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코(ESCO)사업은 익산시내 전역에 설치된 가로등과 보안등을 전기 소모량이 적은 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익산시가 2008년부터 100억 규모의 '절전형보안등 교체 에너지절약 용역사업'을 시행하면서 공무원의 자살까지 불러왔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이 2009년 8월 정당한 사유없이 긴급입찰을 시행하고, 적격심사에서 사전에 내정한 특정업체가 선발되도록 조작, 지방계약법과 지방재정법을 위반한 사실이 본지의 최초 보도에 이어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28일 감사결과를 발표, 익산시 건설교통국 관련부서 공무원과 과장 등이 이 사업을 총괄하면서 용역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과정에서 사전 선정된 업체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긴급 입찰을 시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또 적격심사과정에서 적법한 업체를 고의적으로 배재했으며, 특정업체에게 유리하게 심사기준을 삽입하는 등 부당하게 처리한 협의를 인정하고 이들 공무원을 징계처리토록 요구했다.

사건을 수사한 군산검찰은 지난해 8월 익산시청 공무원에게 5천만원을 건넨 J토건 대표 B씨를 뇌물공여혐의로, 1,500만원을 공무원에게 건넨 업자 C씨를 각각 구속 기소했다.  10월에는 비리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N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공무원에게 돈을 건넨 낙찰 업체 이사 D씨 등 5명을 제3자 뇌물교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지난해 11월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수차례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쳐왔다. 이번 재판의 변수는 재판부가 자살한 담당공무원 윤씨 처의 진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였다.  정황증거를 중심으로 범죄의 성립을 주장하는 검찰이 윤씨 처의 진술에 크게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변호인측은 정황증거로는 유죄를 판단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주장해 온 마당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윤씨의 처는 법정에서 공무원들과 유착관계에 있는 N씨와 K씨의 제주도 골프여행, 윤씨 부부와 주모국장, N씨등과의 회동, 모 공업사 앞에서 윤씨의 처가 "당신들이 요구한대로 다 처리했는데, 돈 천오백만원 주고 공직생활 못하게 하느냐"는 말을 주고받은 점 등을 상세하게 진술했지만 N씨는 대부분 이를 부인했다. N씨 측 변호인은 "검찰측의 N씨에 대한 공소사실에는 유죄로 판단할 만한 확정적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결심공판에서 재판장은 N씨의 진술 중 상식에 벗어난 점을 집중 지적했다. 재판장은 공무원들이 부부동반으로 제주도 골프여행을 가는데 노씨가 혼자 움직였다고 주장하는 점과 김씨와 1억8천만원 가량을 주고받으면서도 현금을 금융기관에 한 번도 보관하지 않은 점, 공무원들이 만나는 자리에 관계없는 N씨가 자주 참석한 점, 윤씨가 유서에서 N씨를 지목해 원망하고, 윤씨의 처가 책임을 추궁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J씨와 K씨 변호인측은 이들의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법리상 상당한 문제가 있고, 사실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과 선처”를 요청했다. 이후 결심공판에서 검찰측은 이 비리사건과 관련,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업자 선정을 전후로 공무원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와 수억 원의 돈을 횡령한 혐으로 기소된 업체 대표 J씨와 이 업체 본부장 K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에 추징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또 공사 수주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으로 불구속기소됐던 H업체 정모 이사에게는 제3자 뇌물교부 죄를 적용해 징역 1년을 구형하고, 면허를 불법 대여한 업체 대표자 3명 등에게는 전기공사업법 위반죄를 적용해 각각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또, 검찰은 업체 관계자와 공무원을 연결해 주고 그 대가로 1억8천만원을 수수해 구속 기소된 노모씨에게는 징역3년에 추징금 1억8천만원을 구형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