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방식으로 건립되고 있는 왕궁 축산분뇨처리장이 시의회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분별한 민간투자사업 때문에 익산시가 장래에 민간업체에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시의회 손문선(무.바선거구)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제153회 임시회 1차본회의에서 행한 5분발언을 통해 "왕궁가축분뇨시설 보강공사를 민간투자방식으로 실시하고, 민간업체에 시설을 위탁하려면 마땅히 법과 조례에 의거해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익산시는 그러지 않았다"며 "의회에서 위법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익산시 사무의 민간위탁촉진 및 관리조례' 4조에는 "시장이 사무를 민간위탁하고자 할 때에는 자치사무의 경우 익산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익산시는 의회 동의 없이 2008년 9월 민간투자협약을 맺고 같은 해 12월 공사를 시작,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국비 413억여원, 도비 22억여원, 민간투자 127억여원 등 모두 563억1천700만원이 투자됐다.

손의원은 이어 "익산시는 민간업체와의 협약에 의해 투자비용, 운영비, 이윤 등을 포함해 연평균 88억원씩의 예산을 지급해야 한다"며 "15년 동안 무려 1천321억여원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2003년 동양건설산업 컨소시엄(7개사)이 제안했는데, 하루 700톤의 돼지똥을 처리하는 분뇨처리장을 짓고 돼지 축산농가에 저류조를 설치해주는 사업이다.

완공 후 15년 동안 운영한 뒤 익산시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이자를 포함한 9%의 수익률과 물가상승률 3~4%, 운영비 등 15년 동안 익산시가 부담해야 할 총액은 1천321억7천600만원이다. 동양건설산업은 나중에 벽산엔지니어링으로 지분을 넘겼다.

손문선 의원은 또 "왕궁 축산분뇨처리장 외에도 익산시가 민간투자를 받아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모현도서관, 복합문화센터, 06년 및 09년 하수관거사업, 5개 하수시설 등이 있다"며 "향후 익산시는 매년 330억원을 갚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익산시는 이번 임시회에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관리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제출해 분뇨처리장의 민간위탁 근거를 마련하려 했으나 16일 조례안 심의에 나선 보건복지위원회는 민간위탁 조항을 삭제한 후 통과시켰다. 익산시는 다음달 민간위탁동의안을 올릴 예정이지만, 불법행위와 관련한 논란을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