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지난 22일 무산됐다. 이 법안은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꼽혔었다.

개정안은 대형마트가 밤 10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영업을 못하도록 하고, 의무휴업일을 2일에서 3일로 늘렸으며, 영업시간을 위반할 경우 영업을 정지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행대로 밤 12시부터 영업을 제한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올라온 개정안은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의견이 대립하면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는 상임위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토록 하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법사위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부터 아침 10시까지로 고쳐주면 통과시켜주고 그러지 않으면 못하겠다고 했다'는 협의결과를 당에 전달했고, 이에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주장에 반대하면서 법사위 단계에서 논의가 멈췄다. 따라서 내년 예산안 심사와 대선일정을 감안할 경우 올해 재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올해 5월 3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여야 의원 20명이 각각 다른 법안을 내놨고, 각 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무려 360명이나 된다. 중복서명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비난했다.

지경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 내용을 법사위에서 수정하려는 것은 합의내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고, 박 후보가 친재벌, 대기업 편향 후보임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22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일부 중소업자들과 농어민 2천여 명은 서울역 광장에서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밤 10시~12시까지의 영업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법안처리가 무산됐다는 게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여야 의원은 손인춘 이용섭 이춘석 이상직 이종걸 나성린 김영환 송광호 김상희 서용교 이인영 이진복 이노근 정수성 박홍근 최재성 이낙연 정청래 조경태 박완주 등 20명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