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6일 도의원(익산 제4선거구) 보궐선거를 앞두고 기존 민주당 일색의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사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당 독식구조에 대한 염증은 호영남을 불문하고 전국적 현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존의 정치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건전한 시민사회가 형성됐는지와 새로운 시도에 시민들이 화답할 준비가 됐는지의 여부다. 

민주당 독점의 지역정치권

전북은 물론 익산지역 정치권은 민주당이 독점하고 있다.

국회의원 2명과 익산시장, 도의원 4명(지난해 지선결과), 시의원 25명 중 20명이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시의원 5명 가운데 국민참여당 소속 의원 2명(이영수.송호진)과 무소속 의원 1명(조규대)은 과거 민주당 식구였다. 손문선 의원만이 순수 무소속이다. 이경애 의원은 민노당 출신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동떨어진 의원은 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비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의 일꾼 공천 문제  

지역정치의 민주당 독식구조는 정치제도와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도지사와 시장군수, 지방의원을 정당이 공천할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군수협의회나 의장협의회가 꾸준히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의 지역 장악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를 선도할 인재는 지역을 독점하는 민주당으로 모이고, 당은 선거 때마다 막강한 조직동원력을 발휘해 후보자를 당선시킨다. 하지만 일단 정당에 가입하면 당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수직적 구조 때문에 참신한 인물은 대부분 중도에 낙오하거나 스스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혐오증이 짙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익산참여연대 관계자는 "국회의원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지방의원들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민들보다는 국회의원과 정당의 눈치를 보게 되는 기형적인 정치구조가 만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뿌리내리지 못한 시민사회단체

정당과 기존 정치문화 및 제도를 변화시키는 힘은 사실상 시민사회단체에 있다. 

새 인물을 검증하고 추대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 보다는 시민단체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몸집은 적지만 조직화된 경향이 있고, 흩어진 대중보다 한목소리를 내기 쉽다.

과거 총선 과정에서 보여준 '낙선운동'과 '매니페스토운동'은 시민단체의 힘을 보여주는 데 한몫 했다.  하지만 익산지역을 보면 아직까지 시민사회 부문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익산희망연대나 참여연대, 교육시민연대, 미래시민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시민단체와 1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익산시민단체협의회가 있지만 회원이 적고 재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때문에 일부 단체는 급여를 받는 상근직원이 없고, 일부는 익산시의 지원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정치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도 제대로 담아내기 힘들다.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슈와 의제를 발굴하고 지역언론과 연대해 시민회원과 재정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최근 활동영역이 다양화되고는 있지만 힘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당장 접근하기 쉬운 정치행정 이슈에 편중되는 것도 의제설정 부문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다. 

회원 및 재정확보를 위한 '마케팅' 분야에서 취약한 것도 시민단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보수적 분위기와 주민 의식

시민단체의 활동보다 더 큰 문제는 시민의식이다. 우선 시민 대중은 생계문제 때문에 시민사회 영역에서 외부자로 존재하고 있다.

생활이 불편하고 생계가 걱정되는 데도 정치와 행정, 지역의 이슈에 무감각하다. 이른 바 '출세하면 그만'이라는 고질적 관념도 가세한다.

의식 있는 사람들은 사석에서 맘껏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이들의 생각을 대신 실천해 줄 시민단체 후원에는 인색하다.

예를 들어 사교육비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부모들은 제도를 고치는 데 힘을 모으거나 학부모들의 생각을 대변해 줄 교육관련 시민단체을 후원하기보다는 자녀들에 대한 과외에 더 치중한다.

'김대중 죽이기'의 저자로 유명한 전북대 강준만 교수(신문방송학)가 '각개약진'이라고 불렀던 폐해다.

국민 대다수가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를 공동노력 보다는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돌파하려고 하는 경향이다. 지역리더들의 보수적·보신주의적 성향도 정치문화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을이나 읍면동 단위 리더들이 기존 정치권과 깊은 연관을 맺으면서 선거 때마다 민주당 홍보요원화 되고 있는 것이다. 공동선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보궐선거 새로운 시도 나올까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김승환 교육감은 범민주단일후보, 범시민후보라는 명칭으로 당선됐다.
김 교육감 당선에는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컸다.

시민사회세력의 연대가 가능했던 것은 진보와 개혁이라는 공통된 가치였다. 10월 보선을 앞두고 익산에서는 군소정당과 시민사회세력의 연대 논의가 물밑 진행중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정치세력과 시민단체는 단일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산희망연대 관계자는 "정당 소속 인사 및 무소속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범시민후보를 선출해 민주당 후보에 대항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