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민원인들 정보가 사업자에 유출, 사업자 도와”

 신동 접경지역의 가스충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이 빗발치는 가운데, 익산시는 사업자 쪽의 행정심판 제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행정심판위원회가 사업자 손을 들어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허가를 내줬다.

특히, 행정심판에서 져야 할 이유가 없었는데다, 결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 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했는데도 공무원이 사업자에 유리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주)동일유업은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가스충전소 설치를 불허한 익산시의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사업자의 청구를 인용 재결해 익산시에 통보했고, 익산시는 단 이틀만에 가스충전소 설치를 허가해줬다.

익산시는 이 과정에서 최초 설치반대 민원이 제기된 뒤 조치할 수 있는 조례제정도 하지 않았고, '익산시가스충전사업허가 고시'도 제정하지 않았다. 또한 민원인들이 주장하는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황 서류, 위험한 연결도로의 현황, 주변 도시계획 상황 등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하지 않는 등 업자에게 유리하게 대응했다는 의혹을 불렀다.

(주)동일유업은 지난해 12월 5일 익산시 모현동 2가 22-6번지에 액화가스(LPG)충전소 설치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익산 가스충전협회를 비롯한 주민 500여명은 이곳이 인구밀집지역으로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익산시는 민원을 받아들여 불허 처분했다. 그러자 (주)동일유업은 익산시의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행정심판위원회가 (주)동일유업의 손을 들어주는 심판결과를 지난 5일 익산시에 통보하자, 익산시는 이틀 뒤인 7일 가스충전소 설치를 허가했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4조1항의 허가기준에 따르면, 사업의 영위로 인해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고, 연결도로, 도시계획, 인구밀집 등을 고려하여 설치가 적정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사업시설을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익산시가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서류는 인구밀집에 관한 일부 서류만 있었을 뿐 인근 도로의 주행 차량들로 인한 급정차 시 안전의 위험, 연결도로의 협소로 인한 교통정체 및 사고위험 상황, 상대정화구역에 관한 자료, 다른 법령들에 대한 검토 등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들이 오류를 범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익산시는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 관계자들이 익산시를 방문했을 당시 500여명의 반대 민원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민원인 대표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아 반대민원인들의 의견이 전달되지도 못했다. 게다가 불허입장을 알리는 추가 자료나 충분한 답변자료를 행정심판위원회에 보내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민원인들이 지난 14일 전라북도를 방문해 자료를 확인한 결과 가스충전소 설치를 반대했던 민원인들에 관한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업주는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반대 서류에 서명한 민원인들로부터 그 효력을 부정하는 자술서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전북도청을 방문했던 민원인 J씨는 "전북도청 행정심판위원회 담당공무원의 현장 출장 시 허가반대민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함에도 (익산시 공무원들이) 반대민원인들에게는 알려주지도 않고, 행정심판을 청구한 (주)동일유업에 반대서명자 명단을 제공해 분석하게 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행정심판에서 인용하게 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익산시 관계자는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지체 없이' 허가를 해야한다는 규정 때문에 이틀만에 허가를 했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익산시의회 박종대 의장은 익산시 감사관실에 즉각 감사토록 조치하고 한점 의혹도 없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및 유착 여부를 철저히 가려달라고 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