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협 “공직비리부터 사과해야”

익산시청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시민감사관제 도입에 대해 공식 반대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시민감사관제를 반대하기 전에 공직비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시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일 ‘익산시의 시민감사관제 추진을 강력 저지한다’는 제하의 내부성명을 통해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실망을 안겨줄 경우 1천200여 조합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익산시민사회단협의회의 요구에 따라 실시될 예정인 시민감사관제의 문제는 ‘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수십 수백의 시민사회단체를 아우르는 대표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례안에 명시된) 시민감사관의 자격요건은 변호사나 회계사 또는 감사분야 박사학위 취득 후 3년 이상 해당 분야 경력자이지만, 또 다른 요건의 하나인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하는 덕망 있는 자’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익산시가 지난해 12월 14일 입법예고한 ‘익산시 시민감사관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제3조 4항 4호에는 “사회적 신망이 높고 행정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시민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자”는 시민감사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노조는 특히 “시민감사관제가 실시된 후 위험성 있는 업무를 과연 누가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제도 실시 이후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계약직 시민감사관을 채용하면 동료(시청 직원) 중 누구 한 명은 또 승진의 기회가 박탈될 것이므로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익산시 내부에서 발생되는 일부 비리행위는 직원 개개인의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직원이 범죄자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는 틈을 타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우를 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개방형 감사관이 채용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옥상옥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개방형 감사관제의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공무원으로 채용할 경우 지방계약직공무원 임용령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조례안은 위법성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조의 주장은 일부 논리의 비약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조례안(3조3항6호)에 명시된 ‘시민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자’는 단순히 추천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성이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일은 아니고, 이러한 자격 요건은 시민감사관으로 채용될 수 있는 여섯 가지 요건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게다가 또 다른 자격기준의 하나(3조3항5호)인 ‘지방자치단체에서 6급 이상 공무원으로 감사 분야에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공무원과의 유착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지적은 없다는 게 흥미롭다.

특히 “위험성 있는 감사업무”,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억측스러운 면이 있어 보인다.

감사업무가 왜 위험성이 있다는 것인지, 위험성이 있다면 시청 감사관실 직원은 상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주장인지 명확치 않고, 시민감사관제 도입으로 익산시의 공직사회가 청렴해질 경우 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인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개방형감사관제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개방형감사관은 현재 익산시 본청 업무에 대해서는 정례감사를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행 감사제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대안 제시가 없다.

특히 노조는 조례안의 일부 항목을 개정하는 것이 아닌, 시민감사관제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시민정서와는 동 떨어진 행보를 취했다는 게 석연치 않다.

이와 관련, 익산 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노조가 공직비리에 대해서 단 한 번의 시민사과도 없이 책임회피로 일관하더니, 서울시 구로구에서 성과가 검증된 제도를 도입하는데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반대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무원 개인비리가 왜 공직사회 책임이냐고 억울해하며, 승진자리가 줄어든다며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공무원노조의 입장은 공직자로서 역할에 충실한 많은 공무원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노조는 공직비리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행정의 신뢰회복을 위해 시민감사관제의 조건 없는 수용과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