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1조7천억원 투자유치 

국비 확보와 기업 유치를 위해 단체장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업무추진비’라는 것은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이미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다.

국정감사에서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가 많다고 가끔 지적받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단체장이 중앙부처를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해 예산을 따오길 바란다.

또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인구가 줄다 보니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라북도 국회의원들은 종종 도내 자치단체장을 겨냥해 “중앙부처를 상대로 로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타지역 단체장들은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에서 살다시피 하는 사람도 있고, 정당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을 만나며 예산을 따오고 있는데 전라북도는 그렇지 못하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단체장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나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많이 사용해서라도 지역의 현안을 챙겨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해왔었다.

특히 국가 공모사업의 경우는 전국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덤비고 있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사업가들에게 읍소하고, 특혜라도 줘야 할 상황이다. 이미 세계경제의 흐름이 기업가들의 천국이 돼 버렸다.

이한수 시장은 최근 2년 반 동안 8억 원 정도의 업무추진비를 썼는데, 단순히 업무추진비가 많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국가예산 1천억원 밑엔 치열한 대외활동 숨어 있어

익산시의 경우는 민선4기 들어 300억원 대인 국비 확보액을 민선 5기 들어 1천억원 대로 세 배 이상 확보했다.

지역 경제인들 사이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이 시장이 국비 하나는 많이 따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이다.

민선4기가 출범한 2007년 익산시의 국비 확보액은 340억원이었다. 하지만 민선5기 들어 올해 익산시가 정부 심의단계에서 확보한 예산은 무려 1천163억원이나 된다.

익산시가 이뤄낸 굵직한 사업들만 봐도 5천억원 규모의 식품산업클러스터, 고속철 익산역 선상역사 건립과 복합환승센터, LED 등 첨단산업, 왕궁 축산단지 환경개선사업 등 미래 익산의 도시기반을 결정하는 것들이다.

이런 사업들을 따오는 데는 서울과 수도권을 방문해 중앙부처 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 등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그만큼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54개 기업 1조7천억 투자 유치

업무추진비는 여러 방법으로 사용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인구 수 등에 적합하게 편성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주민들이나 사회단체 등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매년 일정액을 써야 하는 경조사비나 행사에 따른 경비 지출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비용은 대 정부 활동이나 기업유치를 하는데 쓴다.

익산시는 민선4기 이후 54개 기업 1조7천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성과 밑에는 업무추진비의 적절한 사용이 있었던 것이다.

기업인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자주 만나 익산 투자를 설득하고, 해외를 방문해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데 업무추진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는 현재 로비전쟁

자치단체가 예산을 따오는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국회로 쫓아가서 발품을 파는 것은 기본, 온갖 인맥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을 압박한다.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의원을 면담해 설득하고, 소속 정당을 찾아 깍지 못하도록 애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늦은 밤이나 새벽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접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학교 동문이나 혈연, 지연을 이용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국회의원의 며느리나 사위, 아들딸, 학교 은사까지 찾아 부탁하기도 한다.

최근 한 인터넷언론에는 ‘한나라당 소속 장관들은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예산로비에 유의하라’는 특이한 칼럼이 났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서울에 상주하며 장관들과 중앙부처 공무원들 만나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지방에 내려오는 장·차관이나 공무원들에게 밀착경호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한나라당 정권의 장관들은 민주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의 로비에 넘어가지 말라는 게 칼럼의 내용인데, 이들을 만나고 ‘모시는데’는 업무추진비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해 전에는 예산확보 로비와 관련해 영남지역의 한 단체장을 비판하는 기사가 났다.

단체장 K씨는 “중앙부처 어디에 누가 있는지 파악해 두고 생일을 챙겨라”고 말했다가 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로부터 호되게 비판받았다. 이런 발언이 지방의 중앙예속화를 자청하는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노조는 국비확보 과정에서의 로비현황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따오기 위한 자치단체장들의 노력은 결국 업무추진비 사용과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합리성과 타당성 보다는 학연과 지연, 혈연 등 인맥에 의해 지배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돈 아끼려다 시민들로부터 능력 없는 단체장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