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유재산인 장사시설을 민간단체에 위탁키로 한 익산시의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익산시의 장사시설은 팔봉동과 여산면의 공설묘지, 석왕동의 화장장(정수원) 및 납골시설인 봉안당과 영생원, 자연장지 등 총 6개 시설이다.

이 시설들은 지금까지 익산시가 직영해왔는데, 시는 최근 화장장 주변지역 주민대표로 이뤄진 ‘주민지원협의체’에 위탁한다는 계획 아래 관련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주민지원협의체’의 성격과 단체의 투명성 및 공익성, 장사시설 운영에 대한 전문성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산시 직영의 장사시설 중 공설묘지(공동묘지)는 팔봉동과 여산면에 있는데, 지난해 익산시는 팔봉동에서 106기, 여산면에서 10기를 처리해 5천17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팔봉 공설묘지 옆 화장장인 ‘정수원’에는 총 7기의 화장로가 있다.

지난해 1천291기의 시신 및 유골을 화장했는데, 매출액은 1억3천800여만원이었다.

같은 장소에 있는 납골당인 ‘추모의 집’에서는 889기의 유골함을 봉안해 1억7천78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모두 3억9천891만7천원이다.

익산시는 올해 추모의 집 옆에 ‘자연장지’를 새로 조성했는데, 약 4천기의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이 시설들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예산은 인건비 1억640만원, 화장장 가스료 1억841만여원, 공설묘지 정비 4천800만원 등 총 3억2천951만1천원이었다.

따라서 지난해 익산시는 6천970여만 원의 순수익을 얻었다. 자연장지 조성 등 시설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익산시가 최근 이 시설들을 민간단체에게 위탁키로 방침을 정했다.

사회복지과 박양수 과장은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선 인건비가 많이 소요돼 비효율적”이라며 “수익성도 낮고 전문성이 떨어져 민간에 위탁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과장은 “공설묘지 주변지역 주민대표로 이뤄진 ‘주민지원협의체’(위원장 최종석)에 위탁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산시의 방침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주민지원협의체’가 익산시의 공공시설을 맡아 운영할 만큼 공익성과 투명성,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춘 단체인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왕동 주민 김공정(가명)씨는 “주민지원협의체가 진정으로 주민대표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협의체에는 화장장·납골당 인근의 덕기·은기동 지역 주민대표가 참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주민지원협의체에는 현재 납골당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팔봉환경사랑회(위원장 황건규) 임원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 뒤 “팔봉환경사랑회는 매점 운영수익을 사용하는데 있어 투명성과 공익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팔봉환경사랑회는 2001년 부송동에 소각장이 들어서기 전 주민들이 구성한 임의단체로, 팔봉동, 석왕동, 덕기동, 은기동 주민 대표 1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익산시는 2002년부터 납골당의 매점을 운영하도록 했다.

소각장과 화장장 인근 주민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보상해주려는 취지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팔봉환경사랑회의 운영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자, 익산시는 지난 4월 화장장이 있는 팔봉·석왕동 주민 5명씩을 선정해 ‘주민지원협의체’를 만들었다.

주민지원협의체는 장사시설을 위탁받지 않은 현 상태에서도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2008년 제정된 '익산시 장사시설 주변지역 주민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에 의한 것인데, 조례에 따르면 장사시설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10%를 기금으로 조성해 주민지원협의체를 거쳐 주민복지를 위해 쓰도록 되어 있다. 올 4월에는 조례를 개정해 기금 적립액을 12%로 늘렸다.

이렇게 해서 모인 기금은 2008년부터 지난 10월까지 8천500여만원인데, 2008년 당시에는 주민지원협의체가 출범하지 않아 지원 받지 못하다가 올해 4월 협의체가 구성된 후 '08~'09년 2년분의 기금 4천5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지원된 기금은 상수도관 설치와 경로당 식사 및 난방 지원, 마을 안길 정비 등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사시설 전체의 운영을 주민지원협의체에 위탁한다는 건 특혜소지가 높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장사시설의 민간위탁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논란은 '주민지원협의체'가 장사시설을 운영해 벌이들인 수익을 투명하고 공익성있게 쓸 수 있을 것인가, '죽음'을 다루는 시설들을 운영하는데 있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장사시설 주변지역 주민지원금 설치 및 운용조례'에 따르면 익산시장은 매 회계년도 다음해 6월까지 시의회에 기금 결산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 해당 지역 시의원이 포함되어 있어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또 명목상 주민들을 위해서 기금과 수익금을 사용한다지만 정치적인 이용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형편. 

현재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팔봉환경사랑회의 활동을 두고 나오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현재 팔봉환경사랑회는 어르신효도관광이나 불우이웃돕기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민지원협의체 부위원장 겸 팔봉환경사랑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건규씨는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효도관광, 경로당 및 불우이웃에 쌀 전달, 초등학교에 장학금 기부, 각종 지역행사 협찬 등 매점 수익을 공익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회원 및 회원 주변인물들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팔봉환경사랑회 신문식 감사는 “환경사랑회 회원들에게는 혜택이 전혀 없다”며 “팔봉동 및 석왕동 통장협의회에 지출결과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사회복지과 담당 부서는 매점운영에 대한 수익 배분을 전적으로 환경사랑회에 일임하고 있어 지도감독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점 운영에 따른 수입과 지출, 지출대상 사업 및 금액 등에 대한 결산자료를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자료요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투명성과 공익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주민들로 이뤄진 단체가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유족들에게 최상의 장례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마인드와 경험이 있는냐의 문제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민간위탁을 하더라도 1~2년 동안은 공무원을 파견할 계획”이라며 “이 기간 동안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건규 부위원장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장사시설을 둘러본 적이 있다”면서 “타 지역 장사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 대표성과 관련해서도 황 위원장은 “주민협의체를 확대해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법인 이사회에 덕기·은기동 주민 대표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