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 잘못된 시설결정 및 설계 때문에 황등성당이 반토막 날 상황이다.

당초에는 성당 뒤로 도로(황등 중로)가 설계됐는데, 나중에 성당 건물을 가로지는 것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황등역에서 신정마을까지 폭 15m, 총 연장 1,137m로 60억5천만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황등중로사업은 2006년 3월 10일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거쳐 2010년 2월부터 실시설계용역을 시행하면서 사업이 시작했다.

황등역에서 함열역 방향으로 철길과 15미터 떨어진 지점에 직선으로 도로를 내고 있는데, 2003년부터 2011년 초반까지 익산시는 황등성당 측에 당초 성당 건물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도로보상 협의 공문을 8차례나 보냈다.

그런데 2011년 1월부터는 공문을 보내지 않고 황등성당 측과도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성당이 반쪽으로 갈라지는 도로계획시설결정을 해놓고 측량 결과 성당건물이 침해될 수 있다고 구두로 통보하면서 건물 보상문제로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정식감정가는 7억원으로 더 이상 보상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당측은 익산시가 토지에 대해서만 보상 협의를 했는데, 나중에 계획을 변경해 건물까지 헐어야 하는 상황에서 건축비도 조달할 수 없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황등성당 관계자는 "공익에 반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토지가 반쪽나고 건물을 헐게 되면 성당으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고 땅이 두개가 되면서 다시 성당을 건축할 수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익산시가 성당측과 협의도 없이 감정평가를 해 7억원만 보상해준다고 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정행위"라며 "작은 규모로 성당을 지어도 건축비만 최소 15억~20여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정식 공문도 없이 입으로만 7억원을 보상해주겠다고 말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익산시의 행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 도로의 경우 1977년 전라북도 고시에 의해 이미 시설결정이 고시되어 있었다"면서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고 편입토지 및 지장물 보상도 95% 정도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보상절차도 감정평가 금액 외의 보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변경이 더 이상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당 건물은 그 이전에 건축됐으며, 처음 익산시는 건물이 아닌 도로에 편입되는 일부 토지에 대해서만 보상협의를 벌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산시의회 조규대 의원은 "당초 이 문제는 도로가 설계된 지역의 지장물을 조사해 일괄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했는데, 나중에 공사하면서 성당을 헐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