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라북도, 익산시가 새만금으로 흘러드는 만경강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오염원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돼지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분뇨의 무단 방출 및 투기가 여전하기 때문에 돈을 들인 만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익산시는 정부·전북도와 함께왕궁 축산단지 일대의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였고 앞으로도 꾸준히 예산을 쏟을 계획이다.

굵직한 것만 봐도 돼지 똥물을 처리하는 분뇨처리장을 건립해 향후 15년 동안 1천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며, 폐업한 축사 매입과 조림공사에 300억 원, 한센인 간이양로시설 105억 원, 농촌마을 개발사업 56억 원, 저수지 생태복원사업에 277억 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과연 효과를 보고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지난 6일 익산시청 환경위생과 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이상열 의원은 왕궁 축산단지 내 돼지농장의 상속과 임대 및 매매, 분뇨 무단 투기 등을 거론하며 "엄청난 돈을 투입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시민들의 냉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주민들에 말에 따르면 비가 올 때 분뇨를 마구 버린다고 하며, 실제로 목격한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축분뇨처리시설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새만금지방환경청 및 전라북도와 공동으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수질검사도 한 달에 한번씩 하고 있다.

시는 올해 불법행위 12건을 적발했는데, 한 농장은 폐수를 흘려보내 경찰에 고발됐고, 나머지 11개 농가는 돼지를 더 기르기 위해 농장규모를 늘리다가 적발 당했다. 이들 농가에게는 원상회복 명령과 함께 강제이행금이 부과됐다.

이 의원은 "법규 위반을 단속했다지만 분뇨처리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무단 방류와 불법 투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새만금으로 흘러드는 만경강이 오염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돼지 사육 규모가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거나 현상유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걱정거리다.

왕궁축산단지 한센인 농장은 한센인 1세대만을 위한 것인데, 2세에게 농장이 상속되고 있고, 일반인들이 비밀리에 이곳의 농장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열 의원은 "한센인 1세대가사망하고 난 후 2세대를 한센인 농가로 보는 것은 법적 해석을 의뢰해 따져볼 문제"라면서 "한센인 외에 일반인들이 돼지를 키우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2세도 한센인농가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곳 한센인 1세대들은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와 생활 측면에서 특별한 지원을 받고 있다.

과거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 등에 수용돼 있었던 한센인 격리 및 폭행사건과 일명 '84인' 학살사건, 전남 고흥 간척사업 등에서 한센인들이 겪었던 인권침해를 배상하기 위해서다.

이 법에 따라 한센인들은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정부와 자치단체는 한센인을 위한 주거복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법률 제정의 취지와 지원 대상은 엄연히 1세대에 한하고 있다. 따라서 한센인 2세가 1세대와 같은 혜택을 누려야 하는지는 시급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왕궁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전라북도 익산시가 축사를 일괄 매입하는 것이 수질오염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