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배숙 국회의원

국부펀드 투자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문성 및 책임성 강화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배숙(민주.익산을) 의원이 지난 4일 밝힌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CI)의 투자손실액이 9월 말 기준 70%를 넘었다.

2005년 설립된 한국투자공사는 정부가 갖고 있는 공공기금이나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넘겨받아 투자를 대행해 나라의 자산을 늘리는 국가투자기관인데, 여기서 운용하는 자금을 흔히 국부펀드라 부른다.

하지만 한국투자공사는 2008년 1월 정부서 위탁받은 자금 20억불을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투입했다가 미국 금융위기 때 주가가 폭락해 큰 손실을 봤다.

'09년에는 메릴린치가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의 하나인 전미은행(뱅크오브아메리가:BOA)에 합병됐다. 메릴린치는 '08년 미국에서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문제로 '리먼브라더스'은행이 파산하자 같은 이유로 위기상황에 처했는데, 이를 전미은행이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합병 과정에서 메릴린치의 부실자산까지 인수했기 때문에 올해 들어 유럽 발 금융위기 여파로 전미은행의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는 올해 초부터 일곱차례에 걸쳐 전미은행에 7천800만달러(930억여원)를 더 투자했다.

주식 값이 낮을 때 사두면 2~3년 후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전미은행에 투자한 국부펀드 총 금액은 21억달러 가까이 되는데, 최근 금융위기로 펀드 평가액은 5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주당 30달러 정도에 샀는데, 9월말 기준 6.12달러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투자공사의 추가 투자는 전미은행의 주가(株價)방어에는 도움을 준 반면, 국민의 세금 1조8천억원(1달러당 1천200원 적용시) 정도를 손해 본 결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배숙 의원은 “한국투자공사는 집행부서인 운영위원회와 감독부서인 이사회를 기능별로 명확히 분리해야 하고, 투자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한국투자공사는 투자전문위원이 리스크(위험)관리위원을 겸임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상호 견제기능이 사라지고 객관적 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