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할 특단대책 강구해야
정부가 새만금 유역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익산시에 더러운 물을 정수해 먹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하천의 유량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정책을, 환경부에서는 새만금으로 흘러가는 만경강 수질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익산시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 전라북도는 정부 정책이라 어쩔 수 없다며 방관하는 분위기다.
‘먹는 물’ 위기에 처한 익산시, 대책은 뭘까.
◆익산시 용수 현황
익산시에서는 하루 평균 13만2천700톤(㎥)의 물을 사용한다.
먹는 물과 공업용수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중 58%인 7만7천300톤은 만경강 상류인 완주군 고산면 ‘어우보’에서 끌어다가 신흥정수장과 금강정수장에서 정수해 쓴다. 대신 익산시는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 1톤당 85원을 물 값으로 준다.
나머지 5만5천400톤은 수자원공사에서 사오는데, 이른바 ‘광역상수도’라고 하는 진안군 용담댐 물이다.
수자원공사(K water: 케이 워터)는 물 값을 비싸게 받고 있는데, 1톤당 394원이다.
‘어우보’ 물값과 용담댐 물값으로 익산시가 매년 지불하는 돈은 110억7천754만원 정도다.
◆정부의 계획
그런데 익산시는 최근, 1급수에다 값이 싼 ‘어우보’ 물을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또는 시민들에게 물 값을 비싸게 받아야 할 것 같은 불편함 심정에 휩싸였다.
정부가 ‘어우보’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용역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국무총리실의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만경강 및 동진강 종합계획’을 수립중이고, 환경부는 ‘새만금 수질 개선’에 대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용역결과는 오는 연말께 발표되며, 의견수렴을 거친 뒤 정식 국가정책으로 입안되는데, 국토해양부는 새만금으로 흐르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유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고, 환경부는 만경강 상류에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 좋은 수질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정부는 농촌공사를 통해 만경강 상류의 깨끗한 ‘어우보’ 물이 익산시로 가는 것을 막는 대신, ‘어우보’에서 약 12㎞ 하류인 ‘삼례보’에서 식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만경강 바닥이 마르는 갈수기에도 상당량의 물이 흐르게 되고, 물이 흐르게 되면 수질오염도 방지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결국 익산시가 지속적으로 만경강 상류인 ‘어우보’에서 깨끗한 물을 끌어다 쓴다면, 유량 확보에 방해될 뿐 아니라 수질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가 받는 불이익
익산시가 정부방침에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방침을 따를 경우 많게는 수백억원의 물 값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우선 1급수인 ‘어우보’ 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3급수인 ‘삼례보’ 물을 쓸 경우, 정수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익산시는 연간 480억원의 정수비용이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둘째, 막대한 정수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용담댐 물을 쓸 경우에도 연간 110억원 정도의 물 값이 더 들어간다.
이래저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결국은 익산시민들이 물 값을 더 내거나, 익산시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익산시는 최근 국무총리실과 정부부처 장관, 전북지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공문을 보내 정부계획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라북도는 뭐하나
정부가 하천 및 수질계획을 입안하고 익산시가 반발하는 사이, 중재에 나서야 할 전북라북도는 특별한 반응이 없어 보인다.
익산시 관계자는 “전라북도 관계자들도 표면적으로는 우리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한수 익산시장은 조만간 이 문제를 갖고 김완주 전북지사를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정부방침, 문제 있다
하천 유량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정부 방침의 문제는 뭘까.
우선, 정부의 의도대로 수질 개선과 유량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지적이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취수 지점이 ‘어우보’에서 ‘삼례보’로 변경된다 하더라도 종전과 같은 양의 물을 끌어다 쓸 것이기 때문에 만경강의 유량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어우보’에서 끌어다 쓰는 물을 ‘삼례보’까지 흘려보낸다 하더라도 수질 개선에 얼마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도 의문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만경강 오염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는 점이다.
만경강을 오염시키는 주범은 왕궁 축산단지이며, 만경강으로 이어지는 각종 샛강에 방류되고 있는 가축 분뇨나 생활오수 및 공단폐수도 수질악화를 거든다.
하지만 정부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왕궁축산단지 완전폐쇄에 40억여원만을 반영했다. 1천억원도 모자라는 판에 이같이 적은 예산으로는 20년도 더 걸린다.
정부가 근본적으로 전북을 홀대하는 상태에서 간접적인 수단을 동원하다 보니 익산시민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 같은 정부의 고질적인 문제는 결국 전라북도와 익산시에 문제해결을 떠넘기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전라북도 또한 새만금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입장에서 무작정 익산시 편을 들 수만은 없고, 그렇다고 익산시의 예산 손실을 보상해줄 수도 없는 처지여서 이래저래 곤란한 상황이 됐다.
◆외부세력 개입은 없나
정부가 기존 계획을 밀어붙일 경우 익산시는 비싼 용담댐 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결국 물장사를 하는 수자원공사가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계획에 수자원공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다.
시민 L씨(신동.48)는 “삼례보에서 3급수를 끌어다 정수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보다 싼 용담댐 물 먹으라는 얘긴데, 결국 이익 보는 곳은 수자원공사 아니냐”고 말했다.
◆익산시, 대책 급하다
익산시는 정부방침에 대해 다각적인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
△국무총리실과 정부부처, 농어촌공사, 전라북도에 반대공문 발송 △정부부처 및 전라북도 방문 △국회 방문 및 지역 국회의원에 도움 요청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 발표 등을 추진하면서 시민반대궐기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정부를 압박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기존 계획을 추진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다만 김완주 지사가 익산시의 여론을 의식하는 정도인데, 문제의 관건은 시민들의 관심 여부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배숙·이춘석 국회의원의 활약이 요청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 김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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