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 맺은 희망후보는 정작 경쟁자인 이한수 후보

박경철 익산시장 당선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며 익산 지역에 지방선거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마치 희망제작소(소장 윤석인)가 자신을 희망후보로 선정한 것처럼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더구나 사실 확인 결과 박 당선인과 경쟁했던 이한수 후보가 정작 희망제작소 선정 희망후보였다는 점은 주객이 전도됐음을 가리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희망제작소가 이한수 후보를 희망후보로 선정했지만 오히려 희망후보라는 타이틀을 박 당선인이 사용함으로써 선거운동에서의 효과를 박 당선인이 가로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죄의 무게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지만 선거 결과가 736표라는 근소한 차이이기 때문에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받아들여 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외에도 박 당선인에게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의 무단 사용 여부와 선거공보에 병역사항 오해를 유발시키는 문구를 게재한 혐의도 함께 고발장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며 지방선거 이후에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고소인 조사를 마무리 하고 박 당선인의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이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당선인은 검찰 피소 사실에 대해 “기득권 세력의 음해에 불과하다”며 “무고죄는 무거운 범죄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며 강경 대응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송사에서 가장 큰 쟁점인 희망후보 사칭 문제는 박 당선인 스스로도 이미 일부분 시인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달 30일 박 당선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유수의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추천하는 익산시의 ‘희망후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자료에는 희망제작소의 입을 빌어 “시민 참여로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소통과 공감으로 사회를 통합하는 적임자로 박경철 후보가 선정됐다”고도 적시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로 판명됐다. 희망제작소 측에 문의한 결과 박 당선인과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희망후보 정책협약을 맺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오히려 경쟁상대인 이한수 후보와 희망후보 정책협약을 맺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희망제작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경우엔 과거에 목민관 클럽 회원이자 ‘좋은 시장 학교’를 수료하기도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희망후보 협약을 맺지는 않았다”며 “논란이후 양 측 후보와 그러한 사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박 당선인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몇몇 언론매체를 통해 전파된 뒤였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민감한 허위사실이 무차별 적으로 공표된 셈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박 당선인은 희망후보로 선정된 사실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도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지 않아 희망후보 사칭 의혹을 더욱 키웠다.

지난 6월 2일 박 당선인 선거사무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희망제작소로부터 희망후보와 동일한 깃발을 받았기 때문에 희망후보로 선정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착오를 시인했다. 이어서 “희망제작소가 목민관 수료생에게 희망후보와 똑 같은 현수막을 보내 착각할 수 있다고 인정하며 유감을 표했다”고 밝히며 희망후보 사칭 문제를 희망제작소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제공된 정보만으로도 희망후보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가 희망후보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확인절차도 없이 희망후보로 선정됐다고 공표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착각에 의해 발생한 일이었다 해도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니며 오히려 상대 후보가 희망후보임을 인지한 뒤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않고 선거를 치렀다는 점도 박 당선인이 검찰에서 해명해야 할 부분으로 남았다.

이에 만약 박 당선인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될 경우 ‘11전 12기’의 성공신화도 한낱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마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에서는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방송, 신문, 연설 등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을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