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가동 못한 게 원인.. 장관은 사과해야”

전정희 의원

전정희(민통.익산을) 국회의원은 전력대란이 국민의 전력 낭비 때문에 빚어졌다는 지식경제부장관의 말은 본질을 호도한 것이며, 지경부 산하 전력거래소의 잘못된 시설 운영 때문에 빚어졌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전 의원은 이날 전력문제 대한 정책자료집을 내고 지난해 9월 15일 대규모 정전사태 문제를 호도한 지경부 장관에게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고 감사원에 전력거래소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8천만KW 이상의 거대 전력규모를 운영하는 한국전력거래소가 계통운영시스템(EMS)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면, 지난 9.15 광역정전사고를 넘어서는 '블랙아웃'(넓은 지역이 동시에 전기가 끊기는 것)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EMS는 'Energy Management System(에너지관리체계)'를 줄인 말인데, 흔히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현재 모든 전기는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인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고압송전선을 통해 도시 같은 넓은 지역으로 보내지고, 이를 각 변전소에서 전압을 낮춰 집이나 상업시설, 공장 등으로 전송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EMS, 즉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이다.

EMS는 한전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는 전력거래소가 운영하고 있는데, 전기 판매회사인 한국전력공사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회사 등 428개 회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EMS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기 및 송전선의 이상 여부와 변전소의 상황을 짧게는 2초, 길게는 8초 단위로 측정하고 발전기나 송전선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를 미리 계산해 송전업무를 담당하는 '급전원'들에게 전달하며, 전력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전기가 낭비되지 않도록 조절한다. 요컨대, EMS는 전기생산에서부터 송전, 사고 대비까지를 총괄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9월 15일 일어난 대규모 정전사태는 전력거래소가 EMS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으며, 국민들의 전기낭비가 원인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이날 전정희 의원은 지난 7월 말부터 2개월간 입법조사처와 함께 전력거래소로부터 EMS 운영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아, 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를 담은 'EMS는 장식용인가?'라는 제하의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다.

그는 자료집을 통해 전력거래소가 계통운영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EMS를 비정상적으로 구성하고 결과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산출되지 않아 시설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전력거래소가 2001년부터 지금까지 발전기 입찰, 상태추정, 예비전력 관리, 수요 예측, 안전도경제급전 등 전력계통 종합운영시스템인 EMS를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으며, 전기배송을 담당하는 급전원들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무리 없이 수동급전을 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막상 9.15 때와 같은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위기상황이 닥쳐오자, 당황한 급전원들이 긴급부하 차단을 하게 돼 전력대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8일 지식경제부 국감을 통해 "전력계통 사고는 국민의 생명은 물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고 원인으로 제기되는 EMS 비정상 운영과 미사용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9.15정전사고의 원인을 호도해 온 국민을 에너지낭비의 주범으로 만든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계통운영시스템에 대한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 의원은 특히 오는 17일 전력거래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11년간 EMS를 비정상적으로 운영한 남호기 이사장을 비롯해 전직 책임자 및 관련 직원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감사원으로 하여금 직무감사 실시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