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전주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증설된 가운데 항소법원 설치를 모색하는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민주당 이춘석(전북익산갑, 법사위) 의원은 2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항소법원 설치의 필요성과 과제> 공청회를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과 공동 개최했다.

‘항소법원 설치를 위한 지방변호사협의회’가 주관하고 강원도·경기도·경상남도·전라북도·충청북도·인천광역시·울산광역시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3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항소법원 설치에 대한 주민의 열망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토론회의 좌장은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학성 교수가 맡았으며 곽상진 교수(경상대 법과대학)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가 발제를, 천효재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 장성근 변호사(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부회장) 김유범 담당관(법원행정처 기획제1담당관) 고흥 팀장(법무부 검찰제도개선팀) 김민배 부회장(한국법학교수회)이 토론자로 나서 항소법원 설치에 관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발제로 나선 곽상진 교수는 “현재 지방법원합의부와 고등법원으로 항소심이 이원화되어 있어 고등법원 접근이용의 불평등, 심급제 왜곡, 법관독립성 침해, 법관계급제 초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항소심 제도의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각 지방법원 단위로 항소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교수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관 독립성의 원칙과 법관평등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항소법원 체제 하에서도 지방법원 판사와 항소법원 판사 간의 평등, 판사회의가 주관하는 사건배당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천효재 변호사는 “지금 당면한 문제는 항소심에서 사법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며 “이미 사법접근성이 높아진 1심 재판을 내실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혔다.

장성근 변호사는 고등법원이 없는 경기·인천 주민들의 고충을 전하고 ”사법서비스의 접근성 제고, 지방 법률시장 활성화, 지역주민의 심리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항소법원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유범 기획제1담당관은 “장기적으로는 항소법원 체제로 가야한다는 원칙에 법원도 동의한다”며 “차후 전자소송의 시행과 인구·사건·교통여건의 변동 추이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흥 팀장은 “같은 법원 내에서 제1심과 항소심을 모두 처리하는 현 체제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항소심 기능 정립 방향 등과 연계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배 부회장은 “사법부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항소법원 확대 설치 문제를 봐야한다”며 “법관 증원이나 시설 확충을 치밀하게 준비해 전국에 동시적으로 항소법원을 개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춘석 의원은 “당장 항소법원을 도입하기에는 관련법 개정, 예산 마련, 인사제도 개편 등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토론회에서 나온 정책 제언을 바탕으로 항소법원 설치를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