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대안입찰가는 최처가 방식보다 20~30% 높아 예산낭비 소지

입찰방식 변경으로 대형건설사 독식, 설계심의위원 매수·업체 담합 사전방지

익산시가 일반산업단지 진입로 공사업체를 최저가낙찰방식에 의해 선정키로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시는 지방채 상환부담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당초 결정된 대안입찰에서 기타공사 방식(최저가낙찰제)으로 변경, 예산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저가방식 비판론

최근 일각에서 익산시가 대안입찰에서 기타공사로 업체 선정 방식을 바꾼 것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주로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또 최저가 입찰방식이 대안입찰보다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근거가 모호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특히 최저가낙찰방식은 부실시공 우려가 있고, 향후 설계를 변경해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건설업계의 통상적인 분석과 전혀 다른 의견도 나왔다.

대안입찰이 당초 발주처에서 설계한 것 보다 공사비가 적게 들고 공기가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률이 평균 70%이기 때문에 대안입찰 낙찰률 70~80%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산단 진입로에 연약지반이 있고, 500미터 교량이 있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최저가 입찰은 기술력 면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300억원 이상 공사의 입찰방식을 결정하는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운영기관인 전라북도는 입찰방식의 갑작스런 변화가 행정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안입찰은 비리의 온상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입찰에 대한 옹호는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관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는 더 설득력이 있다.

2002년 국내 6개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50개 중견건설업체들은 유례 없이 이상한 행동을 했는데, 정부가 대안입찰제를 없애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업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대안입찰제 폐지를 제안한 이유는 뭘까. 대안입찰이 자본력이 풍부하고 평소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일 수 있는 몇몇 대형건설업체의 잔치판으로 전락했기 때문이었다.

대안입찰은 발주기관이 먼저 설계를 한 후 공사에 참여할 2~3개 대형건설업체들이 이에 대한 대안설계를 내놓고 중앙 또는 지방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설계심의를 거쳐 시공까지 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제도’의 하나다. 턴키방식과 유사하다.

이런 점에서 대안입찰은 세 가지 고질적 단점이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대안입찰은 발주기관이 당초 설계한 것으로 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에 참여할 대형 건설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대안설계'로 시공하기 때문에 일단 발주기관이 투입한 설계비용이 고스란히 낭비된다. 설계비는 보통 공사비의 3%다. 1천억공사라면 30억여원이 낭비되는 것이다.

또 대안입찰은 공사비절감이라는 당초 취지를 벗어나 최저가 낙찰률보다 20~30% 정도 공사비가 많이 책정된다.

경실련이 2005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전국에서 발주된 대안입찰공사 71건을 분석한 결과 대안입찰 평균 낙찰률은 86.4%로, 최저가낙찰제 평균 60.9%보다 20~30% 높았다.

이런 결과는 대안입찰제의 근본적인 결함에서 나온다. 대안입찰은 설계비가 워낙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형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따라서 보통 2개, 많게는 3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는데, 담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사비 담합 뿐만 아니라 설계심의위원 및 공무원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가 이뤄진다.

2009년 턴키공사 설계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연세대 이모 교수는 자신이 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공사에서 업체가 뇌물을 주고 설계심의위원과 공무원 등을 매수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처벌됐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시공사로 결정된 K업체는 우선 공무원을 매수해 900명이 넘는 설계적격 평가위원 후보 명단을 확보한 다음, 직원들을 동원해 학연·지연으로 구분, 특별 관리했다. 입찰 당일에는 적격심사 평가위원으로 최종 선정된 10의 명단을 입수하고, 위원들 집 앞으로 직원들을 보내 집을 나오는 위원에게 돈가방을 건넸다. 이 장면이 주차장 CCTV에 그대로 찍혔다. 어떤 위원들은 고속도로 상에서 뇌물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대형건설업체들이 조달청에 등록된 심의위원 후보 3천명의 3분의2 가량을 평소에 관리하고 있다는 게 상식으로 통했다. 대형업체가 특정공사에 참여할 경우 발주기관은 후보 중에서 무작위로 위원 10명가량을 뽑는데, 업체는 휴대폰을 통해 "위원으로 선정되면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뇌물을 건네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2002년 중견건설업체들이 재경부와 건교부에 대안입찰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극소수 대형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내세워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담합을 벌여 전국의 대형공사를 ‘나눠먹기식’으로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는 선정된 업체로부터 설계비를 보전 받는다.

이렇게 따낸 공사를 대형업체들은 하청을 줄 때 중소업체끼리 경쟁을 시킨다. 때문에 중소건설업체는 하청을 받아도 손실을 입는 반면, 대형업체는 하청만 줘도 남는 장사가 된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 6개월간 대안입찰로 시공된 28건의 대형공사를 분석한 결과 평균낙찰률이 85.7%로 나왔고, 최저가낙찰제로 시공했을 때보다 9천110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턴키·대안입찰에 따른 각종 비리와 뇌물수수, 금품향응 제공 사건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근 수년간 이슈가 된 굵직한 사건만 살펴봐도 대안입찰과 턴키입찰제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지난 6월에는 인천시 공무원이 턴기공사 수주 편의 대가로 업체로부터 내기골프를 통해 뇌물을 받고 고속도로에서 현금을 전달받아 적발됐다.

설계심의위원 10명도 금품 또는 향응을 접대 받아 기소됐다. 업체는 심의위원들에게 뇌물을 전달한 후 심부름센터 직원을 시켜 또 다른 업체에서 뇌물을 받는지 밀착감시하다 들켰다.

지난해 10월에는 성남시장과 친인척이 신청사 턴키공사 때 뇌물을 받아 검찰수가 진행됐다.

이에 앞선 4월에는 당진군수가 군청 신청사 턴키 공사를 발주하면서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적발돼 구속됐다.

같은 해 1월에는 서울시 송파구 ‘가든파이브’ 턴키공사 때 업체가 심사위원들에게 뇌물을 줘 적발됐다.

2009년 9월에는 부산 화전산업단지 턴키공사 시 업체로부터 평가위원들이 뇌물을 받아 기소됐다.

같은 해 8월에는 성남장애인복지관건립공사 턴키 입찰시 세 건설사가 담당공무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8년에는 춘천시 도시형폐기물종합처리시설 턴키입찰 때 업체가 공무원과 교수, 연구원 등 심의위원에게 뇌물을 전달해 20명이 기소됐다.  

2007년 5월 감사원이 턴키 및 대안입찰 공사를 감사한 결과 업체들이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예산낭비사례를 지적했다.

2006년 5월에는 KTX 대안입찰 발주 때 업체가 설계심의위원에게 뇌물을 전달해 적발됐다.
2005년 10월에는 대전광역시 턴키심사위원인 공무원이 업체의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아 단속됐다.

2004년 11월에는 서울 지하철 7호선 대안입찰 참여 업체들이 담합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큰 폭의 예산절감 효과 기대 

이번에 이한수 시장이 전격적으로 기타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익산시는 예산절감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을 맡고 있는 경영개발과 관계자에 따르면, 대안입찰 방식보다 기타방식으로 시공할 경우 입찰 참여업체  사이에 경쟁을 유도해 최대 2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익산시청 국장의 뇌물수수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상황이라, 투명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도 이 시장의 결정은 잘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익산시의 부채문제를 지적하며 예산절감을 누차 요구한 바 있다”며 “이번에 산단 진입도로공사 발주방식이 최저가낙찰방제로 변경된 것은 환영할 만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