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농협 이사회에서 한차례 선임이 부결된 상임이사 후보가 다시 후보로 추천됐지만 대의원들이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부적절한 인사를 추천한 농협 인사위원회의 전횡이 입에 오른다.

익산농협은 지난달 31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상임이사 후보 김조홍씨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58명, 반대 36명으로 부결했다.

농협 직원으로 일하다 상임이사를 지낸 후 퇴직한 김 후보는 농협 인사위원회로부터 새 상임이사 후보에 추천됐으나 지난 9월 이사회가 부결했다.

상임이사 선임에 앞서 그의 과거 행적이 적힌 괴문서가 조합원들에게 대량 배포됐으며, 일부는 그런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사위원회가 다시 김씨를 상임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이사회 투표 결과 찬성이 많아 받아들여졌으나 대의원 총회에서 부결한 것이다.

농협 인사추천위원회는 조합장과 농업관련 기관장, 이사 3명, 대의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서 상임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하지만 1회 추천은 봐줄만 하더라도, 한 번 부결된 인사를 다시 추천하는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사회 통념에 맞지 않을 뿐더러 이사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가운데 투표를 거쳐 7대5로 통과된 것도 문제가 있다. 논란 있는 후보를 억지로 추천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현 이완구 조합장과 그 이전 조합장 세력 간의 알력에다 지난 조합장 선거 때 일어난 후보간 갈등까지 가세해 농협의 주요인사들이 조합원의 뜻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최종 승인 단계인 대의원 총회에서 종지부를 찍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른바 '신구세력' 간 세 대결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조합원들의 심정은 씁쓸하다.

조합의 주요 인사들이 패거리를 지어 움직이며, 아울러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을 분열시키는 모양새가 농협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다분히 기득권을 유지하자는 속셈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다. 

조합원 K씨는 "일단 조합장이 새로 선출됐으면 상임이사도 조합장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을 추천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신구세력을 막론하고 전문성 있고 부패하지 않은 인사를 공정하고 투명한 논의를 거쳐 선임하는 것이 조합원들을 섬기는 도리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