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 민주계열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에 대해 익산시민들의 실망이 크다.
10.26 익산제4선거구 도의원 보궐선거 후보등록 마감인 7일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민노당 김정열, 국참당 황호열, 진보신당 장승석, 무소속 김형화 양재석 임형택 씨가운데 2명이 단독 출마를 결행했다.

이로써 비(非) 민주계열 진영은 일단 단일화에 실패하고 네 갈래로 쪼개졌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무소속 양재석 예비후보는 김정열(민노) 후보로 합쳐졌고, 시민운동가인 무소속 임형택 후보는 단출 출마로, 무소속 김형화·국참당 황호열 예비후보는 불출마 및 선거운동 불참으로 가닥이 잡혔다. 단일화 중재를 서기로 했던 시민단체협의회는 일찌감치 빠졌다.

누구도 비(非) 민주계열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고, 유권자들의 표심 분산이 불가피하게 됐다. 따라서 민주당의 독주를 막고 지역정치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私利에 公利 묻혔다

당초 비(非) 민주계열 진영이 익산시민단체협의회의 중재로 민주당에 맞서기로 한 것은 민주당의 독주를 막는 것이 지역정치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하나로 뭉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분석이었고, 그나마 단일화해야 겨뤄볼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익산제4선거구는 민주당 김연근 후보의 텃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곳에서 8대 도의원에 당선됐었다. 또 이곳에는 민주당 및 국참당 소속 시의원이 각각 4명 1명이 포진되어 있다. 또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는 거대정당의 조직력과 후보의 인지도가 승부를 가름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 민주계열 후보의 독자출마는 필배(必敗)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김병옥 전 도의원과 다퉜던 무소속 김형화 예비후보가 단일화 실패 직후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익산시민단체협의회 소속단체 인사인 임형택 전(前) 희망연대 사회창안팀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임 후보는 당초 후보단일화석상에 없었던 인사다.

서울을 강타한 박원순 바람을 타고 시민사회단체 진영의 독자세력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교수의 도움을 받은 박원순 변호사와 임 후보는 기반이 전혀 다르다. 지지도와 인지도, 평판, 당선가능성 등에서 비교가 안 된다.

이렇게 되자 단일화연석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후보들이 시민단체협의회에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고, 당초 단일화를 주도할 역량이 없었던 시민단체협의회는 기다렸다는 듯 중재를 포기했다.

여기에다 민주노동당이 단일화연석회의에 첨석한 무소속 인사들의 자질을 문제 삼으며 회의에서 탈퇴했다. 김형화·황호열 예비후보 등이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시민들이 열망하는 새 정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무소속 양재석 예비후보는 처음에 무소속 김형화·국참당 황호열 예비후보와 단일화하기로 했다가 돌연 출마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 후 기자회견을 철회하고 진보신당과 연대한 민노당 김정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무소속 임형택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 이후 단일화 논의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때문에 비(非) 민주계열 진영은 산산조각 났다.

서울시장 후보 선출과정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민주노동당이 당리(黨利)와 사리(私利)를 포기하고 단일화를 이룬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일화 시간은 아직 충분

비(非) 민주계열 진영은 흩어진 상태지만 후보 단일화를 이룰 시간은 충분하다.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에게 오는 21일까지 선거공보를 발송할 예정인데, 후보자들은 17일까지 공보물을 제출해야 한다.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고 단일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다. 

따라서 단일화를 이루고 합동선대본부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은 넉넉하다. 특히 시민단체 진영과 김형화 예비후보, 국참당이 이번 선거를 방치하듯 내버려두게 하는 것은 비(非) 민주계열 진영으로서는 큰 손실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K(51.팔봉동)씨는 “비록 선거에서 지더라도 지역정치를 바꾸는데 비 민주계열이 하나로 뭉쳤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후보자들은 개인의 욕심과 유권자들의 관점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