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부활된 지 23년, 지방자치가 성숙기에 다다르며 조례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헌법과 법률보다 지방정부의 조례가 주민들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례의 시대’라는 명제가 대두되지만, 익산시는 시대의 변화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익산시는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시정방침에 힘을 실어줄 조례 제정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단순히 중앙정부의 법률에 따르거나 타 지자체에서 만들어진 조례를 답습하기보다 익산시의 특수성에 맞추고 전 지구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선진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제 6대 익산시의회는 지난 2010년 6월 구성돼 3년 동안 의정활동을 펼쳐 왔다. 그동안 조례의 제·개정 건수는 의원발의 65건, 시장제출 179건이 의결돼 총 244건의 조례가 제정되거나 개정됐다.

그렇지만 이 중 대부분의 안건은 중앙정부의 법률이나 국가시책에 의해 제·개정된 것일 뿐 익산시의 특수성을 고려하거나 창조적인 조례는 극히 드문 형편이다.

지난 3년 간 제정된 익산시의 조례들 중 2009년 제1호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며 제정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기본 조례’가 전국 최초로 익산시에서 제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시정방침을 반영한 다른 사례로는 김영희 의원 발의로 전국최초로 제정된 ‘민간수탁기관 및 출연기관의 경영평가에 관한 조례’와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 ‘석재산업 활성화 조례’가 꼽힌다. 손문선 의원(영등2, 삼성)이 발의해 전국 최초로 제정 될까 관심을 끌었던 ‘악취저감 지원에 관한 조례’는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조례도 상위 법률의 한계에 머물러 있으며 창조적인 시정 철학을 담은 조례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실적 쌓기에 그치지 않고 선도적인 조례를 연구하고 발굴해 지역 주민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타 지자체의 사례를 보면 강원도는 ‘국어 진흥 조례’를 제정해 우리말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글 간판을 내거는 이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으며, 경기도의회는 ‘국기게양일 지정 등에 관한 조례’로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에 해마다 조기를 내걸도록 하고 있다.

또 부산시의회는 2010년 ‘근대건조물 보호 조례’를 제정해 지역 근대 건축물 관리의 근거를 마련했고,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순천시의 경우엔 탄소규제와 관련한 ‘순천시 지속가능한 에너지 조례’를 제정해 원전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한 시민은 “바야흐로 지방 자치단체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발전되는 조례의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편협한 하향식 구조와 한계에 매몰되지 않고 지방자치의 이념과 같이 지역을 독립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익산시가 추구하는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