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측 “예산 세워보지도 않는 것은 불합리”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가나안 ‘사랑의집’
장애인 생활시설 또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관한 예산 및 사회복지업무가 지난 2005년부터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국비가 해당 시설에 특정되지 않고 포괄적으로 지원되고 있어 일선 개인운영장애인시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익산시의 경우 정부의 지침상 시내 개인운영장애인시설인 ‘가나안사랑의집’을 지원해야 하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해당 시설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개인이 운영해 오던 장애인 시설에 대해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어 법정 기준을 완비하여 운영토록 유도해 왔다. 또, 유예기간(지난해 말일)까지 신고기준을 충족치 못한 개인운영신고시설에 대해서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법정 신고시설로 전환하도록 지침을 시행 중에 있으며, 올해 안에 법정신고 시설로 전환치 못할 경우 시설 폐쇄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익산시에서 개인이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시설은 가나안사랑의집 한 곳으로 현재 20여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가나안사랑의집은 올해 안에 법정 신고시설을 완비할 계획이지만, 익산시는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시설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의 장애인복지사업 안내서는 "개인이 설치 운영하는 시설이 시군구 주무관청의 지역 내 시설서비스 수요공급 시책에 따라 시설서비스 공급을 담당할 경우 운영비는 지원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안내서는 또 "지자체의 운영비 지원으로 종사자 기준을 충족케 하여 전환토록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익산시는 정부의 사회복지사업비의 '지방이양'에 대해 도비가 없는 가운데 익산시 재원이 턱없이 부족해 예산을 세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가나안사랑의집 측은 "지방이양 예산이 반드시 도비가 세워져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익산시가 도비를 핑계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지원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지난 달 14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담당자는 이와 관련 "장애인생활시설을 비롯한 장애인복지시설은 2005년부터는 그 모든 업무가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어 각 지자체에 그 책임과 의무가 있고, 입·퇴소의 권한 등 모든 지도 감독이 지자체 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또 "장애인복지법 어디를 봐도 법인만이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면서 "장애인 시설에 대한 지원은 법인인가 개인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해 지역의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그 수요와 공급과 예산 사항까지 고려하여 지자체(시도 및 시군구)에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익산시가 예산을 지원할 근거에 대해 명확히 했다.
가나안사랑의집 운영자인 장욱 목사는 "보건복지부가 개인운영시설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고 당연히 예산을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익산시가 예산을 세워보지도 않은 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익산시 담당자는 이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고 싶어도 실제적으로 복지사업의 지방이양 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현재 법인시설의 운영비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실정에 있다"면서, "익산시는 부족한 예산을 보충하기 위해 전라북도에 도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전라북도로 하여금 정부에 건의해 복지사업의 지방이양 정책을 철회하고 국가가 책임질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담당자는 또 "현재로서는 복지 예산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어 고민 중에 있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나안사랑의집 허욱 목사는 "정읍시의 경우 1개 시설당 월 1천200만원을, 김제시의 경우 연간 2천만원을, 군산시의 경우 월 50만원을, 완주군의 경우 월2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익산의 가나안사랑의집은 현재 익산시에 인건비와 운영비로 월 800여만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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