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7,824억원 강조하며 시민 고통분담 요구.. 정보오류, 불신 증가

허울 좋은 말 뿐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박경철 시장의 익산시 재정비상체제에 대한 항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익산시가 현재 시의 재정 부담액을 7,824억원이라고 밝히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보안등과 가로등 및 마을 진입로 포장 등의 생활편익시설이나 주민숙원사업 추진에 차질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가 만든 빚을 갚기 위해 시민에게 돌아갈 기본적인 예산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어서 부채상환은 고스란히 시민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이러한 재정운용 방침이 향후 시민들의 생활불편 및 불만 증가와 함께 지역경제 침체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8일 오전 익산시청 브리핑 룸에서는 익산시 안전행정국 김용범 국장의 주재로 익산시 재정비상체제에 대한 언론브리핑이 진행됐다.

박 시장의 취임 이후 불거진 유명무실한 재정비상체제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첫 번째 입장 발표였다.

이날 김 국장은 “산단을 분양해 2016년까지 지방채 1,164억을 조기상환할 계획도 여건 상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럴 경우 일반회계에서 공기업 특별회계로 지원이 불가피해 시청 직원들의 보수도 못줄까 우려된다”고 현재 익산시의 재정위기를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어서 김 국장은 “현재 시의 부채 잔액은 3,338억원이나 이자와 운영비를 포함하면 시의 재정부담은 7,824억원이다”며 “지방채는 2026년까지 연평균 178억원, 민간투자비는 2034년까지 연평균 271억원을 부담해야한다”고 위기상황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시의 발표는 부채액수 산정에서부터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 동안 익산시는 운영비와 이자비용 등을 부채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날 발표로 결국 운영비와 이자비용을 모두 포함해 사실상 익산시가 짊어진 빚이 7,824억원임을 선언한 셈이다. 지방선거과정 이전부터 불거진 익산시의 파산위기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내놓던 익산시가 시장이 바뀌자 180도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더구나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박 시장은 몇몇 언론매체를 통해 익산시 부채가 3,338억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였기에 더욱 헛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익산시가 오락가락하며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결국 재정부담액 산정에 대한 논란이 다시 촉발되고 이는 다시 시민들의 불안감 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이러한 부채 액수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날 익산시가 내놓은 대안은 더욱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익산시는 가장 먼저 보안등·가로등 설치 등 생활편익시설이나 하수도·마을진입로 포장 등 주민숙원사업의 추진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고했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계속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연기하고 민간보조사업(민간경상, 민간행사, 민간자본, 사회단체보조금)은 최소한으로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며 이 외에도 불요불급한 세출예산 정리 및 체납세 및 세외수입 징수 등 항상 있어왔던 무의미한 대책도 함께 내놨다.

이 같은 대안은 결국 박 시장이 선언한 ‘재정비상체제’가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민들의 고통을 전제로 운용되는 비상체제임을 만천하에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효과적인 산단분양 대책이나 예산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은 없고 시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산을 대폭 줄여서 빚을 갚는데 쓰겠다는 대책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에 행정적인 차원에서 발생한 빚을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부담을 지워 갚는다는 것도 부당할뿐더러 이렇게 대 시민 지출을 극단적인 긴축재정으로 운용할 경우 앞으로 시민들이 막대한 생활상의 불편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나아가서는 지역경기 침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불러일으켜 경제 활성화 노력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모현동 주민 이 모 씨는 “결국 박 시장의 부채상환 계획은 시민들이 갚게 하겠다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가로등 몇 개 설치하지 않고 진입로 포장을 미뤄서 빚을 갚는 것이 익산시의 재정비상체제라면 ‘시민이 시장이다’가 아니라 ‘시민이 채무자다’라고 슬로건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