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국 28개 지역에서 시행중.. 업체에 시설 보조금 지원도 가능

전라북도는 사실상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손 놓고 있었다.

2004년 만든 악취방지법은 악취민원이 집단적으로 나올 경우 도지사가 산업단지나 농공단지 및 공업지역, 법에서 정한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지정권이 도지사에게 있는 것이다.

익산시도 마찬가지다. 법에는 시장이 주민의 생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도지사에게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도지사가 시장의 요청을 거절할 경우 시장은 환경부장관에 의뢰해 악취실태조사를 벌이고 이에 근거해 도지사에게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해주도록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익산시는 왕궁면의 경우 수십 년간, 산업단지 주변지역은 지난 수년간 악취에 시달려 왔는데도 잠잠히 있었다.

◇ 악취방지는 의무사항

환경정책기본법과 악취방지법은 환경오염을 미리 막고 환경을 관리하는 것, 악취를 막아 국민건강을 챙기는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의 기본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권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익산시의 경우는 지난 13일에야 왕궁면 일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전라북도에 요청했다.

익산시민들은 왕궁면 외에도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유독물질이 섞인 악취, 시내 주변 지역에서 나는 각종 축산분뇨 및 환경시설 냄새 때문에 더욱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지역들은 모두 빠졌다. 환경정책기본법과 이에 근거한 ‘익산시환경정책 기본조례’에는 시장이 환경오염 상황을 파악해 오염방지를 위한 조치를 수행하기 위해 감시, 측량, 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마다 판에 박힌 단속에 그치고 있으며, 악취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배출허용기준을 자주 위반하는 곳은 신고대상시설로 지정해 특별관리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다. 매년 사업장을 단속한 뒤 개선권고 몇 건, 조치명령 몇 건을 했다는 식이다.

따라서 언제까지 개선하고 조치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며, 시민들의 울화병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익산시 악취민원이 2010년 357건에서 지난해는 173건, 올 10월까지는 125건이 발생, 해마다 악취가 줄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게다가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마땅한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 엄격한 규제, 악취 해소 기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도지사는 매 분기마다 악취발생실태를 조사해야 하며, 그 결과를 매년 초 환경부장관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일반 배출허용기준보다 더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을 조례로 정해 업체들에게 지킬 것을 명령할 수 있다.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은 악취방지법 시행규칙에 느슨하게 규정돼 있는데,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시행하고 있는 전국의 자치단체에서는 이 중에서도 가장 강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여러 가지 물질이 뒤섞여 복합적 악취를 내뿜는 경우 기존보다 25~50% 이상 기준을 강화하고, 암모니아나 메틸메르캅탄, 황화수소, 아세트알데히드 등 22개 지정 악취물질은 작게는 한 배 많게는 네 배 이상 강하게 해 놨다. 

악취배출업체의 경우 악취관리지역 안에서는 악취배출시설을 설치하거나 변경하려면 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하고 악취방지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업체들이 엄격한 배출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먼저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후에는 사용중지 명령이 추가되며, 시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더라도 악취민원이 1년 이상 계속 되고 복합악취나 암모니아 등 22개 법정 악취물질이 일반적인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시설의 경우 시장은 도지사에게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다. 악취관리지역 내에 있는 사업장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 것이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업체가 반드시 피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법에 정한 중소기업이나 시장이나 도지사가 지원하고 싶은 사업장, 환경부장관이 특별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업장은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비용이나 기술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조례를 만들어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융자금 이자를 지원해주는 자치단체도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