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외부감사관을 채용하고, 업무를 대폭 이양하면서도 되레 예산은 줄였다. 감사기능을 스스로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익산시는 각 부서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민공사감독관제도를 감사관실에 이양키로 했다.

하지만 운영예산을 크게 삭감해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감사관실은 내년 예산안에 시민공사감독관 실비보상비(현장 감독 나갈 때 주는 수당 2만원) 2천500만원을 계상했는데, 기획예산과 예산편성과정에서 2천만원을 삭감하고 500만원만 의회에 올렸다.

감사관실은 당초 1개 공사에 1~2명의 시민감독관을 선정, 공사가 끝날 때까지 10회~12회 현장을 함께 점검할 계획이었다.

시민공사감독관제는 일반 시민을 감독관으로 선정해 공사 현장에서 민원을 해소하고 안전문제 등을 사전 점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감사관실은 익산시가 시행하는 총 공사를 100건 정도로 잡고, 한건당 평균 25만원 정도의 시민감독관 수당이 필요하다며 2천500만원을 올렸는데, 5분의1만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시민감독관의 출장 회수는 공사 1건당 2회 정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전문가에 의한 공사점검 제도도 약화시켰다. 지금까지 감사관실은 건축사를 지정해 건설공사를 일제점검해왔는데, 건축사 출장보상금이 삭감돼 점검기간이 종전 4일에서 2일로 줄었다. 

토목기술사를 지정해 토목공사와 상하수도 공사를 일제점검하는 것도 출장보상금을 삭감해 종전에는 2명을 고용하던 것을 1명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올해 익산시는 전문가 출장보상금으로 3천560만원을 책정했는데, 이번에 의회에 올린 내년 예산안에는 무려 2천480만원이 삭감된 1천80만원만 편성했다. 부조리신고보상금도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축소했다.

특히 예산이 삭감된 부문이 건설공사에 관한 것이라, 공무원들이 제도 시행을 꺼려해서 그랬는지,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랬는지 이유가 석연치 않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면 공정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보완해야지, 예산을 삭감해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청렴한 공직사회'를 외치는 외양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