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 이해 부재, 실태도 몰라.. 특정 공법에 짜맞춘 기본계획, 사전 담합 ‘의혹’
글 싣는 순서
Ⅰ 방향성과 현실
Ⅱ 환경관리공단의 현주소
Ⅲ 공법 검증
익산시는, 어떤 하수슬러지처리 공법이 좋은지를 비교분석해 달라는 기본계획 용역을 전문성이 전무한 기관에 발주하고, 터무니없는 내용이 담긴 중간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준공을 앞두고 철저한 보고서 검토가 필요하다.
용역을 받은 환경공단에는 하수슬러지처리공법 전문가가 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사실은 공단이 이를 하수슬러지처리 관련 용역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예상된 문제점은 환경공단이 익산시에 납품한 하수슬러지처리시설 기본계획 중간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공법사들의 선전을 여과, 검증절차 없이 그대로 적고 있어 사실과 다른 기술적 평가오류, 심지어 상식선에서 벗어난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때문에 전문지식이 부족한 지자체가 오판할 위험성이 높다. 그럼에도 익산시는 이런 오류투성이 용역의 대가로 1억8천만원을 지불한다.
특히, 특정 공법에 대해서는 허위사실까지 나열하여 가장 우수한 것으로 부각시키고, 타 공법은 왜곡, 저평가함으로써 특정 공법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수많은 오류 가운데 몇 가지만 간추려서 살펴본다.
몰상식
하수슬러지 처리기술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처리시설설치 실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 7-78~7-80페이지의 <표 7.3-22, 23, 24> 및 <표 7.3-25>는 . 수도권 2단계 사업인 '고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수주업체인 '한종'이 조작한 허위사실이다. 조춘구 수도권매립지 사장은 국회 국감장에서 “고화처리가 세계 최초이기 때문에 실패 할 수밖에 없었다"고 최종 해명한 바 있다.
수도권매립지에 설치된 고화시설은 단순 혼합설비에 불과하다. 원론적으로 '유기물 고화처리'는 불가능하다.
7-104페이지 중간부분에서 "하수슬러지의 낮은 발열량을 극복하기 위하여 폐플라스틱이나 석탄 등을 건조슬러지와 혼합하여 연료화하는 기술" 운운은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일반 공산품이나 농산물건조와 달리 하수슬러지 건조는 점성구간 및 폭발위험성 등으로 인해 특별한 기술이 요구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폐플라스틱이나 석탄 등을 하수슬러지와 섞어 건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선진국은 없다.
같은 페이지 후단에 "건조된 슬러지는 성형기를 통해 성형하게 되는데, 연료화 제품의 용도 및 물류상황에 따라 성형기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성형제품 역시 최종 제품의 용도에 따라 직경이 30mm에서 15mm이내에서 결정하게 된다"고 적고 있으나 이는 상식 밖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조의 경우 최종제품 함수율을 10%이하(완전건조)로 규정하고 있다. 완전건조된 슬러지는 성형기에서 성형 될 수 없다. (쌀의 함수율은 16% 정도) 따라서 7-109페이지의 성형기가 건조기의 후단에 그려진 <그림 7.3-22>는 성립될 수 없는 공정도이다.
또한 다량의 건조슬러지를 보조연료로 소모하는 시멘트회사나 화력발전소 등에서는 연료를 공기이송하기 때문에 입자크기를 30mm, 15mm크기로 성형한다면 사용이 오히려 불편하다.
기술적 오류
7-130페이지 중간부분에는 건조기의 종류를 나열하며 슬러지 건조에 주로 사용되는 건조기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다. 통기건조기나 기류건조기는 하수슬러지건조기가 아니다. 통기건조는 제약공정 등에서 고가의 분말건조에, 기류건조는 변질되기 쉬운 미세입자 건조에 적합한 건조기이다. 또, 뒤에 나열한 전도가열건조기, 동결건조기, 분출형건조기, 분출층건조기도 하수슬러지 건조에 적용할 수 있는 건조기가 아니다.
또한 같은 페이지의 건조슬러지 특성에서 최종제품의 '입상'구분은 정반대로 되어 있다. 유동상이나 드럼 등 '직접건조방식 제품은 입상(작은 알갱이)이지만, 디스크나 패들 등 '간접건조'에서는 조립자체가 불가능하다.
