란히 시민들의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 같은 최소한의 예산 집행이 중단될 경우 지역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많은 우려가 나옴에도 박 시장은 연일 임기 내 부채 100%상환을 장담하고 있다. 이에 향후 부채상환을 위한 어떤 획기적 방법을 제시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시가 팔 수 있는 재산도 거의 없는데다 민간투자사업도 중단이 불가능하다”며 “솔직히 익산시는 돈 나올 곳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 이외 어떤 뾰족한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