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비’로 제한, 금액은 5천에서 2억원으로 늘려
“선심성 논란 불식”, “생색내기 폭 넓혔다” 양립

익산시와 의회가 시의원 재량사업비 사용처를 제한하고 금액을 크게 상향 조정키로 합의한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익산시와 익산시의회는 지난 9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시의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던 재량사업비를 기존의 경로당 '물품구입비' 등 민간이전경비로 사용하던 방식을 전면 금지하고, 마을안길 포장, 가로등 정비, 하수.배수로, 농로포장 등 '시설비'로만 집행키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지역구 시의원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 또는 선심성 예산사용 논란을 불식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의원당 재량사업비 규모가 당초 1억원 상당에서 2억원으로 껑충 상향 조정되면서 오히려 시의원들의 생색내기 폭을 넓혀줬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게다가, 도시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진 도심 지역의 경우 이 비용을 사용할 사용처가 많지 않아 농촌지역으로 재분배할 공산이 커서 도심지역 시의원들의 불만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도심지의 시의원들이 이 예산을 더 필요한 읍면지역에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억지로 사용하려고 들 경우 멀쩡한 시설이 교체되는 등 예산낭비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익산시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다. 경로당 물품구입, 사전 선거운동, 선심성 예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우며, 필요한 공유시설에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재량사업비가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익산시의회 박종대 의장은 "익산시가 해야 할 공유시설들에 한정해서 사용토록 했기 때문에 의원들이 개인 마음대로 쌈짓돈처럼 사용할 소지가 없어진 것이다"면서 "지역구 의원들이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지역에 필요한 시설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어 도시가 한층 발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등동에 거주하는 시민 K씨는 이에 대해 "그렇다 하더라도 25명의 시의원에게 1인당 2억원씩 총 50억원이나 되는 시민의 세금이 자칫 오용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고, 시민의 세금이 시의원들의 정치자금 또는 선거자금으로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 이상민 사무처장은 "시의원 개인의 판단으로 예산 사용처를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집행내역이 공개되어 쓰임새가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을 받고 책임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면서 "구조화 되고 제도화된다면 순리적인 측면도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