디스크나 패들 등 간접건조 공정에는 슬러지 이송이 디스크/패들의 회전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전 성형하면 입상이 부서지고, 건조 후 성형은 점성이 없어 불가능하다.
열매체 온도에서 직접건조의 경우 200~400℃, 간접건조는 200℃로 적시하고 있으나 사실은 직접건조인 유동상이 85℃, 드럼이 450℃, 간접건조인 디스크/패들이 160℃ 정도이다.
건조배출가스량 항목에서는, 직접건조를 '대'로 간접건조를 '소'로 적고 있으나, 간접건조인 디스크 패들의 배출가스량은 직접건조인 유동상의 100배에 달한다. 지난 2009년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디스크 및 패들의 배출가스는 3,000N㎥(100톤/일 처리기준)로 유동상의 28N㎥의 100배를 상회한다.
7-141의 디스크 건조기 설명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실적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이는 과장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디스크건조기로 함수율 10% 이하로 건조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설치사례도 페이지 8-19 <표 8.5-1>에서 보듯이 대부분 소각의 전처리시설(함수율 50%~60%정도까지 건조) 실적이다.
7-141에서 디스크건조기의 "열원으로 스팀, 열매체 오일 등이 사용되고"라고 기술하고 있으나, 열매체 오일은 디스크 건조기의 열원으로 사용될 수 없다.
7-142에서 디스크 건조기를 설명하면서 "분진발생량이 많지 않고"라고 기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건조물 자체가 분진이다.
이같이 환경공단의 하수슬러지처리시설 중간 보고서는 기술적 무지의 소산이다.
부실한 건조공법 조사
8-20에서 디스크 건조기(A)를 적시하면서 "건조기 내부압력을 진공"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나, 여기서 '진공'은 '음압'의 오류다.
현재 유럽 및 중국, 미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유동상건조는 소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표 8.5-14>와 <표 8.5-15> 및 페이지 10-49의 유동상 건조기와 관련된 설명부분은 전혀 엉뚱한 기술이다.(2001년 당시 경쟁사의 선전내용을 그대로 옮긴) 이는 인터넷매체를 통해서도 간단히 확인된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정 공법과의 담합 의혹
특히 이 보고서는 특정 기술이 확정돼야만 만들 수 있는 처리계통도를 이미 다 설정해 특정기술공법사(디스크건조)와의 담합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 10.3.1-1>은 디스크 건조 공법만이 필요한, 건조가스 처리에 재순환+연소장치를 설정하고 열원설비를 보일러와 연소로로 규정하고 있다. 일견하면 디스크건조나 패들건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지만 기술에 대한 설명, 기술에 대한 비교평가 등을 살펴보면 디스크건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10-68 "시설규모 : 60톤/일 X 2계열(120톤/일)"로 규정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계열수는 현실에 맞게 제안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시설 규모를 정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일일 처리량과 연간가동시간의 규정이다. 즉 익산시의 경우는 처리량 120톤/일과 연간가동시간 8,000시간을 보장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연간가동시간은 연차보수기간과 기기고장 및 정전으로 인한 갑작스런 가동정지를 포함한 시간이다.
2기를 설치할 경우는 1기 대비 부지는 180%, 운전요원은 160%가 필요하게 되고 시스템이 복잡해지며 투자비 및 보수유지비는 140~150%로 증가한다.
1기로 충분한 사안을 30%정도의 예산을 더 투입하면서 까지 굳이 2기 설치를 규정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투자비를 늘리고, 연간가동시간이 6,480시간(약 270일)정도의 저급한 기술로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의도 말고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가동률을 핑계 삼아 비난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 왜곡이다. 거의 모든 시설은 일반적으로 설계용량의 20~100%, 적어도 50~100% 구간에서 정상가동이 보장된다.
지난 29일 익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취재 대상인 익산시하수슬러지처리시설 기본계획 중간보고서는 아직 결론을 낸 단계가 아니어서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또, 지난해 11월 초 중간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환경공단과 계속 교류하면서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법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면서, 특정공법에 노골적으로 편향된 보고서다. 또, 이 중간 보고서는 1년 이상의 용역기간동안 준비된 것이다. 이런 오류들을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의문이다.
오삼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