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4개 선거구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 승리.. 2곳 무투표 당선
1선거구 김대중 후보 승리.. 시민들 “제역할 하라고 힘 모아준 것”

6·4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자 한동안 익산시를 뜨겁게 달구던 선거 열기가 소나기를 맞은 듯 한풀 꺾였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시민들은 기대가 크다. 선거기간 동안 보여줬던 모습만큼 열심히 일하고 약속한 것들을 지켜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호에 이어 투표 결과를 통해 시민들의 표심을 짚어보는 한편 향후 4년을 내다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총 4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도의원 선거는 2곳에서만 선거가 치러졌고 나머지 선거구에서는 무투표 당선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 광역의원은 기초의원이 뽑나

전라북도의원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에서 익산시민들은 4개 선거구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선택했다.
이는 광역의회의 특성상 실질적인 지역구 활동보다 도의회에서의 예산확보 관련 등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 무소속 후보보다 정당 후보에 무게가 쏠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도의회에서 각 지자체의 의원들과 경쟁하려면 결집된 정당 소속의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판단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지지세력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새정연 후보들이 광역의회 진출에 용이한 시스템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역 기초의원들 다수가 새정연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선거에서 무소속이나 타 정당 후보들이 넘어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도의원 후보와 기초의원 후보가 일종의 러닝메이트 관계를 유지하며 지지를 공고히 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 결과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무투표 당선이 종종 나타나는 것도 그러한 고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일부 도의원 출마자들이 시의회 유턴 출마를 언급하며 경선을 도울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시의회 출마자들은 협박이나 다름없다면서 유턴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실제로 한 선거구에서 유턴 후보가 발생해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에 정치권 관계자는 “도의원은 일단 정당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으며 바닥 민심을 쥐고 있는 현역 기초의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고 밝히며 “기초의회 정치지형의 변화로부터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선거구 “진흙탕 속 희망가”

전라북도의회 익산시 제·1선거구는 새정치연합 김대중 후보와 무소속 이창필 후보의 격돌이었다. 새정연의 부당한 공천과정을 규탄하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후보가 새정연 공천을 받은 김 후보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포인트로 관심을 모았다.

일단 투표 결과는 김 후보의 승리로 결정됐다. 김 후보는 5,870표 차이로 이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며 도의회 진출에 성공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무소속 후보의 약진도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후보는 일단 김영희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하며 탄력을 받았고, 잇따라 기초의회 무소속 출마자들과의 연대를 성사시키며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종 결과 41.46%의 득표율을 기록한 점도 상당한 선전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의 약진의 뒷면에는 진흙탕 선거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부터 강력한 수준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일관했다. 세를 모으고 불리는데 힘을 쓰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공세를 그치지 않았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김 후보도 선거운동 막판에 이르자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기도 했다.

결국 어느 후보의 정책이 효과적인지는 온데간데없고, 누가 옳고 그르냐는 문제가 1선거구의 선거가 됐다. 유권자의 선택은 그 가운데 이뤄질 수밖에 없었고 정치혐오와 같은 네거티브선거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한 시민은 “사실상 ‘새정치의 마중물’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이 후보가 스스로 ‘구태정치’에 기대 네거티브로 일관했던 모순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한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선거구 “막강한 경쟁자가 없다”

2선거구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현역 도의원인 새정치연합 김영배 후보의 압승으로 결론이 났다. 김 후보는 18,711표 74.64%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이에 맞섰던 무소속 차유성 후보는 6,357표 25.35%를 얻는데 그쳤다.

김 후보는 앞서 새정연 경선에서도 박선옥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공천권을 따냈고 이어진 본선에서도 탄탄한 지지를 자랑하는 결과를 내놓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2선거구에 아직 현역 의원과 대적할 만한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본선에서 맞붙은 김 후보와 차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지지하는 바가 갈리는 현상을 뚜렷하게 나타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김 후보는 신성장동력 창출과 문화·체육공원시설을 확충, 국립익산 박물관 조기 착공, 노인친화도시 확립 등을 주요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반면 차 후보는 상권보호직불금 지급, 농산물 가격예고제 및 최저가 수매제 도입, 북부시장 교통체증 해소 등을 핵심 공약으로 뽑았다.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에서 두드러지는 차이를 꼽는다면 김 후보의 경우 여러 계층을 막론하고 아우를 수 있는 공약이며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있는 반면, 차 후보는 특정한 계층이나 지역주민의 가려운 곳을 중점적으로 긁어주는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결국 득표수에 반영됐으며 이는 시민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하며, 실제로 그러한 공약을 실천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어느 정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3, 4 선거구 “무투표 당선이 부담”

3선거구와 4선거구는 각각 새정치연합의 황현 후보와 김연근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되며 경선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보여줬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정당 공천권에 후보들이 몰리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있으며 실제로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추후 정치인으로서 불리한 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두 당선인들도 무투표 당선이라는 결과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황현 후보는 새정연 경선에서 손문선, 배수연, 소병직 후보와 치열한 경선을 치렀으며, 여론조사에서 손 후보에게 10% 가량 뒤졌던 황 후보는 현장투표에서 극적으로 뒤집고 공천권을 따냈다.

김연근 후보는 경선에서 박정훈, 김형화 후보를 만나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와 박빙의 차이를 보였으나 현장투표에서 큰 차이로 앞서며 1장뿐인 공천권을 따냈다.

이러한 경선결과를 두고 민심에서 앞선 후보가 조직력에서 뒤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며 구 민주당 세력의 지지기반이 강력하게 유지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황 후보는 당선소감에서 ‘농업생명 수도 익산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김 후보는 ‘시민이 원하는 시민정치’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