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와 익산시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정부정책이라며 소개한 자료에는 지난 ‘08년부터 2017년까지 20조3천억 원을 농업에 투자한다고 되어 있다.
분야별 투자계획을 보면, 단기적 피해보전에 1조2천억 원, 품목별 경쟁력 강화에 6조9천968억 원, 한국농업의 체질개선에 12조1천459억 원이다.
하지만 이미 ‘08년에 6천108억원이 투자됐고, 나머지 18조9천129억원을 ’09년부터 ‘17년까지 9년 동안 투자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당장 내년에 ’12년도를 맞이하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대책으로 비쳐질 수 있다.
◆농축산물 관세 단계적 철폐
우선 FTA 내용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에 붙인 관세 40%는 15년간 완전 폐지된다. 냉장 삼겹살 및 목살에 붙인 22.5%의 관세는 단계적으로 줄어들다 10년 후 완전히 없어진다. 냉동 목살에 붙인 관세는 ‘16년 1월부터 없어진다. 현재 수입되고 있는 돼지고기의 73%가 냉동이다.
고추와 마늘, 양파에 붙인 관세도 점점 줄어들다 15년 후 완전 철폐된다. 사과에 붙인 관세 45%는 후지품종의 경우 20년 후, 나머지 품종은 10년 후 폐지된다. 배 관세 45%는 동양배 품종의 경우 20년, 나머지는 10년 후 없어진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관세가 완화되는 조건이다.
정부는 쇠고기와 냉장 삼겹 및 목살, 고추 마늘 파, 사과에 대해서는 일정 물량 이상 수입될 때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는 점을 협상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고령화 문제를 앓고 있는 농촌의 주민들이 거의 자연사 할 때까지만 관세가 조금씩이라도 유지되고 그 후부터는 완전 자유화된다는 게 협상의 골자로 보인다.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14년까지만 쌀 개방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15년부터는 개방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
◆분야별 정부대책
정부는 분야별로 대책을 세웠는데, 품목별 경쟁력 부문 중 축산분야(4조6천940억 원)에서는 △축사시설 현대화 △조사료생산기반 확충 △분뇨처리시설 등 17개 대책을 내놨다.
원예분야(2조2천822억 원)에서는 △인삼계열화 지원 △원예작물브랜드 육성 △과수고품질생산시설 현대화 등 14개 사업. 식량분야(206억 원)에서는 △밭작물브랜드 지원 △고랭지 감자광역유통이 포함됐다.
한국농업의 체질개선 부문은 26개 사업인데, 이중 맞춤형 농정 추진 분야(8조8천748억 원)에서는 △농업경영체 등록제 시행 △경영이양직불금 △교육훈련 △농기계 임대 △후계농 육성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금 △재해보험 지원 사업을 내놨다.
신성장동력 확충 분야(3조2천711억 원)에서는 △광역식품클러스터 조성 △친환경물류센터 건립 △농림기술 개발 △바이오기술 산업화 △해외시장 개척 △한식 세계화 지원 등 18개 사업이 들어있다.
마지막으로 단기적 피해보전 부문(1조2천200억 원)은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및 폐업지원비로 구분됐다.
제도적으로는 면세유를 ‘15년까지 공급키로 했고, 농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비부가세 혜택을 ’14년까지로 연장키로 했다. 농식품투자조합에는 세제혜택을 주고, 시설현대화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릴 경우 신용보증을 확대키로 했다.
◆더 많은 투자 필요하다
정부 대책을 보면, 이 정도의 대책만으로 농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겹치는 것이 많다. 또 정부는 ‘08년부터 12년 동안 지원할 예산을 제시했는데, 연 평균으로 따지면 1조6천9068억 원에 불과하다. 예산 확충계획이 없거나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 대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농축산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가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종묘 생산 분야와 농업관련 특허 문제에 대한 대책이 나와 있지 않다.
정부가 다양한 종묘 생산에 투자를 늘려 농민들에게 값싸게 종자를 보급하고, 협정내용에 지적재산권이 중요하게 다뤄진 만큼 우리 농민들이 선진국의 농법을 사용하고 있을 경우 특허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
김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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