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원능력개발평가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부터 시.도교육 규칙에 근거하여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교과부와 전교조의 입장차가 크고 전국적으로도 이 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이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이 제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한 실정이다. 교과부의 교원평가제 추진 내용을 살펴보고, 찬.반 양론을 조명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기여코자 한다.<편집자 주>

교원평가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교원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통해 능력개발 및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 교원능력개발평가제(이하 교원평가제)를 시행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의도이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교원제도의 취약부분이 교직생애를 통해 꾸준히 능력개발을 지원하는 기제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반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원평가는 '부적격 교사'의 문제로 시작되었다가, 교육력 제고나 전문성 향상의 이름으로 둔갑하여 교원 전체에게, 그리고 교육문제 전반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교원능력개발평가제'라는 이름으로 둔갑,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다.
하지만 교사들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평가를 통해 교사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대한민국 교사들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거의 모든 국민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학교 교사의 지속적인 능력 신장을 목적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하여 학교 구성원인 교사, 학생, 학부모의 평가 내지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2000년 도입논의를 시작으로 2005년 전국 48개교 시범운영 이후, 매년 그 규모를 확대하여 2009년에는 전국 3,164개교를 시범운영한 바 있으며, 2010년 3월부터는 시도교육규칙에 근거하여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장,교감의 경우 학교경영 전반에 대하여, 이외 교사에 대하여는 수업준비, 수업실행, 평가활용에 대한 학습지도와 개인생활지도, 사회생활지도, 학생지원(비교과)의 요소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 등에 대하여 동료 교원간 평가, 학생 만족도 조사, 학부모 만족도 조사로 이루어진다. 평가 시기는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경우 매년 6~7월 중에(1학기말 실시 권장), 동료 교원평가는 매년 10월까지 실시(구체적인 실시일은 학교에서 결정)되며, 그 결과는 교사 개개인에게 통보된다.

결과를 통보받은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자기능력개발 계획서를 작성하여 학교의 장에게 제출하며, 학교 및 교육청에서는 평가결과 미흡한 영역에 대한 연수 등의 실시를 통해 교사의 능력을 신장하게 된다.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정착을 위하여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응답해 주어야 하며, 학생은 공정하고 성실하게 교사들의 지도에 대하여 만족여부를 답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들은 공정하게 동료교원을 평가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경청하여 교육방법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는 제도이다.

평가 결과는 인사나 보수에 연계되지는 않지만 '미흡' 평가를 받은 교사는 원격 연수나 방학 중 의무연수, 장기 집중 연수 등을 이수해야 한다. 반면 평가결과가 우수한 교사에게는 안식년 같은 학습연구 장기휴가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수업 태도 등 18개 지표별로 3개 내외의 문항에 대해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5점 척도로 절대 평가를 한다. 또 교장과 교감도 근무하는 학교의 모든 교사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동료교사 평가는 교사 1명에 대해 같은 학교의 동료 교사 3명 이상이 평가한다. 학생들의 평가는 초등학교는 담임 교사를, 중고등학교는 교과별로 교사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다. 학부모 평가는 특정 교사가 아닌, 재학 중인 학교의 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교과부는 학교별 평가 결과와 평가지 원본을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평가 방식과 공정성 등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제도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하는 교원평가제의 목적은 첫째, 교사의 학습 및 생활지도에 관한 전문성을 진단하고 그 결과에 근거한 전문성 향상을 지원한다. 둘째,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검토, 분석할 수 있도록 자기 발전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셋째,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 실시 및 결과 활용을 통해 교원의 지속적인 능력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다. 넷째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지원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질 향상 및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 전교조는, 교과부가 교원평가제를 3월부터 전면시행하는데 대해 전면적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전교조는 "교과부가 18대 국회에서는 교원평가와 관련 정부 입법안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그러한 교과부가 최근 마치 장관의 치적 쌓기라도 하는 양 법적 근거 없는 교원평가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교조는 이어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의 법적 근거 없이 교원평가를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며, 그에 따라 국회도 이와 관련된 논의를 전면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고 못박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07년 2월 22일 주관한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부산교육대학교 심성보 교수에 따르면, 교과부는 교원평가의 도입이 교원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겉포장일 뿐이며 실제 의도는 신자유주의 교원유연화 정책의 핵심으로 교원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숨겨진 의도가 도사려 있다.

이들에 따르면 기존 교원평가제인 근무평정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시행되는 교원평가제는 교원에 대한 이중통제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 평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한 통일된 체크리스트 도구에 의해 산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들 간 상호비교를 하게되고 상대비교를 통해 우등교사와 문제교사가 분류된다. 평가는 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고, 평소 그 사람에 대한 인상과 태도를 중심으로 점수화가 이루어진다. 근무평정은 연공서열 중심의 왜곡된 승진구조의 온상이고 폐쇄적인 학교문화의 주범이다.

특히 계량화된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활동을 더욱 규제하고 통제하고 자율성을 억제할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표준화된 체크리스트 평가방식은 교육을 획일화 하는 도구라는 게 심교수의 주장이다.

심교수가 주장하는 다면평가 방식은 형식적으로 민주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도 이루어진 적이 없는 방식으로서 교육주체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전문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등 치명적인 교육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인 교사를 점수로 평가하게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을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게 하는 반도덕적 심성을 길러줄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전교조에 따르면 교원평가를 도입할 경우 교사의 맹목적인 경쟁심을 부추길 위험이 있고, 보이기 위한 교육활동으로 전락되어 진정한 교육의 모습을 보지 못할 위험성이 있으며, 교육의 기본정신인 협동을 근본적으로 허물 위험도 있다. 또한 점수를 메기는 평정자와 피평정자에 대한 통제 혹은 특권이 증가해 학부모와 학생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아닌 감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통제를 가하는 이와 통제를 당하는 사람간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는 주장이다.

전교조에 따르면 결국 교원평가제도를 도입할 경우 교사를 효율적 관리의 대상으로만 취급하기 쉽고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으로 오도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시장경쟁 원리에 기반한 교원평가제도는 실적주의 급여에 의해 교사 간의 경쟁을 유도하며 교육활동의 질이 높아진다고 하는 신념에 기초한 것으로서 개인 간의 경쟁을 조장하고 직무상의 협동성을 위협한다. 결국 이러한 통제적 성격을 갖는 교원평가제는 교원에 대한 손쉬운 통제수단으로 전락하여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교원을 통제하고 구조조정으로 몰고 갈 수단을 교원평가제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교육평가제에 대한 교육감 후보들의 입장은 상이하게 다르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와 전북일보가 공동주최한 교육감 후보 초청 정책토론회 토론 내용에 따르면 교원평가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을 펼치고 있는 후보는 고영호 후보이다. 고영호 후보는 인사와 성과급 반영은 물론 퇴출까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근량 후보 역시 교원평가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오근량 후보는 우선 법제화를 주장하면서 교원의 업무경감이 병행되어야 하며 교원은 전문성을 높이는데 사용되고 교장은 전보와 초빙, 성과급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평가제 시행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들 후보와는 달리 신국중 후보는 중립을 주장한다. 신국중후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공정성이라며 교원들의 자기연찬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선 후보는 인센티브 위주의 점진적 도입을 주장했다. 김승환 후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제는 교원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 고은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