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건물주에 특혜 줄 소지” 의혹도   

 익산시가 건축 중에 부도난 호텔건물을 사들여 노인종합복지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안을 의회에 제출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김대중)는 10일 오전 회의를 열고 안건을 부결시켰지만, 계획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의원들의 견해다.

또 계획안이 호텔 건물주에게 특혜를 줄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익산시가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복지관 건립계획

사회복지과가 의회에 제출한 남부권역 ‘다기능 노인종합복지관 건립’ 계획은 익산시 인화동 813-1번지 일대 1601㎡(480여평)에 7층 호텔 건물(건평 150여평)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21억6천300만원의 예산을 승인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중 토지가 9억6천300만원, 건물은 12억원. 

익산시 모현동 배산에 있는 노인종합복지관과 비슷한 것으로, 인화 팔봉 동산 주현 중앙 갈산 마동과 춘포면 등 익산 남부지역 8개 동면을 아우른다. 

이 건물은 당초 ‘태평양 호텔’로 지어진 것인데, 2004년 2월 철근콘크리트 구조만 완성된 채 업자가 부도를 맞았다. 

호텔은 경매를 통해 A저축은행에게 넘어갔는데, 익산시는 이 저축은행과 협상을 통해 노인종합복지관을 조성하겠다고 협의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 서울에 사는 C씨에게 11억여원에 건물을 넘겼고, C씨는 이 건물을 ‘익산비지니스호텔’로 명칭을 바꿨다는 게 사회복지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총 7층 가운데 1~2층까지는 칸막이가 없는 상태고, 3층 일부부터 7층까지는 방으로 되어 있다.

◆“용도변경 부적합”

이 건물을 노인종합복지관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호텔로 지어진 내부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만 하는데, 여기에 논란이 있다.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3층부터 리모델링을 하면 4억~5억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건축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건물의 연면적이 1천 평이 넘는데다 룸식 구조로 되어 있어 10억원이 넘게 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건축업자 K씨는 “호텔방을 노인복지관으로 바꾸는 것은 너무나 큰 폭으로 용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새로 짓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K씨는 이어 “토지와 건물 매입비 21억6천만원, 리모델링비 10억여원 등 30억원이 넘게 들 것이라면 차라리 10억원으로 평당 200만원짜리 500평을 구입하고, 규모는 작지만 20억원 짜리 새 건물을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시의회 기획행정위 심사에서 “리모델링이 과연 적절하게 될 수 있는지 세부적으로 검토했느냐”는 송병원 의원의 질문에 “세부적으로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환경·시설 안 좋아

노인복지관으로서는 주변 환경이 좋지 않고 주차장 면적이 너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건물이 대로변에 있긴 하지만 주변에 모텔촌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주차장 면적이 16면에 불과하고 건물이 7층으로 되어 있어 주차대란이 예상되고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인근에 버스 정류장들이 소재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면서 “주변에 안마시술소와 모텔이 있지만 건물이 대로변에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특혜 시비

개인이 11억여원에 구입한 것을 21억여원을 주고 매입하는 것을 두고 모종의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용도변경이 어렵고 게다가 저축은행과 익산시가 이미 협상한 건물을 지난달 28일 개인이 매입한 점,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시의회에 계획안을 올린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

이에 대해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은 오해”라면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이번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양아파트 주차장 부지와 일부 공유지, 주변 모텔 등도 둘러봤지만 적합하지 않았고 모텔건물은 낡아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시의회 ‘재검토’ 주문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건물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고 주차장이 부족하며, 주변 환경이 어르신들을 모시기에는 맞지 않다”며 안건을 부결시켰다.

김대중 위원장은 10일 상임위 회의에서 “배산 노인복지회관도 행사 때면 주차장 부족으로 난리가 난다”며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공무원들이 이런 곳을 정한 것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임영애 의원은 “복지관을 새로 지으려면 보통 25억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건물 사서 리모델링 하는 게 새로 짓는 것이나 별 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병원 의원은 “높은 건물은 안전성도 우려되고, 리모델링에 엄청난 돈이 투자될 것”이라며 “더 저렴한 부지를 구입해 쾌적한 환경에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종열 의원은 “다른 곳의 부지는 검토한 적이 있느냐”며 건물 소유주와 현황에 대해 질문했다.

송호진 의원은 “면적이 좁은 배산노인복지관에도 연간 4억8천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넓은 호텔건물은 더 많은 운영비가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곳은 완전히 여관골목”이라고 말한 뒤 “7층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것은 예산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천인 의원은 “경험상으로 보면 노인복지관에는 넓은 내부 공간이 필요하다”며 시의 계획이 부적절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