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서 불법 여부·업체 투자내역 상세히 따져야

업체의 잘못으로 사업을 못해도 익산시가 업체에 손해를 보상해야 하는 협약서 규정이 최근 수년간을 끌어온 ‘웅포게이트’의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오는 12월 31까지 골프장과 공익시설을 조성하겠다던 웅포관광개발(주)은 36홀짜리 골프장만 지어놓고 영업을 하면서 나머지 시설은 조성하지 않고 있다. 골프학교, 콘도, 다목적 광장 등을 조성해야 하지만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웅포관광개발이 협약서에 규정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익산시는 웅포관광개발(주)과 사업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익산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지금까지 투자된 공사비의 95%를 업체에 물어줘야 한다는 협약서 규정이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협약서 내용, 문제는 뭘까.

◆협약서 주요 내용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이하 업체)가 골프장과 시민 휴식공간을 조성키로 한 것은 2004년 7월 익산시와 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을 체결한 때였다. 이후 2006년 한 차례 협약이 변경됐다. 당시 익산시장은 채규정, 전북지사는 강현욱 씨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미 2000년도에 밑그림이 완성됐는데, 이때 시장은 조한용, 도지사는 유종근 씨였다.

협약서에 따르면, 업체는 77만4천여평에 1천843억원을 투자해 올해 12월 말까지 골프장과 부대 관광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안내소와 화장실, 진입도로 등 공공편익시설 1만400여평, 일반형 콘도와 호텔, 전원형 콘도 등 숙박시설 2만7천600여평, 31만2천여평에 36홀짜리 골프장, 자연학습장과 전망대, 산책로, 골프학교 등 휴양문화시설 5천800여평, 나머지 38만9천평은 녹지다.

익산시는 뭘 했을까. “골프장 프렌들리”로 일관했다. 업체를 위해 민원을 감수하면서 주민들의 땅을 싼값에 사서 업체에 팔았다. 묘지도 업체 대신 이장해주고, 주민 반대가 심한 곳은 강제로 땅을 수용해 업체에 넘겼다. 각종 행정편의도 봐주었다. 

하지만 업체는 수익성이 높은 골프장만 조성해 영업을 했고, 익산시민을 위한 시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협약 만료일을 앞두고 있다.    

◆“협약서 자체에 문제 있다”

익산시 일각에서는 익산시와 업체가 체결한 실시협약서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여론이 높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협약서 내용은 실시협약서 42조인데, 여기에는 업체(피허가자)에 귀책사유가 있어 협약이 해지되는 경우, 업체에게 지급해야 할 지급금은 “본 사업시설 적정가치의 9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는 규정이다.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업체가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공사비 1천600억여원의 95%를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조항에 이와 상반되는 규정이 있어 이 협약서가 효력이 있는 문서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혼란스럽다.

협약서 2조 2항 9호에는 “업체(피허가자)가 협약에 따라 익산시에 이행해야 할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업체의 귀책사유로 정의하고 있다.

32조 1항에는 “업체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의 지연 또는 중단, 총사업비의 증가, 기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업체가 진다”고 되어 있다.

또 같은 규정 2항에는 “업체의 귀책사유로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익산시는 본 협약을 해지하거나 사업시행허가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34조에는 “업체의 귀책사유로 인한 익산시의 협약 해지”시에는 계약을 “중도해지” 할 수 있다는 문구도 나온다. 

35조 1항에는 “업체의 귀책사유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 익산시는 협약의 중도해지, 시행허가의 취소, 자격의 박탈 등 관련법에 따라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41조 3항에도 “업체 귀책사유로 협약이 해지되는 경우 익산시는 업자의 채무에 대한 의무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0월31일을 기준으로 업체는 골프장을 제외한 부대시설을 조성하지 않았고, 협약만료 시점인 올 연말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따라서 연말이 지나면 익산시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까지 업체가 투자한 시설가액의 95%를 물어내라는 말은 상식과 조리,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익산시가 협약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업체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구실을 내세우다 보니 억지로 이런 규정을 끌어다 붙이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팀을 두고 있는 익산시청에서 지금까지 협약서에 대한 법률검토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체, 약속 이행한 것 없다

익산시는 업체를 위해 협약기간을 연장해주고, 골프장 면적을 늘려줬으며, 공사금액도 조정해주는 등 모든 편의를 다 제공했다.

업체가 해야할 사항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만드는 일인데, 돈이 없다며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업체는 또 감리자를 선정해 익산시에 공사현황을 보고해야 하고, 모든 시설을 협약 기간 내에 조성해야 하며, 공사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협약에서 규정된 위험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2008년 월드골프챔피언십대회’를 개최해야 했고, 협약서상으로 200억원의 자기자본, 법적으로는 438억원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하지만 기껏 투자한 돈은 50억원이었고 총 사업비 2천400억여원 가운데 태반을 빚으로 충당했다.    

◆계약 해지보다 더 중요한 것들

협약서 상의 문제와 협약의 이행여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업체가 투자했다는 금액이 실제로 공사현장에 투입되었느냐이다.

업체가 2008년 9월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같은해 6월 기준 업체가 사업을 위해 조달한 금액은 총 1천789억7천만원. 이중 50억원만 자기자본이고, 400억원은 주주차입금, 나머지 1천340억원은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업체는 또 각종 회원권 분양으로 2천303억원을 확보했는데, 골프회원권 1천172억원, 짓지도 않은 골프텔 회원권 459억원, 역시 건물이 없는 전원형 콘도회원권 분양액은 672억원이었다.
골프장 운영수입금은 62억원이었다.
따라서 업체가 확보한 유동성 자금의 총액은 4천162억원이었는데, 2천400여억원이 필요한 공사를 돈이 없어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의문스러운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업체는 36홀의 골프장 조성비로 1천325억원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비용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홀당 10억원을 잡아도 36홀에 360억이면 충분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조경수 구입에 11억3천800만원, 기타공사비로 12억6천200만원이 소요됐고, 골프연습장 건립에 13억원, 아직 건축하지도 않은 전원형콘도에 385억원, 흔적도 없는 콘도에 235억원, 허가도 못 받은 골프학교에 30억원, 기타 관광시설에 17억원을 지출했다고 되어 있지만 웅포 현장에는 골프장만 있다.

건축 인허가도 나지 않는 건물에 어떻게 공사비가 투입될 수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또 일반관리비에 550억원, 장비구입대금 43억원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업체는 당초 사업계획 상 공사비보다 많은 2천970억원을 투자하고도 골프장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이 증발됐다고 생각하는 익산시민들 사이에서는 익산시가 지금이라도 강제력 있는 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자금의 출처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