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쌩뚱맞게 완주에만 지정

익산시, 왕궁단지 뒤늦게 지정 요구

익산시의 국가산업단지와 주요 악취 배출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시급히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 및 대기환경보전법은 악취 배출허용기준이 낮게 설정돼 복합적인 악취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자치단체의 제재수단도 미미하며, 법으로 정한 배출허용기준을 맞춰도 악취가 진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가 엄격한 규제방법을 제시한 것이 2004년 제정한 ‘악취방지법’인데, 많은 지자체들이 이 법을 활용해 악취를 막고 있다.

악취방지법은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며, 개선명령 같은 실효성 없는 징벌규정에서 벗어나 사업장 사용중지나 업체에 대한 형사고발을 할 수 있다.

악취관리지역은 시장이 요청해 도지사가 지정하며, 도지사가 불응할 경우 시장은 환경부장관에 건의해 도지사에게 지정토록 권고할 수도 있다.

올 10월말 현재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9개 시도 28개 지역이다.

2005년 울산광역시가 미포국가산업단지와 온산국가산업단지를 전국 최초로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충남과 인천, 부산, 대전, 강원도와 경상북도, 경기도 등으로 확산됐다.

광주시는 지난 1일 조례 입법예고를 통해 광산구 하남산단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키로 했으며, 05년에는 광양만권 도시들, 즉 광양시와 순천시, 여수시에 맞는 대기환경조례를 만들어 시행해왔다.

전라북도의 경우는 07년 완주군 고산면에서 돼지 1만2천 마리를 키우며 가공도 병행하고 있는 ‘우리밀축산영농조합’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는데, 다소 쌩뚱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만금의 주 오염원이자 익산·완주 양 자치단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왕궁은 그대로 둔 채 이 보다 10배가량 돼지를 적게 기르는 완주군부터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주의 농장은 2000년 조성됐지만 왕궁단지는 수십 년이나 악취를 배출해왔다.

익산시의 대응이 완주군보다 늦은 이유는 익산시가 악취 관리를 더 소홀히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게 아니라면 이 같이 엉뚱한 결과가 나올 리 없는 것이다. 

악취민원이 깊어지자 익산시는 지난 13일 공문을 통해 왕궁축산단지와 그 주변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전라북도에 요청했다.

왕궁면 구덕리, 쌍정리, 쌍제리, 온수리 지역에는 축산분뇨배출시설과 폐기물재활용시설 및 소각시설 등이 밀집돼 있어 엄격한 배출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전라북도는 서류검토와 주민 및 업체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은 예정인데,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다.

게다가 익산시의 정책은 혼란스럽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보기도 전에 오산면 송학리에 있는 돼지농장을 매입해 시비 54억 원, 국비 16억 원을 들여 전원마을로 만들 계획을 짜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