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절감·세입확대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제도 고려해야
지방자치시대를 연지 20여 년이 지났고 민선 5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난은 갈수록 가속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국세와 지방세율의 조정에 대한 논의도 오가고 있으나, 최근 중앙정부의 반대로 법안이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분권에 기대를 걸었던 지자체들에는 비상이 걸렸고, 재정건전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민간투자나 지방채 발행으로 마련하다보니 채무가 늘어나는데 반해 지방세 수입은 제자리 걸음마 수준이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악순환을 겪으면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재정난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익산시는 최근 전라북도에서 가장 높은 채무비율을 기록했으며, 이와 맞물려 부도나 파산의 위험이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익산시는 채무액이 중복 계산돼 실질 채무액보다 높게 알려졌다며 채무의 자세한 내용을 밝히는 한편 2016년까지 지방채 채무를 조기 상환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익산시와 비슷한 예산규모의 타시도와의 비교를 통해 재정건전성 확보에 대한 대책을 들여다봤다.
◇ 원주시, 업무추진비 10%절감 등 노력
강원도 원주시는 익산시와 1년 예산규모, 인구 수, 지방교부세 등이 가장 비슷한 자치단체다. 채무 규모도 예산액 대비 18.5% 1,645억원으로 익산시의 22.2% 1,986억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원주시의 재정자립도는 익산시 20.7%보다 6%높은 26.7%를 기록하고 있는데 원주시의 경우에도 재정난이 심각해지며 매년 재정자립도가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는 추세여서 재정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에 원주시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경상경비 절감, 국도비 50% 이상 매칭사업만 추진, 신규사업 중단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사무관리비와 공공운영비, 업무추진비 등 16개 항목의 경상 경비를 10% 절감키로 목표를 설정한 원주시는 실제 올해에만 24억원을 절감, 사업예산에 투입했다. 이와 함께 계속사업에 우선 예산을 투입해 조속히 마무리하고 신규사업은 추진 중인 사업이 마무리 된 후로 미뤘다.
◇ 빚더미 벗어난 파주시
인구 39만 명의 파주시는 예산 9,405억원의 예산 규모로 익산시보다 약간 크지만 비슷한 살림 규모로 볼 수 있다. 파주시는 최근 빚더미에서 벗어난 사례로 타 지자체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2010년 말 기준 채무액이 1,357억원에 달해 예산대비 채무 비율이 17.5%를 기록, 경기도에서 4번째로 빚이 많았다. 이에 파주시는 재정운용 방침을 건정성 확보에 두고 2년 간 지방채를 전혀 발행하지 않고 채무상환을 해나갔다.
일단 파주시는 부족한 재원 마련의 대안을 국·도비 확보라고 판단하고 2011년 2,077억원에서 2012년에는 2,560억원으로 늘려 전국 최고 수준의 국·도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파주시는 외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여 2012년에 2조4천170억원의 유치를 기록해 경기도 총 투자유치 금액의 85%를 차지했다. 편리한 교통과 신속한 기업지원시스템인 ‘기업 SOS 시스템’이 한몫을 담당했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교육예산 증가 등의 대책이 있었으며 2년 만에 채무 비율이 10.7%로 낮아지게 됐다.
◇ 안양시, 초고층 청사 계획 백지화
안양시는 익산시에 비해 인구 규모가 2배가 넘고 재정자립도 또한 55.3%로, 20.7%에 불과한 익산시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예산규모 9천억원, 채무 1천억원 상당으로 익산시와 비슷하며 최근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재정난을 겪는 지자체이기도 하다.
재정자립도가 매년 하강하며 재정난에 시달리던 안양시는 2010년 100층 규모의 시청사 건축계획 발표로 전국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시청사 계획은 결국 백지화 됐고 이와 함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에 들어갔다.
특히 안양시의회에서는 예산절감 및 예산낭비 사례를 공개하는 조례를 제정해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2백여 대의 관용차 관리에도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보험을 가입하고 유류구입도 견적입찰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효율적인 국유재산의 관리를 통해 임대나 매각을 통한 시 재정 확충을 도모하고 있다.
◇ 익산시, “2016년까지 조기 상환 가능”
최근 익산시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지난 8일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종석 부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무에 관련한 소문을 일축했다. 한마디로 지방채 발행으로 마련된 예산은 필수적인 곳에 쓰였으며 이마저도 상환기간을 10년 앞당겨 2016년까지 모두 갚을 예정이므로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생긴 채무도 2034년까지 균등분할하면 부담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익산시는 앞으로 대규모 신규 사업을 지양하고 기존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익산시의 입장은 당장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재정긴축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에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익산시가 빚을 갚겠다는 노력도 좋지만 불필요한 낭비성 사업과 경상경비 절감 등의 노력, 세외수입 확보 등의 자구책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한다.
◇ 길이가 짧은 이불이 예산
지방재정위기가 처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3년 전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 때다. 재정사정이 극에 달해 지불유예를 선언해 당시 크게 주목을 받았으며 지자체 재정건전성 확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계기가 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통해 배운 재정건전성 확보의 길은 낭비성과 선심성 사업을 시행하지 않고 업무추진비 등 운영비 절감 등 내부의 노력에 있다. 사업타당성 검증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 내부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예산편성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실질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예산은 모든 분야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에 길이가 짧은 이불이라고 불린다. 재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시민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좋은 재정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정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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