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세상대표 /황현

요즘 세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몇 일 전 어느 교수님께 질문을 드렸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이 있다고 보십니까? 하고 되물으시던 교수님이 떠오른다.

순간 나는 작은 지방정치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는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부끄러움이 내 몸을 감싸 오는 전율을 느끼며 한동안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또 한 번 호통 치듯 무겁게 던지는 말씀은 ‘정치가 개판인데 무슨 세상에 희망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작금의 정치현실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의 번영과 안정을 위하며 국민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지금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가! 국가의 미래는 청신호이며 국민생활엔 위험은 없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지금의 정치가 국민에게 꿈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인가! 어느 것 하나도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은 사회의 소통과 통합을 가로막고 있으며, 정치마저 분열과 반목을 부추기는 근원이 되고 있다.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 그리고 먼 훗날 평화적 통일의 길을 열어가야 할 남북관계는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급랭하면서 지속적인 평화무드의 관계개선은 커녕 강경노선의 회귀로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으며, 오히려 긴장이 고조 되고 있다.

또한 최근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은 전반적인 국가안전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를 믿고 국방의무에 책임을 다하던 고귀한 생명이 영문도 모른 채 차가운 바다 속에 목숨을 던졌는데도 그 싸늘한 영령들 앞에서 조차 서로 내 부덕이며, 내 책임이라고 고개 숙여 탄식하는 ‘정치’는 볼 수 없었다.

정치가 국민에게 꿈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꿈과 희망마저 산산이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 볼 일이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한 결 같이 말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절박해 있다. 그런데 ‘정치’는 정당의 사활을 건 ‘지방선거’에 올인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어렵고, 불안하고, 힘이 들 때는 기대고 의지하며 일어 설 언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여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지방선거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믿었다면 하지 마라해도 선거에 올인 하지 않을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동안 정치가 국민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무엇이 이렇게 국가와 지방의 중대사인 ‘선거’를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했고, 무엇이 국민을 힘들고 지치게 했으며, 기대고 의지할 곳조차 없게 만들었는지 찾아내고 밝혀야 할 때다.

한마디로 국민 속에 정치가 없는 것이다. 감히 말하지만 ‘정치부재’요, 정치가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는 국민과 세상에 보탬은 되지 못할망정 이미 ‘흙탕물’이 되었다는 애기다.
우리는 6월2일로 다가 온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방선거’란 말 그대로 지방의 살림살이와 주민의 생활을 돌볼 책임 있는 ‘선량’을 선출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선량’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선출할 사람은 바로 주민이며, 주민이 ‘주인’이 돼서 선출한 ‘선량’이 ‘주민의 대변자’가 돼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한 가정에 비유해도 금방 알 일이 아닌가! 누가 자기 살림살이를 자신에게 검증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위탁’해서 맡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각 정당의 행태는 어떠한가? 국회의원들(지역위원장)이 주민이 자신을 선출해 줘서 현직에 있고, 중앙당이 지역위원장에 권한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주민에게 시(자치단체) 살림을 위탁 받고, 주민의 권리를 위탁받은 양 주민이 납득할만한 주민의 의사와 검증 절차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 당과 자신에 대한 충성 정도의 기준에 따라 후보를 내놓거나,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와 당내절차만 가지고 ‘주민의 후보’로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당내 파벌 권력게임이 개입되고, 부정과 불공정시비가 난무하며, 불공정경선에 의한 불복과 탈당 그리고 당내 정치적 행위를 법적투쟁으로 몰고 가며 법원에 ‘경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난장판이다.

정치의 근본인 도덕과 신의와 도리는 찾아 볼 수가 없고,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범을 가리지 않는 배신과 음해와 고소와 고발 등이 ‘퇴폐선거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선거의 수혜자인 ‘주민과 주민의 권리’는 없고, 선거판엔 오히려 ‘당’과 ‘주민’을 볼모로 무엇이 되겠다는‘자’들 뿐이다. 소중히 여기고 잘 가꾸어서 물려 줘야할 ‘고귀한 우리의 삶터’를 이렇게 ‘흙탕물’로 채워도 되는 것이며, 그러고도 부끄럽지 않은 것인지 정치하는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해야 하지 않은가! 

“옛날부터 나라의 흥망은 축적한 것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백성들의 생활이 고통스러운지 안락한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또한 사람의 복은 검소하고 맑은데서 생기고, 덕은 겸손하고 사양하는 데서 생기며, 재앙은 탐욕이 많은 데서 오고, 과실은 경솔하고 교만한 데서 생기며, 죄악은 어질지 못한데서 생긴다고 했다.‘명심보감’의 한 대목이다.

그래서 ‘정치’도 ‘정치인’도 흐르는 냇물처럼 맑고 투명해야 한다. 누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을 위하고, 지역을 위해 일 해보겠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지역주민’ 앞에서 함부로 거짓과 위선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역주민’을 관객이 아닌 ‘주인’으로 모시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아닌가!
진정 지역과 주민을 위한 일꾼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이 무엇이 되겠다’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왜냐하면 ‘주민과 지역’은 무엇을 한 사람으로 기억하기 위해 ‘주민의 대표’를 선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 필요한 무엇을 원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이 정직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명예까지도 주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만들어 준 시민들과, 따라 올 후배들을 위해서 땀 흘려 일구어 놓은 땅에서 ‘꿈을 키우고 희망을 기다리며’ 살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가 바로 서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도 익산도 바로 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야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정의의 냇물이 흐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들꽃 향기처럼 넘실대며, 시민의 꿈과 희망이 강을 이루고, 삶에 보람이 바다를 이루는 ‘둥지’같은 도시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금 정치에 대한 불신과 좌절과 절망 앞에서 국민과 시민 앞에 정치가 다시 ‘감동과 희망’으로 다가 올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실천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