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양호한 활동·당직자 합심이 승리 요인

지난 10~12일 치러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경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익산을지역에서 모바일 공천혁명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익산갑지역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인 이춘석 후보가 양호한 의정활동 평가와 지역위원회 소속 당직자들의 합심으로 현역물갈이 여론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동원선거, 조직선거 경향은 모든 후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 모바일 혁명

정치신인인 전정희 후보가 휴대폰(모바일)투표에서 조배숙 의원을 누른 것은 승리의 직접적 원인이다.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은 을지역에서 총 1만2,062명이었는데 이중 64.6%(7,793명)가 투표에 참여했다. 현장투표율 37.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중요한 것은 순수하게 조직과 동원만으로 승부가 갈렸다면 조 의원 측이 휴대폰투표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다.

"모바일 투표 결과도 현장투표 결과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까 봐야 알겠지만 전반적으로 같은 비율로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높아요." 복수의 조 의원 캠프 관계자가 현장투표장에서 한 말이다. 이 같이 조 의원 캠프에서는 휴대폰투표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전정희 후보가 유력정치인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조 의원보다 조직력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았다.

휴대폰투표가 전적으로 조직력에 좌우됐다면 현장투표율 결과를 반영할 경우 조 의원은 전 후보보다 1,480표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휴대폰투표가 실시된 지난 10~11일 이틀 동안 조 의원 캠프가 현장투표만 믿고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예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전 후보는 조 의원을 495표 앞섰다.

이는 휴대폰투표에서 조직력보다는 민심이 반영됐다는 반증이다.

비록 각 후보 측에서 휴대폰선거인단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 하더라도 실제 투표를 할 때 유권자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에 역선택이 가능하다.

게다가 투표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적극적 투표성향의 일반인들이 참여하기 쉬워 투표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현역물갈이 여론이 상당수 반영됐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선거구별 득표결과도 흥미롭다. 익산을선거구 총 선거인단은 익산갑보다 1천500여명이 많았는데, 갑선거구 이춘석 의원이 총 7,331표를 얻은 반면, 조 의원은 5,977표밖에 얻지 못했다. 이는 조 의원이 그만큼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또 전체선거인단의 절반 이상이 기권 표라는 것을 점을 감안하면 전정희 후보가 표를 많이 가져갔기 때문에 조 의원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조 의원 스스로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다는 점이 패인인 것으로 보인다. 전 후보에게 부여된 20% 가산점을 빼더라도 조 의원은 불과 전 후보에 277표 앞서는 데 그쳤다. 현역의원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조차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후보경선 결과는 그동안 조 의원이 사령탑으로 있던 익산을지역위원회 운영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조 의원에 대한 시민여론이 악화된 것과 함께 80%에 육박하는 현역교체여론을 조직력만으로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 현역 벽 높아

익산갑지역의 경우에는 누구랄 것도 없이 조직력을 총 동원한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이 지역에서 지방의원들을 통제하고 있는 이춘석 의원의 조직력이 한병도 전 의원보다 더 강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의원에게는 특별한 적대세력이나 흠결이 없어 민심이반이 없었다는 게 현장·휴대폰 투표 모두에서 승리하는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의정활동 측면에서도 초선의원으로서는 상당히 양호한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평소 익산시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지역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 우호세력

일각에서는 특정후보가 확보한 우호세력이 투표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산을지역에서는 조배숙 의원이 시의원 2명을 타 후보에게 뺏겼다.

백경민·송병원 시의원이 박기덕 예비후보 쪽으로 갔다.

전정희 후보의 경우 공천예심에서 탈락한 박기덕 캠프 인사들이 뒤늦게 합류하면서 플러스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익산갑 이춘석 의원은 옛 국참당·무소속 출신인 이영수·조규대 시의원을 캠프에 합류시켰는데, 한병도 후보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시의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편, 원불교와 개신교의 일부 세력이 경선 승패에 얼마나 위력을 발휘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종교계 인사들의 권유로 선거인단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실제로 투표를 했는지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줬는지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