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부터 6.2지방선거가 본선에 돌입한 가운데, 그동안 익산의 정계를 독점했던 민주당의 압승 분위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당초 쉽게 이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단체장 선거 판세가 요동을 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민주당의 시장후보 경선이 끝난 선거 초반에는 1강(一强) 이한수 - 2중(二中) 박경철, 김재홍 - 1약(一弱) 노경환 구도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민주당 단체장 경선 이후 여론조사에서 박경철 후보(무소속)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초반 선거구도에 큰 변화가 일었다.  익산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지역 이슈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연이어 터져 나온 대형 비리사건과 지역의 새바람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의식변화가 인물론 및 동정론과 맞물려서 선거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익산지역의 유권자들은 지난 4회의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다.  하지만 지역정서로 쉽게 당선된 시장과 기초의원들이  유권자들의 기대수준에 크게 미달했다는 것이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 공천 여부가 선거의 결과를 결정하였고, 지역의 이슈가 선거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하다보니 선거 결과는 ‘뻔한’ 것이 되었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의 지방선거 당선자들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로부터 상당부분 이양된 인허가권 등이 단체장과 의회의 권력을 확대시키면서 유권자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방선거의 결과가 지역의 발전은 물론 유권자 개개인의 이익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체험하면서 지방선거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후보자의 인물과 정책, 지역공헌도보다 민주당 공천 여부가 당락을 결정짓는 ‘뻔한 선거’는 ‘뻔한 결과’를 만들게 되는 것을 학습한 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익산을 포함한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중심점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두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후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였고, 김-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 공백을 채울 정치인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또한 호남지역의 지방선거에서는 수도권 격전지에서 볼 수 있는 정권 중간평가적  성격이 미흡하다. 따라서 민주당 지지 정서가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익산지역의 무소속 후보자들은 ‘민주당 당적이 아닌 민주당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박경철 후보자는 “나의 정치적 지향점은 당이 아닌 시민이고, 서민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노력이야말로 민주당의 정신”이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함으로써 최근 지지율 급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이런 정서적 변화는 민주당과 이념적. 정서적으로 차별화된 특정정당의 후보자가 아니고 민주당의 정치철학과 궤를 같이 하는 후보자라면, 최소한 지방선거에서만은 기회를 줘야한다는 여론으로 결집되고 있다고 풀이된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정당공천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민주당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은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이 공천자에 대한 자질과 능력, 도덕성은 물론 후보자가 당선된 후 만드는 결과에 대하여 일종의 보증을 하는 성격이다.  따라서 정당공천은 고도의 공정성과 정확한 민심 반영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공천장사 의혹이 제기되었고, 경선절차의 혼선으로 시민참여를 통한 개혁공천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중론이다.  또한 최소한 당원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경선조차 대의원의 절반 정도만 참석하는 등 유권자의 주목을 집중시키는 흥행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런 모습들이 민주당의 지방정치에 대한 책임감 결여로 비춰지면서 다른 정당과 무소속 후보자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선 4기 동안 국가산업클러스터 유치를 비롯한 굵직한 사업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지역발전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반면에 민선 4기 동안 소각장과 쓰레기 매립장, 산업단지 설계업체 선정과 같은 시책사업은 물론 인사 관련 뇌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터져 나온 인사 관련 뇌물사건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 없는데 뇌물제공자는 실형을 받게 되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 에스코 사업과 관련된 감사원 감사 도중 공무원이 미묘한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감사원은 이 사건에 공사입찰 비리와 함께 7억원의 혈세가 낭비되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 하면서 혐의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현직 시장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더욱이 시민사회단체들이 유례없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력하게 촉구하면서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익산시 고위 공무원까지 합세하여 무려 2억5천만원의 희망근로 사업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함으로써 불구속 입건 된 사건까지 터졌다.  익산시가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가득 찬 복마전으로 비춰지면서 민심의 이반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과거 민선시장들이 비리사건과 연루되어 유죄선고를 받았던 사실들이 재조명 되면서 비교적 도덕성에서 자유로운 다른 후보들이 상대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기침체는 비단 익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익산 유권자들의 체감경기는 심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민선 4기의 국책사업과 외부기업의 유치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 반면에, 대형할인점과 SSM 등이 영세상권을 고사시키면서 지역자본의 역외유출이 심화되면서 모든 업종이 연쇄적인 타격을 받은 데 따라서 유권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지속적인 인구유출, 특히 경제활동이 왕성한 청장년층의 이주는 지역경제의 침체를 가속화 시키는 양상이다.  민선 4기가 출범한 2006년 6월말에 316,813명이었던 익산의 인구는 2010년 4월말 현재 305,599명으로 무려 11,214명이 감소하였다.  민선 4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50만 익산 건설’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와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반면에 인접한 군산시의 경우 2006년 6월말에 261,054명이던 인구가 인구감소세가 멈춘 후 최근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2010년 4월말 현재 268,155명으로 인구 순증을 기록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익산 유권자들의 실망이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익산시장 선거전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의식수준이 변하고 있으며, 검증된 후보자를 선택하여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비효율을 일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먼저 정당공천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무소속의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적지 않은 유권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최근 집중적으로 터지고 있는 비리사건의 영향으로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직기강 확립능력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요란한 공약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정당공천보다는 인물과 정책, 지역공헌도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바람직한 선거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는 층이 2006년보다 무려 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볼 때, 비판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층의 투표가세로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9번 낙선하였지만 지방선거에서 유독 높은 득표율을 보인 박경철 후보자에 대한 동정론의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및 전직 시의원들의 지지선언이 이어지면서 지지율에 탄력이 붙을 것인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2 지방선거가 익산 유권자들에게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향후 익산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무관심으로 기권을 하거나 소아적인 이기주의로 그릇된 선택을 한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익산시민 전체에게 미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6월 2일에 청렴함과 능력, 추진력, 무엇보다도 오직 시민만을 위하여 헌신하는 참된 일꾼이 민선 5기를 시민과 함께 헤쳐나가는 역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은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