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안전 위협 뚜렷, “담당 공무원들은 허가 내 줄 틈만 노려”

(주)동일유업이 모현동 2가 22-6번지에 액화가스(LPG)충전소 설치 허가신청서를 지난 12월 5일 제출한 이후 반대민원이 발생하자 익산시가 불허 처분했다. 이후 (주)동일유업이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액화석유가스충전사업 허가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5월 30일 (주)동일유업의 청구를 인용했다. 5일 익산시에 통보하자 익산시가 단 이틀만에 가스충전소 설치를 허가했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최초 설치반대 민원인이 제기된 뒤 조치할 수 있는 조례제정, '익산시가스충전사업허가고시'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또한 행정심판위원회에 민원인들이 주장하는 공공의 안전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서류, 위험한 연결도로의 현황, 주변 도시계획 상황 등도 제출하지 않아 익산시가 업자의 편에 서서 행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가스충전소 사업의 시작

(주)동일유업은 지난해 12월 5일 모현동 배드민턴장 옆에 가스충전소 사업 허가신청을 냈다. (주)동일유업이 신청서를 익산시에 제출한 다음날부터 허가예정지 주변 29개 배드민턴 협의회와 자율방범대연합회, 신동발전협의회 등 5백여명이 여러차례에 걸쳐 허가 반대 민원을 제출했다.

익산시는 1월 12일 가스충전소를 허가하려다 집단민원이 발생하자 익산시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민원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허처분을 했다.

그러자 (주)동일유업이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익산시 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 법률 엄격한데도 익산시 허가 처분과정은 '허술'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4조는 가스충전소 설치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법 제4조 1항은 "사업의 영위로 인해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해치지 아니할 것, 연결도로, 도시계획, 인구밀집 등을 고려해 설치가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사업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할 것, … 이 법과 그 밖의 다른 법령에 적합할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같은조 2항은 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허가요건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면서 이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스충전소의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 법률을 근거로 익산시가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행정심판위원회가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는 자료나 정보를 익산시 공무원이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신 익산시가 이 법률보다 하위법인 같은 법 시행규칙 별표 3의 규정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법 시행규칙 별표 3의 규정은 (주)동일유업이 설치하고자 하는 저장용량 30톤 시설의 경우 ‘저장설비와 충전설비는 그 외면으로부터 보호시설까지 24미터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전라북도의 고시는 이의 2배인 48미터 이내에 보호시설까지의 거리 유지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는 게 익산시의 주장이다. 

▶ 조례·고시도 제정하지 않아

반대민원인들의 주장 핵심은 사업장 주변은 모현동과 신동 두 개 동을 관할하는 인구밀집지역으로 안전성과 위험성이다. 사업장 바로 앞 도로 건너편은 신동지역으로 상당히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다. 둘째는 가스충전소가 설치될 장소의 입구 진입도로에 감속거리 60미터가 확보되어야 한다. 출구 가속도로는 90미터가 확보돼야 한다. 이로 인해 이곳에 진입하고자 하는 차량과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 사이 큰 충돌사고가 노출되고 있다. 공공의 안전에 상당히 저해가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익산시는 행정심판위원회에 이에 대한 충분한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

셋째는 익산시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다. 또한 '익산시 가스사업 등의 허가 기준 고시'도 제정하지 않았다. 고양시의 경우 2010년, '고양시 가스사업 등의 허가기준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제6조(허가의 제한)에 시장은 "인구밀집건물 외면으로부터 직선거리 200미터 이내 지역에서의 충전사업" 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용인시도 "아파트 외면으로부터 200미터 이내",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아파트 외면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는 허가를 제한토록 했다.

또한 법률이 규정하는 도시계획도 고려해야 했다. 50미터 지근 거리에는 3천여 명이 이용하는 배드민턴장이 있고, 근처에는 익산국악원 건립이 예정되어 있다. 인근에는 배산공원이 있고 가스충전소로부터 53미터 거리에는 인근 노인들이 이용하는 팔각정이 있다.

▶ 상대정화구역 가스충전소 안돼

또 이 지역은  "학교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미터 이내"로 학교보건법이 정한 상대정화구역이다. 익산시가 가스충전소를 허가한 곳은 배산 실내체육관과 담도 없는 바로 옆 땅이며 학교 유치원 등 보호시설로부터 200미터 안에 접한다.

학교보건법은 "상대정화구역 안에 액화석유가스충전시설의 저장설비, 충전설비 및 탱크로리 이입충전장소 등 위험시설은 물론, 액화석유가스충전사업(자동차용기충전사업)과 관련된 부대시설(사무실, 세차시설)도 설치할 수 없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익산시는 이러한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민원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자 편을 들어주기 위해 오히려 더 노력을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과 무게를 갖는 이유다.

▶ 익산시의 주장

익산시는 반대민원이 줄을 잇자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법적인 안전거리 확보측면에서는 적합하나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익산시의 의견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민원인들이 공공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으므로 알아서 처분해 달라"고 내비치게 했다는 것이다.

