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상인들 때문에 사업 좌초위기

상인들 “시의 책임 우리에게 떠넘겨”

역세권사업인 익산고속철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에 백화점을 들이는 문제를 두고 익산시와 상인연합회가 갈등을 겪고 있다.

익산시 건설교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시청 브리핑룸을 방문해 지역상인들이 백화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상인연합회는 “어제까지 좋은 방안을 협의해보자고 했던 익산시가 오늘 보도자료를 배포해 상인들 때문에 사업 못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에 대해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반발했다.

익산시는 지난 5월 건설회사인 현대켐코와 투자회사인 한국자산신탁 연합체를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자로 선정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환승센터 부지에는 시외·고속버스 터미널과 상가, 아파트, 판매시설 등이 들어서는데, 판매시설 부지에는 연면적 2천500평 정도의 백화점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2,160억원 규모로 전체 사업비중 90% 정도가 민간투자다.

익산시 관계자는 자료를 통해 “민자사업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백화점 입점이 필수적이지만 지역 상인연합회의 강력한 반대의견으로 민간투자자가 사업 재검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이 자칫 “물거품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익산시와 투자자 사이에 “협상을 벌이는 데 상인들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어제 저녁 익산시장과 상인대표들이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좋은 대안을 찾아보자고 말했고, 다음에 만나 의견을 교환하자며 헤어졌는데, 엉뚱하게도 오늘 보도자료를 내 상인들을 공격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시장과 전정희 국회의원, 시의장, 시의원, 시민단체인사 등이 의장실에서 만났을 때 이한수 시장이 백화점 유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놓고 뒤늦게 상인들 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상인회 관계자는 “민간투자자들이 백화점 유치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사업 보류를 검토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전주시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규모 판매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자들이 익산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합환승센터에 투자할 매력이 없어져 사업을 미루는 것을 갖고 마치 상인들이 백화점 입점을 반대해 그런 것처럼 핑계를 대고, 투자를 이끌만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차례 상인들과 만나 백화점 문제를 얘기했고, 익산시는 백화점에 지역상인들이 자유롭게 입점해 수수료매장을 운영토록 하자는 방안을 내놨음에도 상인들이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시장이나 공무원이나 유통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백화점 운영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직영하는 형식이며, 수수료 매장으로 입점한다 하더라도 매출액의 30% 가까운 수수료를 떼가기 때문에 입점하더라도 상인들은 월급쟁이로 전락하고 이익의 대부분이 서울 본사로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복합환승센터를 승인해주면서 국비는 적게 지원하며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여 사업을 하라는 것 자체가 결국 거대자본을 갖고 있는 대기업밖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부가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점점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대형마트나 백화점이나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롯데마트 증축한다고 시와 의회,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막아낸 것이 엊그제 인데, 이제는 백화점을 유치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자산신탁에서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국내외 경제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은 추진동력을 잃게 된다”며 “상인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