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통합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통합 논의가 알려지면서 우리 익산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속에서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신중히 접근해야 할 이 문제가 자칫 원칙 없는 개편논의로 이어져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큰 틀을 정해 놓고 구체적인 경우의 원칙, 기준, 방법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일관성 있는 추진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점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철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시의 입장에서 익산과 군산의 통합문제는 지방도시의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익산과 군산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만금 사업의 성공을 위해 광역 새만금권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익산과 군산은 물론 김제까지 아우르는 광역 통합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산업 연관 효과는 물론 미륵사지, 왕궁 등 익산의 관광인프라와 새만금을 연계한 관광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과거의 예를 볼 때 행정구역 통합 과정에서 한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주민들의 신뢰를 잃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통합논의가 진행된다면 지역주민의 통합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의견수렴절차도 없는 상태에서 앞 다투어 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최소한의 전제와 기준도 없는 수평적 통합논의는 매우 위험스럽다고 보고 있다.

3단계로 되어 있는 지방행정 체계를 어떻게 개편하는 것이 좋은지, 서울과 지방의 상생을 위해 세금과 예산의 형평성 있는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세계도시와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자율통합을 확정한 기초단체에게 ▲특별교부세 50억 지원 ▲통합자치단체 추진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상향 ▲기반시설 설치 등 광역·지역발전 회계사업 선정 우대 ▲공무원 정원 10년간 유지 ▲통합자치단체 자율편성사업에 대한 별도 인센티브 지급 등의 지원대책을 밝혔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행정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국가의 뼈대를 다시 짜는 일이다. 중앙정부에서 할 일은 원칙과 기준과 다양한 방안, 비전을 밝히는 일이지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혹해 결정을 유도할 일이 아닌 것이다.

또한 행정구역 개편은 상향-하향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한 가운데 논의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먼저 역사성과 문화적 연대감, 정서, 행정적 효율성 등을 고려하고 통합의 시너지에 대해 공감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이고 그것만이 통합을 성공시켜 나갈 수 있는 에너지다. 지금은 명백한 ‘거꾸로 논의’다. 섣부른 행정이 지역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져주지는 못한다.

통합된 시가 어떤 비전과 정체성, 자족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로 익산-군산만이 아니라 서천, 부여, 논산 등을 통합해 ‘백제시’ 혹은 ‘금강시’로 이름 붙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을 밝히는 것 역시, 기준과 절차가 생략된 채 실효성을 중심으로 논의되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아닐까, 매우 우려스럽다. 지역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을 잡는 일에 기여해주기를 기대하며,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지방자치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