민원인 대표들이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 관계부서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사업자의 서류는 두꺼웠으나 익산시가 제출한 서류는 몇장 없었다는 것이다. 익산시가 주변의 도시계획 관련 서류, 연결도로의 위험성과 차량사고의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행정심판위원회에 충분한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 행정심판위원회 관계자 입장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를 지난 13일 방문한 민원인 J씨 등에 따르면 전북도 담당 공무원이 익산을 방문했을 당시 익산시는 여타 다른 문제들을 이야기 하지 않았고 인구밀집만 주장해서 번화가 사진만 찍고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심판위원회는 민원인들의 주장을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가스충전소가 생기면 인구밀집지역의 주민들이 편리하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익산 방문 당시 반대 민원인이 현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인들이 주장하는 연결도로의 위험 등에 관련한 사진도 찍지 못했고 인터뷰도 못해 행정심판위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지체없이 처분하라'는 의미

민원인 J씨에 따르면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 관계공무원의 "지체없이 처분하라"는 것은 몇일 안에 허가해 주라는 뜻은 아니고 결정 통보를 하면 익산시가 다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전북도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행정심판이 완료되기 이전 익산시가 불허가 한 관련 자료와 전북도의 답변 자료를 전북도로 계속 보내줘야 하는 데 익산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심판위원회는 청구인의 주장에 이의 없다는 뜻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시가 추가 답변이 없기 때문에 도청에서 오히려 지식경제부에 문의한 결과 익산시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없이 불허한 것은 익산시의 잘못이다는 것이다.

▶ 익산시, 자료제출 부족공무원 자료 유출 의혹

도청을 방문한 민원인 J씨에 따르면 전북도청 공무원들도 되도록이면 피청구기관인 익산시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안타까웠다는 견해다.

행정심판위원회의 경우 9명의 위원 중 1명만 반대해도 인용이 되지 않는데 이번의 경우 청구인의 자료가 많고 익산시의 자료가 적었고, 결과적으로 신청인인 (주)동일유업의 의견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익산시 답변 자료는 아파트 몇개 동과 주택 숫자 자료와 가스충전소 불허가를 위한 안전거리를 배 이상으로 둔 타 시도 안전거리 조례 등의 자료 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구인인 (주)동일유업 측 자료에 따르면, 반대서명을 한 진정인 윤모씨 등 550여명의 자료를 분석해 사업장 지역인 모현동 주민은 72명 밖에 되지 않고, 반대서명을 한 사람들이 다른지역사람들이 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5명이 "반대측 사람들이 서명해 달라고 해서 서명을 했을 뿐"이라는 자술서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반대 민원인 자료가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익산시가 보호해야 할 진정인 564명의 반대서명자 명단을 (주)동일유업이 어떻게 입수해 반대 서명한 진정인들에게 왜 반대서명을 했느냐고 묻고 다니고 자술서를 쓰게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자료유출이 없다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 박종대 의장 "있을 수 없는 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민원인들은 지난 11일 익산시의회 의장실을 방문해 박종대 의장과 간담회를 열고 "익산시가 전북도에서 서류가 온지 이틀만에 성급한 허가를 내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대 의장도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가 반대민원을 제기한 민원인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전북도 담당공무원 단 두 명이 현장을 방문한 것은 탁상행정으로 이해할 수 없고 논쟁이 심한 곳은 행정심판위원회 위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야 정확환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은 "(주)동일유업이 설치하고자 하는 가스충전소는 시내 한복판으로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고 3,600여명의 배드민턴 회원들과 게이트볼 회원들이 운동하고 있는 체육시설 옆에 주유소 기름탱크와 가스탱크를 같이 묻어놓고 사업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기 때문에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산시 담당공무원은 "행정심판위원회가 '지체없이' 허가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즉시 허가를 내 줄 수 밖에 없었다"면서 "법적으로도 허가를 취소할 아무런 근거가 없어 허가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 실무자는 "민원인이 많다는 이유와 기존 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사업자의 합법적인 사업을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된다"면서 "익산시가 재량행위를 임의대로 해석하고 법의 취지와 반대되는 불허가 처분을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이 사안의 경우 익산시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고 관련 참고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도 않았으며 익산의 법률 조건으로는 48미터 이내 다중이용시설과 보호시설이 없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정부가 안전하게 규제하는 충전소를 설치함으로 인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공공의 이익이 더 발생할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익산의 경우 현재 법으로는 도심 한복판에 가스충전소 설치가 가능하며, 서울 같은 경우도 도심 한복판에 충전소가 설치된 것처럼 지역이 인구밀집지역이라도 현재 익산의 법으로는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안전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익산시가 이 충전소에 대해 불허가 처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타 도·시·군의 경우 인구밀집지역 주민의 안전과 가스충전소의 난립 등을 방지하기 위해 충전소 설치 거리를 더 멀리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해 이를 조정하고 있지만 전라북도를 비롯한 익산시의 경우 이러한 조례가 없어 조례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